2023년 사회적경제를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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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사회적경제를 전망한다
  • 2023.02.14 12:00
  • by 강민수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정책기획위원장
▲ '제3회 대한민국 사회적경제 박람회' 개막식에서 사회적경제계 당사자조직들이 '광주 선언문'을 발표하는 모습. ⓒ라이프인
▲ '제3회 대한민국 사회적경제 박람회' 개막식에서 사회적경제계 당사자조직들이 '광주 선언문'을 발표하는 모습. ⓒ라이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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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사회적경제는 지난 20년간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빠르게 성장했다.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사태를 맞아 실업을 극복하자는 운동으로서 사회적경제를 호명한 이래, 사회적경제는 참여정부 때부터 문재인 정부까지 거치는 동안 취약계층에 일자리를 제공하고 사회복지를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에 소속된 회원과 회원에 소속된 법인·단체의 규모는 약 3,200여 개이며, 이들 사회적경제기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약 15만 명으로 추정된다(2021년 기준). 돌아보면 사회적경제운동은 실패와 시련이 있었지만 사람이 사람답게 살고, 서로 사랑하고 도우며 사는 세상을 이루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고 하겠다. 다만 한국의 사회적경제의 양·질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사회적경제기업들의 지속 가능성은 여전히 신뢰하기 어려운 수준이며 제공하는 일자리의 수준도 '좋은 일자리'라고 말하기 어렵다. 나아가 시민들은 사회적경제를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회서비스'의 단순한 전달자로 인식하고 있다.

마주하기

한국 사회에서 사회적경제를 돌아보면 오히려 보수정부에서 시작하여 성장한 특징이 있다. 비관하여 말하면 보수정부에서 비용 효과적으로 사회복지를 전달하기 위해 사회적경제를 활용했다고 할 수 있고, 주체적으로 말하면 우리 헌법에서 규정한 바와 같이 국가의 역할에 사회적경제가 조응했다고 할 수도 있다.

원래 국가는 권력을 행사하여 제도를 만들고, 시민사회와 경제 주체에게 자원을 배분하는 역할을 통해 영향을 미쳐왔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사회적경제가 국가와 시장의 실패를 보완할 수 있다고 보아 사회적경제를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정하고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해 사회적경제 관련 정책을 16개 부처에서 55가지 사업으로 추진했다.

반면 윤석열 정부에서는 사회적경제 정책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데, 2023년 2월 집권 1년이 다 되어가는 현재 윤석열 정부에서 사회적경제 정책이 사라지고 있는 것은 명백해 보인다. 전(前) 정부에서 사회적경제 정책을 총괄하던 청와대 사회적경제비서관 직은 대통령 비서실직제에서 사라졌고 기획재정부는 조직개편을 통해 장기전략국 내 사회적경제과와 협동조합과를 통폐합해 '지속가능경제과'를 신설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사회적경제조례를 개정하거나 폐지하는 등 지방정부에서도 사회적경제가 빠르게 지워지고 있다. 이러한 정책 변화는 쉽게 이전으로 돌이킬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책만으로 보면 사회적경제계에 긴 겨울이 찾아온 셈이다. 이처럼 오늘날 한국의 사회적경제가 마주한 정책 현실은 무겁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경제·사회적 위기 상황에서 사회적경제가 사라져도 좋은 정책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논의가 필요하다. 윤석열 정부에서 사회적경제 정책 지우기가 한창이지만 국제적인 상황은 우리의 상황과 크게 다르다.

유럽연합(EU)의 경우 2020년 사회적경제가 세계적인 위기 상황 속에서도 특유의 회복력을 기반으로 고용을 유지하고, 사회안전망 측면에서 봤을 때 취약계층의 고용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고 당사자 만족도에 있어서도 긍정적인 점들을 들어 유럽연합의 핵심의제로 채택한 바 있다. 또한 국제노동기구(ILO)는 제110차 총회(International Labour Conference)에서 사회연대경제(Social and solidarity economy: SSE)에 대한 공식 정의를 채택했으며, 국제연합(유엔, UN)은 지난해 12월 13일 인류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사회연대경제의 활성화를 위한 논의와 결의를 진행했다.

