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혁신로드 ⑮] 백 개의 움직임, 천 개의 이야기, 만 개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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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혁신로드 ⑮] 백 개의 움직임, 천 개의 이야기, 만 개의 미래
서울혁신로드 마무리 좌담회
  • 2020.09.26 00:56
  • by 송소연 기자

서울시 혁신정책의 사례와 경험을 '여행'이란 형식을 빌려 진행해온 '서울혁신로드'가 올해로 5년 차에 접어들었다. '서울혁신로드'는 도시재생, 마을공동체, 사회적경제 등 관심 테마에 따라 전담 인솔자와 함께 현장을 탐방하는 서울시 정책연수프로그램이다. 일회성의 벤치마킹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지역과의 상생을 모색하고자 긴 안목으로 접근한 서울혁신로드가 정상궤도에 오르기까지 수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다. 서울시의 다양한 혁신정책 현장을 마주했던 5년간 15,000명의 연수 참가자, 서울 혁신 기관의 담당자, 혁신정책 운영하고 있는 공무원, 지역별 지역협력관까지. 라이프인과 '공감만세'가 서울의 혁신기관과 연수 참가 이후 각 지역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소개한다. [편집자 주]


프로젝트의 성공 비결은 현장에서 직접 경험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서울혁신로드는 여행하듯 현장을 탐방하고 현장의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정책연수프로그램이었다. 참여자들은 사회혁신, 청년, 도시재생, 문화예술, 사회적경제, 마을공동체, 주거, 복지, 환경, 청소년, 여성, 동물 등 관심 테마에 따라 정책현장을 방문해 네트워크를 쌓으며 단순한 현장견학을 넘어 지역과의 상생을 모색했다. 5년이라는 기간 동안 지역의 시민, 공무원, 시의원 그리고 해외 방문자 등 약 600팀의 1만 5천 명이 참여한 서울혁신로드가 이달 9월로 유종의 미를 거둔다. 

지난 9월 22일 서울혁신파크에서는 서울혁신로드의 여정을 정리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김제선 희망제작소 소장이 사회를 맡고, 고두환 공감만세 대표, 문창기 대전 대덕구 대외협력보좌관, 황인선 서울혁신파크센터장 그리고 정선애 서울혁신기획관이 자리에 참석해 서울혁신로드의 성과와 개선점, 발전 과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 9월 22일 서울혁신파크에서 서울혁신로드의 여정을 정리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왼쪽부터)고두환 공감만세 대표, 문창기 대전 대덕구 대외협력보좌관, 김제선 희망제작소 소장, 정선애 서울혁신기획관, 황인선 서울혁신파크센터장. ⓒ라이프인
▲ 9월 22일 서울혁신파크에서 서울혁신로드의 여정을 정리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왼쪽부터)고두환 공감만세 대표, 문창기 대전 대덕구 대외협력보좌관, 김제선 희망제작소 소장, 정선애 서울혁신기획관, 황인선 서울혁신파크센터장. ⓒ라이프인

김제선 : 나에게 서울혁신로드는 어떤 의미였는지 설명부탁한다.

서울혁신로드는 "혁신의 증거"였다.
▶정선애
 '서울형' 도시재생, '서울형' 어린이집, '서울형' 뉴딜 일자리 등. '서울형'이라는 단어에는 시민의 삶을 바꾸는 정책을 만들고자 하는 서울시의 노력과 자부심이 담겨있다. 서울시에서 진행된 다양한 생활밀착형 정책들은 현재 전국으로 확장되어 혁신의 증거를 제시하고 있다. 서울혁신로드는 생소한 혁신 정책들을 눈으로 직접 보여주는 방식으로 확산에 교두보적인 역할을 한 것 같다.

