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혁신로드⑤] 반짝 반짝 빛나는 청년들의 도시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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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혁신로드⑤] 반짝 반짝 빛나는 청년들의 도시재생
  • 2020.06.05 11:20
  • by 안정윤 (대구 달서구 도시재생지원센터 사무국장)

서울시 혁신정책의 사례와 경험을 '여행'이란 형식을 빌려 진행해온 '서울혁신로드'가 올해로 5년 차에 접어들었다. '서울혁신로드'는 도시재생, 마을공동체, 사회적경제 등 관심 테마에 따라 전담 인솔자와 함께 현장을 탐방하는 서울시 정책연수프로그램이다. 일회성의 벤치마킹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지역과의 상생을 모색하고자 긴 안목으로 접근한 서울혁신로드가 정상궤도에 오르기까지 수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다. 서울시의 다양한 혁신정책 현장을 마주했던 5년간 15,000명의 연수 참가자, 서울 혁신 기관의 담당자, 혁신정책 운영하고 있는 공무원, 지역별 지역협력관까지. 라이프인과 '공감만세'가 서울의 혁신기관과 연수 참가 이후 각 지역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소개한다. [편집자 주]

 

도시는 성장하고 쇠퇴하는 과정을 겪는다. 이는 산업구조의 변화, 경기변동과 같은 다양한 원인으로부터 발생한다. 쇠퇴한 도시는 거주환경의 노후화되고, 지역 커뮤니티가 붕괴되면서 슬럼화와 사회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도시쇠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에 진행되었던 방식은 재개발이다. 하지만 이는 도시마다 가지고 있던 특성을 없애고,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해 기존 거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잃게 되는 또 다른 도시문제를 낳았다. 

도시재생은 앞서 말한 도시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다. 도시재생은 쇠퇴한 도시에 지역역량의 강화, 새로운 기능의 도입·창출, 지역자원의 활용을 통하여 물리적, 환경적으로 활성화시키는 것(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2조)이다. 도시재생사업은 이전 정부부터 계속해서 진행되어 왔으며 지금은 도시재생뉴딜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마중물 사업으로 진행되는 본 사업은 종료 후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자 주민 중심의 주민 주도의 도시재생을 지향하고 있다.

달서구는 2014년 도시활력증진지역사업으로 선정된 '레드블록, 젊음과 다문화를 담은 원룸촌 재창조 사업'을 시작으로 총 4개의 도활사업이 진행되었고, 도시재생뉴딜사업으로 2018년 '죽전(竹田) 대나무꽃 만발스토리', 2019년 '송현동 든·들 행복빌리지 조성사업'이 2년 연속 선정되었고 현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달서구 도시재생지원센터는 현장에서 지역사회와 학교, 주민들이 연계하여 스스로의 문제를 진단하고 주도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공동체의 자생적 역량을 키우고 문제를 해결하여 달서구 도시재생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2017년 11월 개소하였다. 센터는 지역과 문화, 주민이 함께 살고 싶은 마을을 만들기 위해 지역의 사람들과 함께 공동체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지역의 자원을 통한 문화 콘텐츠를 구축하며, 주민 역량강화를 통한 지속가능한 마을을 만들고자 한다. 

우리 센터에서는 2019년 10월 지역주민과 청년이 마을에 대한 의제를 발굴하고, 상호간의 지역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첫 시도로 "달서구 지역주민과 청년이 함께하는 도시재생마을학교"를 운영하였다. 지역과 지역의 도시재생에 대한 청년들의 관심도를 끌어내고자 진행한 이 프로그램에서는 기존에 교육참여도가 높았던 4~60대의 수강생이 주를 이룰 것이라는 걱정과는 다르게 수강생 대다수가 청년이었다. 이를 통해 지역 청년들의 지역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을 확인 할 수 있었고, 의미 있는 첫 수업을 시작 할 수 있었다.

