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혁신로드④] 장애청년, 자립을 맛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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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혁신로드④] 장애청년, 자립을 맛보다
  • 2020.05.21 16:00
  • by 박성민(대구광역시장애인부모회 과장)

서울시 혁신정책의 사례와 경험을 '여행'이란 형식을 빌려 진행해온 '서울혁신로드'가 올해로 5년 차에 접어들었다. '서울혁신로드'는 도시재생, 마을공동체, 사회적경제 등 관심 테마에 따라 전담 인솔자와 함께 현장을 탐방하는 서울시 정책연수프로그램이다. 일회성의 벤치마킹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지역과의 상생을 모색하고자 긴 안목으로 접근한 서울혁신로드가 정상궤도에 오르기까지 수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다. 서울시의 다양한 혁신정책 현장을 마주했던 5년간 15,000명의 연수 참가자, 서울 혁신 기관의 담당자, 혁신정책 운영하고 있는 공무원, 지역별 지역협력관까지. 라이프인과 '공감만세'가 서울의 혁신기관과 연수 참가 이후 각 지역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소개한다. [편집자 주]

 

2014년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발달장애인에게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중 가장 큰 변화는 발달장애인들의 자기결정권 존중과 자립생활 지원이다.

대구시는 발달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고 자립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2011년 시범사업을 시작하여 현재까지 8개 구·군에 '발달장애인자립지원사업'을 지원해오고 있다.

우리 협회는 2년 차 수행기관으로, 발달장애인들이 센터에서 습득한 훈련내용을 실천해보고 당사자들이 직접 구상하는 캠프를 통해 자기결정권 행사를 몸소 느껴 보고자 1박 2일간 서울 여행을 계획했다.

우리의 여행은 담당자들의 최소한의 조력을 원칙으로 당사자들의 여러 차례 회의를 통해 숙소, 먹을거리, 가볼 곳 등이 결정됐다. 준비 기간만 두 달이 소요되었고, 비용도 정해진 예산에서 해결해야 했다. 누군가의 보호 속에서 제한된 선택권만 주어진 그들에게 어쩌면 여행을 기획하는 것은 과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담당자의 우려일 뿐 학습 및 훈련을 통해, 매체를 통해, 발달장애인 동료들을 통해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었고 욕구도 높았다.

여행하면서 다른 지역의 발달장애인을 만나고 그들의 삶도 소개해주고 싶었는데 '서울혁신로드'에서 서울지역의 발달장애 커뮤니티와 연결을 도와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관련 내용을 공유했더니 당사자분들도 좋아해 '성미산 마을'의 '사부작'과 '성미산좋은날협동조합'의 발달장애 청년과 만남이 성사되었다.

복잡한 서울에서 발달장애인 10명과 함께 대중교통만을 이용하여 다니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서울혁신로드'에서 여행 목적에 알맞은 장소를 찾아보고 주변 볼거리, 숙소, 관련 식당 등을 추천해 준 덕분에 당사자들이 원하는 장소들을 수월하게 여행을 할 수 있었다.

▲성미산 마을회관 앞에서 찍은 단체사진 ⓒ 대구광역시장애인부모회
▲성미산 마을회관 앞에서 찍은 단체사진 ⓒ 대구광역시장애인부모회

우리가 다녀온 성미산 마을은 매스컴을 통해 많이 소개되었지만, 우리에겐 조금 생소한 곳이었다. 성미산 마을은 성미산 인근에 사는 사람들이 모여서 공동육아를 비롯한 커뮤니티를 이룬 마을이다. '공동육아'를 위해 어린이집을 만든 것을 시작으로 '공동'프로젝트가 꾸준히 늘어나 현재는 성미산 마을 일원으로 불리는 커뮤니티가 40개~50개에 이른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발달장애인 청년들이 마을 안에서 자신의 삶을 설계할 수 있도록 돕고 있는 '발달장애청년 허브, 사부작'을 방문했다. 사부작의 최경화 대표와 청년들을 만나 차 한잔을 마시면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성미산 마을에서 자란 발달장애인 청년들은 마을 안에서 이웃과 교류하며 자신들이 좋아하는 일거리로 경제적 활동을 하고 있었다. 사부작에 들어서는 발달장애 청년들이 주민들과 이름을 부르며 서로 인사하고 안부를 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대부분의 발달장애 부모들은 졸업 이후 돌볼 곳에 대해 고민이 많은데 마을 근처에 스스로 편하게 갈 수 있는 곳이 있다는 점이 부럽기도 했다.

▲'발달장애허브, 사부작'의 최경화 대표의 설명을 듣고 있는 장면 ⓒ 대구광역시장애인부모회
▲'발달장애허브, 사부작'의 최경화 대표의 설명을 듣고 있는 장면 ⓒ 대구광역시장애인부모회

'성미산좋은날협동조합'은 성미산 마을에서 자란 장애 청년들이 함께 더치커피를 만드는 마을기업이다. 강진욱 대표와 성미산좋은날협동조합에서 직접 로스팅한 커피를 마시며 자세한 이야기 들을 수 있었다(커피가 부드러우면서도 깊은 맛이라 나를 포함해 당사자들도 한 봉지씩 구매했다). 성미산좋은날협동조합은 2013년에 문을 열어 많은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으나 지금은 서로 차도 한잔 권할 정도로 당사자들의 사회성도 높아지고 운영상의 판로도 넓어졌다고 한다. 강진욱 대표는 일반 노동시장에 참여하기 어렵고 경쟁 고용이 어려운 장애인들에게 최저시급으로 일자리를 제공하고 더 많은 일자리 제공을 위해서는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의 사회적 책임이 우선적이고 적극적으로 실천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3시간가량의 마을 탐방을 마무리하면서 마을 안에서 구성원으로 인정받고 존중받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성미산 마을 커뮤니티 안에서 생활하는 발달장애인 청년들의 삶이 부럽게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발달장애인 자립의 방향과 지역사회에서 소통하는 방식, 그들을 조력하는 방법 등을 고민할 수 있었고, 당사자들에게도 좋은 추억이 되었다. '사부작' 커뮤니티의 청년들이 대구에 오면 만나기로 했는데 그 약속을 꼭 지킬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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