서울혁신로드를 운영한 공감만세는 "영광" 이었다
▶고두환
서울혁신로드 이전의 정책연수는 일회성 방문으로 끝나거나, 지역에 적용할 때 흐지부지되는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서울혁신로드는 담당 코디네이터가 맞춤형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전 일정에 동행해 사람과 정책, 지역을 연결했다. 사업 첫해를 제외하고 4년 동안 서울혁신로드를 운영하며 학습도 많이 하고, 엄청난 규모의 네트워크도 확장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정책적 실험을 알리고 공감하고 전파하는 역할을 할 수 있어 큰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 고두환 공감만세 대표 ⓒ라이프인
▲ 고두환 공감만세 대표 ⓒ라이프인

가장 많이 연수를 온 대전 대덕구에게 서울혁신로드는 "아! 충격" 이었다
▶문창기
대덕구는 대전에서도 인구가 적은 편에 속한다. 하지만, 선도적인 정책을 펼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데, 서울혁신로드를 통해 꾸준히 벤치마킹한 결과인 것 같다. 대덕구청은 서울혁신로드를 다녀온 공무원과 다녀오지 않는 공무원으로 나눌 수 있는데, 다녀온 이후에 일에 대한 마음가짐이 달리지는 것 같다. 최근 '지역상권 활성화'를 주제로 '우리가게 전담예술가', '우리동네가게 아트테리어'사업을 진행한 에이컴퍼니에 방문한 한 공무원은 "실제로 일을 변화시키는 것은 시간이 아니라 바로 우리들 자신"라고 이야기하며 대덕구에서 어떻게 '우리동네가게 아트테리어'와 같은 사업을 추진할 수 있지 고민 중이다.

참가자들이 가장 많이 방문한 서울혁신파크에게 서울혁신로드는 "고마운 존재"였다
▶황인선
실크로드가 교역을 통해 정치, 경제, 문화를 전달했다면 서울혁신로드는 100년 뒤 지구를 생각하며 걷는 길 같다. 서울혁신로드는 혁신파크보다 혁신파크를 더 잘 알고, 방문객에게 소개해줬다. 서울혁신로드의 참석자 40% 정도가 서울혁신파크에 방문했는데, 이러한 관심 덕분에 혁신파크가 어떤 지향점을 가지고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김제선 : 서울혁신로드는 현장과 일하는 사람을 만나게 하는 프로그램으로 글 중심이 아닌 새로운 방식으로 배우는 과정이었다. 서울혁신로드를 통해 느낀 보람이 있다면?

▶고두환 순천은 서울혁신로드를 방문한 이후 반년 안에 반드시 '순천형'으로 소화해 사업을 추진했다. 꾸준히 사업 자문을 요청했고, 시장이 바뀌었는데도 사업은 진행됐다. '무중력지대'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청년들의 휴식 공간 '영동 1번지'를 만들었고, 도시재생사업으로 양곡창고를 청년사업장 '청춘창고'을 조성하고, 원도심의 노후화된 숙박시설을 청년들이 모텔, 게스트하우스 등을 운영할 수 있게 했다. 

▶정선애 서울혁신파크가 생겼을 때 그동안 참여 해왔던 운동방식 활동방식으로는 세상을 바꾸기 힘들겠다고 생각했다. 입주단체를 보면서 많이 배울 수 있었다. 혁신이라는 것이 좋긴 하지만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전통적인 행정의 입장에서 아이디어로 구성된 사업계획서로 내부를 설득하기 어렵다. 하지만 혁신의 방법론은 다르다. 처음부터 문제를 풀 수 있는 사람인 시민이 행정과 함께 협력할 때 새로운 방법론이 나온다. 기존의 행정의 문법을 깰 수 있도록 서울혁신로드가 좋은 증거가 되었을 것 같다. 

▲ 정선애 서울혁신기획관 ⓒ라이프인
▲ 정선애 서울혁신기획관 ⓒ라이프인

김제선 : 서울혁신로드는 [사전학습-현장방문-사후적용]이라는 프로세스를 통해 사회구성을 진화시키는 상상의 원천이 되고 공공영역 변화와 혁신의 마중물 역할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요한 개선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황인선  서울혁신파크는 동물실험실이 있던 질병관리본부에서 사회적 가치 창출과 현신의 공간으로 변신했다. 혁신파크는 3일 정도는 있어야 제대로 볼 수 있는데 상주하고 있는 250개의 단체와 13개의 중간지원조직에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거의 못 만나고 간 것 같아 아쉬웠다. 서울혁신파크에 오기 전에 춘천마임축제의 기획에 참여했었다. 좋은 축제를 만들기 위해 지역의 많은 축제에 방문했는데 그 중 성공하는 축제에는 장인과 같은 성실함을 가진 헌신적인 누군가 있었다. 자라섬 페스티벌에는 인재진 감독, 남이섬에는 강우현 대표, 진도신비의 바닷길축제의 허은무 계장. 서울 혁신로드도 여기서 끝나지 않았고, 운영하면서 확장된 외연이 이어지면 좋겠다.