수강생에게 청년이 머무르는 마을, 청년이 지역 속에서 어울리며 살아가는 도시재생의 사례를 공유하고, 센터에서 앞으로 청년을 도시재생 영역에서 활동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고자 사례탐방을 기획하게 되었다.

여러 장소를 조사한 후 최종적으로 선택한 곳은 서울 금천구의 청춘삘딩과 구로 도시지생LAB이었다. 특히 구로 도시재생LAB은 당시 리모델링 중이어서 방문을 위한 접촉이 쉽지 않았는데, 서울시 정책연수 프로그램인 서울혁신로드를 통해 신청하여 해당 공간을 방문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 금천구 청년 활동 공간 '청춘삘딩' ⓒ 대구 달서구 도시재생지원센터
▲ 금천구 청년 활동 공간 '청춘삘딩' ⓒ 대구 달서구 도시재생지원센터

청년들이 직접 제안하여 만든 활동 공간, 청춘삘딩

청춘삘딩은 기존에 활용도가 낮았던 청소년 독서실을 청년들이 직접 제안하고, 리모델링하여 만든 청년활동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커뮤니티 홀, 사연있는 세탁소, 청춘홀, 세미나실, 쉼표방, 공유주방, 다목적스튜디오와 같이 청년이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그리고 지역 청년들의 커뮤니티 구성 및 활동을 중심으로 청년지지사업 '두잇(DOIT)', 취향공동체지원사업, 대대식당·소소식당, 도농교류사업 '우주를 줄게'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내 인생의 시발점', 청춘삘딩을 처음 마주하고 가장 눈에 띄었던 네온사인 간판의 문구다. 청년들의 인생이 시작되는 장소라는 뜻이겠지만, 오묘한 배치로 인해 비속어로 보이기도 한다. 취업난과 경쟁 속에 지친 청년들이 이 공간을 들어올 때, 저 문구를 보고 유쾌함과 통쾌함을 느끼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건물 안으로 들어오자 잘 꾸며진 커뮤니티 홀이 눈에 띄었다. 모든 참여자가 착석한 후 이 공간을 제안하고 운영하는 꿈지락 네트워크의 박석준 대표로부터 공간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지역 청년들이 청년 공간의 필요성을 느끼고 행정에 제안하며 이 공간을 조성하기까지 거쳐 온 험난한 여정을 알 수 있었다.

▲ 꿈지락 네트워크의 박석준 대표가 '청춘삘딩'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장면 ⓒ 대구 달서구 도시재생지원센터
▲ 꿈지락 네트워크의 박석준 대표가 '청춘삘딩'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장면 ⓒ 대구 달서구 도시재생지원센터

이어서 4층 건물의 구석구석을 김혜진 센터장의 설명과 함께 탐방할 수 있었다. 다양한 유형의 공간이 구성되어 있었으며, 또한 각 층의 게시판에는 프로그램 홍보물에서 구인정보까지 빼곡히 붙어 있었다. 그 공간에서 청년들은 삼삼오오 모여 활동하고 있었다. 다목적 스튜디오에서 청년 밴드동아리의 합주 소리를 들으며 청춘삘딩에서의 일정을 마무리하였다. 지역 청년들이 자연스럽게 공간을 활용하는 모습에서 그들의 일상적인 공간 중 하나임을 느낄 수 있었다. 일상적인 공간이 되어 청년들에게 친근함을 보며 청춘삘딩의 보이지 않는 세심함을 느꼈다. 지역 내 활동의 장을 만들고, 더 나아가 청년 정책을 만들어가고 있는 청년들이 만든 이 공간이 지속가능한 지역 공간의 좋은 사례가 되고 있는 것 같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역을 주제로 한 청년 창업실험실, 구로 도시재생 LAB

