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혁신로드 ⑫] 서울과 순천을 잇다, 지역과 사람을 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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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혁신로드 ⑫] 서울과 순천을 잇다, 지역과 사람을 잇다
  • 2020.08.28 10:42
  • by 양효정 (순천시청 평생교육과 평생교육과장)

서울시 혁신정책의 사례와 경험을 '여행'이란 형식을 빌려 진행해온 '서울혁신로드'가 올해로 5년 차에 접어들었다. '서울혁신로드'는 도시재생, 마을공동체, 사회적경제 등 관심 테마에 따라 전담 인솔자와 함께 현장을 탐방하는 서울시 정책연수프로그램이다. 일회성의 벤치마킹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지역과의 상생을 모색하고자 긴 안목으로 접근한 서울혁신로드가 정상궤도에 오르기까지 수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다. 서울시의 다양한 혁신정책 현장을 마주했던 5년간 15,000명의 연수 참가자, 서울 혁신 기관의 담당자, 혁신정책 운영하고 있는 공무원, 지역별 지역협력관까지. 라이프인과 '공감만세'가 서울의 혁신기관과 연수 참가 이후 각 지역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소개한다. [편집자 주]

 

혁신정책 추진에서 중요한 것은 정책을 입안하고 구현하는 실무자와 책임자들이 시민과 함께 공감하는 과정이다. 그런 점에서 여행의 이름을 빌려 배우고 나누는 것만큼 효과적인 과정을 찾기는 어렵다. 내부 구성원 간 그리고 이해관계자 간 현장을 직접 체험하고, 토론과 공감의 기회를 갖는다면 정책수립 전에 갈등을 줄이고 의견을 모아낼 수 있다. 물론 정책 현장은 해당 지역 안에 있지만 때로는 멀지 않은 다른 도시를 '배움터'로 삼는 것이 좋다. 지난 5년여간 순천시의 정책기획 연수 현장에 서울혁신로드가 있었다. 서울시민청과 서울혁신파크를 비롯한 50플러스센터, 무중력지대, 문화비축기지, 도시재생 현장 등 실로 다양하다.  

순천에도 혁신 현장이 있다

■ 순천문화의 거리, 도시재생 지역
순천 도시재생은 2015년부터 실질적으로 시작됐다. 계획단계에서 실무를 맡은 공무원들이 찾은 곳은 서울의 도시재생 지역을 비롯해 서울혁신파크와 하자센터, 청년들의 공간 무중력지대 등이었다. 2014년에 선도사업으로 선정된 순천시 향동과 중앙동 지역은 기존 문화의 거리로 불리던 곳이다. 문화의 거리로 불렸지만 시민들에게 열린 문화공간은 없는 공방과 카페들로만 거리를 채우고 있었다.  

일상의 삶 속에 깃든 '생활문화'를 창작예술촌이라는 문화적 거점들을 만들어 공간과 공간을 이어주는 작업이 이 지역 재생의 핵심이었다. 순천시가 도시재생 선도사업으로 조성한 공간적 거점들은 창작예술촌 4개소, 순천부읍성을 상징하는 서문안내소, 과거 승주군청 건물을 재생한 영동 1번지로 6개의 공간들이다. 

▲ 순천시 도시재생 선도지역 사업 기본 및 실시설계도 ⓒ 순천시청
▲ 순천시 도시재생 선도지역 사업 기본 및 실시설계도 ⓒ 순천시청

■ 서문안내소
순천 부읍성이 있을 때 서문이 있던 위치에 세워진 서문안내소다. 이곳엔 작은 마을도서관, 마을방송국, 도시여행안내소 등이 있다. 문화의 거리를 주거지역과 상업지역을 가르는 경계에 위치한 곳으로 마을 안에 가릴 것은 가리고 적절하게 개방된 파티션 역할을 하는 건축물이다.  당초 설계안이 공개되자 인근 주거지 주민들의 반발을 사면서 100여 차례의 토론과 설계변경을 거쳐 현재의 건축물이 조성됐다. 순천만국가정원의 갯지렁이도서관과 정원을 디자인했던 작가가 작품 초안을 스케치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36.5m 넓이와 3.65m 높이의 서문안내소가 탄생됐다.  때로는 주민들에게 풍경이 되기도 하고, 노곤했던 하루를 맡기는 푹신한 방석이 되기도 하는 공간이다. 