▶문창기 성공한 정책은 민과 관이 처음부터 함께 고민해 추진된 경우가 많다. 하지만, 혁신 현장의 철학, 복잡한 이해관계에도 불구하고 이뤄진 시민과의 협업 모델 등에 공감 없이 현상만을 가져가려 할 때 귤이 탱자가 될 수 있다. 그리고 혁신 사례를 지역에서 적용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라서 이후 과정을 설계할 수 있는 전문가 컨설팅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서울과 지역 청년이 교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면 좋았을 것 같다.

▲ 문창기 대전 대덕구 대외협력보좌관, 김제선 희망제작소 소장 ⓒ라이프인
▲ 문창기 대전 대덕구 대외협력보좌관, 김제선 희망제작소 소장 ⓒ라이프인

▶고두환 사업은 5년간 이어졌는데, 담당 공무원은 인사이동 때마다 바뀌니 아무래도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겪을 때가 있었다. 더 많은 교류와 협력의 장을 만들기 위해, 담당과 뿐만 아니라 서울시 내의 여러 부서 및 기관들과 유기적으로 협업하고 소통했어야 하는데 여러모로 부족한 면이 많았다.

▶정선애 혁신은 지난한 축적의 시간이 필요하다. 경험이 쌓이고 회자 되면서 과정 전체가 보이고 드러나야 현장에 정착되지만, 반대로 혁신을 추진하면서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펼쳐 보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서울혁신로드도 서울혁신파크, 마포문화비축기지, 세운상가, 성수동 소셜밸리, 성미산마을 등 서울의 혁신 사례를 잘 담아서 보여주었는데 이것을 펼쳐서 함께 했던 사람이 보이게끔 만드는 일이 쉽지 않았던 것 같다.

김제선 : 최근 코로나 19로 인해 지역 간 이동이 어려운 상황이라 서울혁신로드 프로그램은 기존의 대면연수와 함께 비대면 연수로 진행되고 있다. 현재의 변화와 함께 또 다른 발전을 위해 한마디씩 부탁한다.

▶고두환 실무적으로는 담당하던 업무에서 갑자기 비대면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다. 사업을 추진하다 보니 처음 보는 사람과 하는 비대면 여행은 성과가 거의 없었다. 상호유대 관계가 형성되어 있는 사람들 간 온라인 활동은 효과가 있어 그동안 참여했던 조직을 중심으로 심화 연수를 유도했었다.

▶문창기 서울혁신로드는 먼저 현장에서 느껴야 한다. 온라인으로만 혁신현장을 본다면 가슴으로 느껴지는 것이 없다. 실제로 본 이후 추가적인 내용을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방법이 있을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지식 이상의 것이 되지 못할 것이다.

▶정선애 행정은 보수적으로 행동할 수밖에 없다. 더 안전하게 연결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모두가 낯선 환경이지만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온라인으로 혁신 현장의 정보를 축적하고, VR체험 관광이 가능하듯 연수도 혁신현장을 디지털 방식의 시각화를 모색할 수 있다

▲ 황인선 서울혁신파크센터장 ⓒ라이프인
▲ 황인선 서울혁신파크센터장 ⓒ라이프인

▶황인선 올해 5월 춘천마임축제도 무산될 뻔했지만, 3가지 원칙(이동, 분산, 동시다발)으로 새로운 형태의 축제인 "춘천마임백씬;100Scene Project"를 진행해 100일간의 춘천의 일상 공간 100군데를 무대로 만들었다. 모이는 축제에서 찾아가는 축제로 그동안 축제에 참여하기 힘든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서울혁신로드도 온라인으로 혁신현장의 소개하고, 소규모로 현장을 방문하고, 다시 온라인으로 정보를 주고받는 방식으로 고민해 보면 어떨까 싶다. 

서울의 혁신은 작아 보일지 몰라도 각자의 영역에서 자신의 힘을 발산하고 있다. 서울혁신로드는 그 현장을 레고처럼 엮어 가치를 배가시켰다. 서울 이외도 지역과 부처에 좋은 혁신사례들이 많다. 또한, 해외 사례보다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국내 사례는 시사점이 더 많을 수 있다. 서울혁신로드 시즌1은 여기서 끝나지만, 시즌2는 한국혁신로드로 더 확장되어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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