한편, 헌법 119조의 2항에서는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 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헌법의 이러한 규정은 자산과 소득의 차이가 커지고 사회가 빠르게 해체되고 있는 현재 상황에 비추어 더욱 절실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2022년 한국행정연구원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새 정부에서 해결해야 할 가장 우선 과제로 '경제양극화'를 꼽았다. 지난 40여 년간 이어진 신자유주의 정책의 결과, '중간'이 사라진 살아진 사회에서 우리는 각자도생 중이다. 이처럼 사회가 사라지고 시장이 사회를 위협하고 있는 조건에서 국가는 사람들이 더 이상 좌절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원래 사회적경제는 특정한 정치 세력의 기획이 아니다. 사회적경제는 "사회, 국가, 시장과의 관계에서 시민들의 자발적 결사를 바탕으로 조직되고 구성원들에 의해 민주적으로 작동하며, 국가 및 시장으로부터 자율성을 지켜가면서 연대의 실천을 통해 우리 시대의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하는 경제활동"이다. 사회적경제가 가진 본연의 자기 역할을 정치와 사회가 이해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실무적으로 윤석열 정부에서도 계속 추진할 필요가 있는 사회적경제 정책으로는 먼저, 사회적경제의 중요성에 기초하여 정부 교체와 관계없이 사회적경제를 위한 정책은 지속돼야 한다. 둘째, 사회적경제 정책의 통합적 수립, 시행 및 활성화를 위해 '사회적경제기본법'이 제정돼야 한다. 셋째, 사회적경제 정책의 성과를 높이기 위하여 정책의 수립과 시행 과정에 민간의 참여가 보장되도록 사회적경제 분야 민간 참여 거버넌스를 실질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사회적경제에 대한 부족한 재정 지원은 늘리고 중앙정부에서 지자제에 이르는 행정 전달 과정을 혁신해야 한다.

▲ 강민수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정책기획위원장. ⓒ라이프인
▲ 강민수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정책기획위원장. ⓒ라이프인

전망하기

사회적경제의 서사는 사람은 사회적 존재이며 사회 안에서 더불어 산다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누군가 "'사회'라는 것은 없고, 개인으로서의 여자와 남자, 가족만이 있을 뿐"이라고 한다면 어떨까. 얼핏 극단적이라고 여겨질 만한 이 주장은 1970년대 영국의 마거릿 힐더 대처 총리에 의해 시작돼 지금도 물러설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실제 우리는 지난 40년간 사회와 공동체가 빠르게 해체되고 개인은 더 미세한 존재로 분해되어 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영국의 정치경제학자인 노리나 허츠는 어딘가에 소속되고 싶은 사람들의 욕망을 파고들어 상품화된 공동체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우리는 시장이 사회와 국가로부터 이탈해 인간, 자연, 화폐와 같이 상품화할 수 없는 것들을 상품화하고 있으며 심지어 능력만 된다면 이런 것들을 무한대로 소유하는 것이 나쁘지 않다고 말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해체되는 동시에 어딘가 소속되어 살아가고 싶은 마음으로 애쓰고 있다. 만약 경제라는 것을 사람들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이뤄지는 "사회 속의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한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의 경제는 결코 자연스럽지 않다. 우리 사회는 불평등, 양극화, 기후위기, 지역 소멸과 같은 해결하기 어려운 사회문제들을 직면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시장의 무한한 자유만이 아니라 사회의 지속가능을 위한 자기보호 운동이 필요하다. 말하자면 우리 사회는 다양한 경제 주체 간의 조화를 추구하고 경제 민주화를 통해 사람들이 지금보다 자유로운 생활세계를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사회적경제조직의 일들은 기존 질서에서 쉽게 수용되지 않으며 대게 시장 안에서는 연약하고 깨지기 쉬운 지위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이처럼 작고 힘없는 상태에서 출발하는 실천은 사회가 이를 참신하다고 여기게 되는 순간 힘을 가지게 된다. 로치데일 협동조합은 28명의 출자자로 시작하여 1863년 도매협동조합(CWS)을 설립하고, 20세기 초반에는 150여 개 기업 30만 명 규모의 조직으로 성장했다. 로치데일의 비즈니스가 참신하다고 여겨진 것은 당시 상업자본가들과 달리 중량을 속이지 않는 정직과 신뢰가 기반이 됐기 때문이고, 영국 사회가 이를 참신하게 받아들였기에 '사회혁신'이 될 수 있었다. 한국의 사회적경제는 인간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현실을 외면하지 않으면서 국가와 시장에서 충족되지 못한 다양한 시민사회의 필요에 응답하는 거시적 혁신자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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