▲ 서문안내소 ⓒ 순천시청
▲ 서문안내소 ⓒ 순천시청

■ 장안창작마당과 창작예술촌
현재 3개 권역에서 재생사업이 진행 중인 순천의 첫 번째 재생구역이었던 이곳의 당초 재생 방향은 기존 문화의 거리로서의 정체성과 마을이 가진 역사적, 문화적 자원을 최대한 살리는 것이다. 예술인들 뿐 아니라 시민이 지역문화를 만들고 즐기는 문화주체로 성장하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당시 시민들의 요구였다. 예술인들은 갈 공간이 있어도 시민이 갈 공간은 부족한 게 현실이었기 때문이다. 골목과 마을 속에 내가 비용을 지불하고 소유하거나 잠시 빌릴 수 있는 공간 이외에도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열린 공간이 부족하다. 
  
장안창작마당은 마을주민들이 수시로 드나들며 음식을 나누거나 소소한 만남과 배움 활동을 이어가는 공간이다. 나눔 냉장고가 있는 공유 부엌에서는 봉다리학교가 열리고, 어른들을 위한 요리교실이 열린다. 마을 텃밭에서 함께 기른 배추로 김장을 해서 이웃과 나누면 때때로 유명 작가들의 전시와 강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청년과 어르신, 주민과 예술가, 정주민과 여행객을 이어주는 공간으로 정착했다.  

▲ 장안식당(정육식당)을 리모델링해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한 장안창작마당 ⓒ 순천시청 블로그
▲ 장안식당(정육식당)을 리모델링해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한 장안창작마당 ⓒ 순천시청 블로그
▲ 입주 작가와 주민이 함께 문화로 소통하는 장안창작마당은 공유부엌 '장안부엌'과 창작공방 '봉다리학교', 어린이 창작 목공소, 장안여인숙, 작가 레지던시로 구성되어 있다. ⓒ 순천창작마당
▲ 입주 작가와 주민이 함께 문화로 소통하는 장안창작마당은 공유부엌 '장안부엌'과 창작공방 '봉다리학교', 어린이 창작 목공소, 장안여인숙, 작가 레지던시로 구성되어 있다. ⓒ 순천창작마당

■ 영동 1번지와 청년센터
서울혁신파크는 작은 기업과 단체들 수백 개가 보이지 않은 질서와 연대 속에서 활발한 에너지를 분출하고 있었다. 수많은 사회적경제조직과 청년들의 창업을 돕는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과 기관들이 함께하고 있었다. 통제와 억압이 아니라 스스로 참여하고 결정하는 청년들의 구심점이 되는 공간이 순천에도 필요했다. 

과거 승주군청으로 쓰이던 건물은 철거를 앞두고 있었다. 철거에 대한 찬반 의견이 분분하던 시기, 토론과 협의의 지난한 과정을 겪어 결국 살아남았다. 시민들에게 내주는 생활문화센터로 조성된다. 이름하여 영동 1번지. 과거 진짜 주소를 그대로 건물명으로 살렸다. 이곳에 청년센터가 함께 자리하고 있다. 공유하고 나누되 서로 간섭하지 않는 다양한 공간들이 조성됐고 이곳에서 순천이 많은 중간지원조직들이 이 공간을 활용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마을공동체센터, 청년센터, 도시재생센터, 사회적경제지원센터, 풀뿌리교육자치협력센터 등 마을과 공동체, 학교와 기업들의 마주침이 이곳을 통해 시도되고 있다. 

▲ 생활문화센터 영동1번지 내 청년센터 ⓒ 순천시청
▲ 생활문화센터 영동1번지 내 청년센터 ⓒ 순천시청
▲ 1929년 순천군청 전소(1929), 1930년 순천군청(1930), 1978년 승주군청(1978) ⓒ 순천시청
▲ 1929년 순천군청 전소(1929), 1930년 순천군청(1930), 1978년 승주군청(1978) ⓒ 순천시청
▲ 교보생명(1983), 도시재생지원센터(2015), 생활문화센터(2018) ⓒ 순천시청
▲ 교보생명(1983), 도시재생지원센터(2015), 생활문화센터(2018) ⓒ 순천시청

순천시는 서울혁신로드를 비롯해 전주, 완주, 청주 등 다양한 지역의 정책들을 시장과 간부공무원, 중간지원조직 실무자와 현장 활동가들이 함께하는 각각의 과정을 만들어 기획 연수를 진행해왔다. 전국의 다양한 현장을 돌아보면서 참가자들이 알게 된 것이 있다. 바로 지역마다 과정과 계기는 다르지만 혁신로드로 엮어볼 만한 현장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지역과 지역을 잇고 사람과 정책을 잇는 연결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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