구로 도시재생LAB은 동양미래대학교 소유의 빈집을 5년간 무상으로 제공받아 리모델링하여 만든 창업공간이다. 이곳은 지역문제나 지역자원을 바탕으로 아이템을 발굴하여 사업을 하고자 하는 청년들이 창업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창업 인턴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청년들은 창업 준비 단계에 따라 사업 공간을 제공받고 사업 경력을 획득하거나 또는 구로 도시재생LAB에서 채용되어 일 경험을 획득할 수 있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아직 구로 도시재생LAB이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 중이어서, 설명을 듣기 위해 동양미래대학교 후문에 있는 학교 어울림센터로 이동했다. 회의테이블과 자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는 트인 거실과 하나의 작은 사무실이 있는 이곳 또한 대학 소유의 주택을 리모델링한 공간이다. 앞쪽 화이트보드에는 창업 인턴들이 모여 논의한 회의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이곳의 운영기관도 꿈지락 네트워크이기에 금천구에서 구로구까지 박석준대표가 이동하여 설명해주셨다. 수도세 사용량으로 폐공가를 찾은 이야기부터, 대학과 이야기하여 공간을 제공받게 된 내용까지. 청년이 행정과 창업공간을 만들어낸 부분들이 순탄치 않았겠지만, 그들의 도전정신과 접근방식은 매우 흥미로웠다.

설명이 끝난 후 도시재생LAB 담당직원이 현재 리모델링 중인 빈집을 안내해주셨다. 어울림센터와 멀지 않은 거리에 있던 이 이곳은 외벽과 집안 모두 기존에 있던 재료를 최대한 활용한 것처럼 보였다. 방을 나누던 문은 공간을 트면서 테이블이 되었고, 그 외의 재료들도 리모델링한 공간 곳곳에 자리 잡았다. 또한 들어가자마자 정면에 위치한 부엌이 보이던 뚫린 벽도 재미있게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곳을 시작으로 빈집을 활용한 창업공간을 더 만들 예정이라고 한다. 이번에는 창업인턴 참여자들과 직접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없어 아쉬웠다. 추후 완공되면 다시 방문하여 청년들이 창업을 준비하는 모습도 보고,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되면 좋을 것 같다.

▲ 도시재생LAB에서 리모델링 중인 빈집 ⓒ 대구 달서구 도시재생지원센터
▲ 도시재생LAB에서 청년 창업 공간으로 리모델링 중인 빈집 ⓒ 대구 달서구 도시재생지원센터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사례탐방을 끝내고 대구로 돌아온 후, 도시재생 마을학교에서는 서비스디자인 방법론을 중심으로 지역 문제발굴과 해결안을 도출하는 프로젝트 수업을 3주간 진행했다. 사례탐방을 다녀온 수강생들은 경험을 토대로 지역자원 조사와 수요자 관점에서의 문제인식에 더 집중하였고, 그 결과 3개 동에 대한 5개의 문제 해결안을 만들어 냈다. 첫 번째로 시도한 청년 교육인 만큼 청년이 지역문제에 관심을 갖도록 했다는 점이 가장 큰 성취였다. 

"우리 동네에도 이런 곳들이 있었으면 좋겠어요."라는 돌아오는 버스에서 수강생이 한 말이 머릿속에 맴돈다. 지역에도 청년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곳들이 많다. 하지만 아직 모르는 청년도, 관심을 갖기 어려운 청년도 있다. 센터가 있는 자치구의 가장 큰 자산 중 하나는 지역 청년이다. 청년이 지역에 관심을 갖고, 지역문제해결에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나 여건을 만들고, 주도하여 주체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도시재생지원센터에서는 어떤 방향성을 설계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도 많다. 또한 지역 도시재생사업에서도 청년공간이 만들어지는 곳에서 청년의 의견이 들어갈 수 있는 실제 활용할 청년이 실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프로젝트 추진을 꿈꿔본다. 주체적인 주민과 청년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면, 어느 순간부터는 지역의 청년들도 "우리 동네에도 이런 것을 만들었어요!"라고 말 할 수 있지 않을까. 지역 청년이 꾸며갈 달서구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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