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사회혁신, 범상치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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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 사회혁신, 범상치 않으려면
범상치 않은 사회혁신
  • 2021.01.04 17:43
  • by 김정란 기자
09:21

우리 사회에는 해결해야만 하는 여러 가지 문제들이 있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일이지만, 그럼에도 좌절하기 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부분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있고, 그를 위한 논의는 계속된다. 라이프인은 2021년 소셜솔루션 미디어로서의 개편을 준비하면서, 우리가 다룰 이야기가 어떤 방향을 바라봐야 할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에 따라 지난 연말, 우리 사회에 솔루션이 필요한 세 가지 분야 ▲사회혁신 ▲기후위기 ▲지역문제에 대한 공감대를 나눠보는 '수다회'를 마련했다. 지난해 대한민국을 세계에 알리는 데 한몫을 했던 이날치밴드의 '범내려온다' 속 호랑이의 발걸음처럼 생동감 넘치는 이야기들이 나오기를 기대한 이 행사에서, 우리는 '범상치 않은' 문제 해결을 위한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자기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이들을 초청해 우리 사회의 문제와 그 해결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고, 어떤 자세가 필요한지 이야기를 나눠보는 시간을 가졌다. 라이프인의 수다회 '범 내려온다'에는 본지를 후원하는 후원독자들이 사전 신청을 통해 온·오프라인으로 함께하는 시간을 갖기도 해 더욱 뜻깊었다. [편집자 주]

 

▲ 사회혁신 수다회는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왼쪽 위가 진행을 맡은 이영동 대표, 오른쪽 위가 성지은 연구위원, 셋째줄 왼쪽부터 김광현 팀장, 강홍렬 교수. 온라인 갈무리.
▲ 사회혁신 수다회는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왼쪽 위가 진행을 맡은 이영동 대표, 오른쪽 위가 성지은 연구위원, 셋째줄 왼쪽부터 김광현 팀장, 강홍렬 교수. 온라인 갈무리.

가장 먼저 진행된 '사회혁신' 분야 수다회, '범상치 않은 사회혁신'은 소셜밸런스 이영동 대표가 진행을 맡고, 카이스트 문술미래대학원 강홍렬 교수,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성지은 연구위원, 아웃도어 전문 브랜드 파타고니아 환경팀의 김광현 팀장이 참여했다. 라이프인은 이들에게 사회혁신은 누가 하는지, 사회혁신에 모두가 참여하기 위해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듣고 싶었다. 이날 수다회는 본래 직접 만남을 갖는 오프라인 간담회로 기획됐지만, 12월 초 갑작스런 코로나19 확산으로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다양한 분야에서 참여한 진행자와 패널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혁신에 어떻게 참여하고 있는지, 사회혁신을 위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이야기를 활발하게 나누었다.  

▲ '범상치 않은 사회혁신'은 이영동 대표의 진행으로 소셜밸런스에서 열렸다. ⓒ라이프인
▲ '범상치 않은 사회혁신'은 이영동 대표의 진행으로 소셜밸런스에서 열렸다. ⓒ라이프인

'사회혁신'이 필요한 분야는 다양하고, 그를 위한 활동도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의 성지은 연구위원은 사회혁신을 위한 하나의 솔루션으로 작동하고 있는 '리빙랩'을 소개했다. '생활 속 연구실'이라는 뜻을 가진 리빙랩은, 자신의 주변에서 발생하는 사회문제를 직접 해결하려는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조직이다. 리빙랩에 관해서는 향후 성 박사의 기고 등을 통해 더 자세하게 소개할 예정이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국가 등 큰 조직이 어떤 관점을 가지고 움직여야 하는지 연구해 온 미래학자 강홍렬 교수는 사회혁신에 대한 중장기 전략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강 교수는 "사회혁신에 대한 각자의 정의조차 여러 개인 만큼 사회혁신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힘들다"면서 사회혁신에 이르기 어려운 이유와 우리가 제거해야 할 장벽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김광현 팀장은 세계적인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의 환경팀 소속이다. 영리적인 관점에서도 성공적인 결과물을 내놓고 있는 파타고니아에 대해 김 팀장은 파타고니아가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어떻게 영리적인 면에서도 미션에 있어서도 성공적인 결과를 낼 수 있었는지 이야기했다.

진행을 맡은 이영동 대표의 '소셜밸런스'는 사회혁신을 지원하고 지속가능한 공익을 창출하는 공익지식전문가 그룹이다. 이 대표는 "사회혁신에 대한 시민, 기업들의 참여도가 변화하고 있다"며 우리 사회 속 사회혁신의 변화에 대해 들려주었다.

▲ 강홍렬 교수
▲ 강홍렬 교수

■ 사회혁신은 누가 하는가? 우리도 사회혁신에 참여하고 있는가?

우리 사회에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이 부분에 대한 인식은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다. 이영동 대표는 "2016년 진행된 한 설문조사에서, 기부 등 사회를 바꾸는 활동에 참여하겠다는 사람들은 30% 정도였다. 그런데 2020년 7월쯤 나온 상반기 연구결과에 따르면 기부활동, 자원봉사에 참여하고 싶다는 사람이 각각 50%, 80% 정도 됐다. 사회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있고, 나라도 뭔가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러면서 사회문제 해결에 참여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현장에서는 (코로나19 시국에) 비대면으로라도 무엇인가 해보고 싶다는 의뢰가 많이 오고 있다"며 사회 변화에 대한 참여 욕구가 높아진 세태를 보여주었다.

성지은 위원이 발제를 통해 소개한 '리빙랩'은 사회혁신에 우리 모두가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솔루션이기도 하다. 문턱이 낮은 연구실을 뜻하는 '리빙랩'에는 자신이 불편한 것을 직접 해결하고 싶은 참여자들이 많다. 최근의 사회혁신은 전문가만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짙어지면서 직접 참여하는 사람들을 위한 조직들이 많아지고 있고, 리빙랩도 그중 하나다. 그는 "리빙랩은 실험해보고 가능한지 아닌지를 보면서 전면을 쓸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다음 단계로 스케일업할 수 있다. 전환도 큰 개념이 아니다. 미세먼지, 플라스틱을 내가 어떻게 하느냐 고민하는 것이 시스템 전환을 고민하는 것"이라며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소비자를 만드는 것, 환경을 보호하는 기업을 지키겠다는 권리이자 의무를 이행하는 소비자를 어떻게 만드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강홍렬 교수는 사회적경제조직의 설립으로 사회혁신에 참여하고 싶은 사람들이 경계심을 가질 수 있도록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진정한 사회혁신을 위해서는 우리가 성공 스토리에만 빠지지 않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강 교수는 "스타트업의 성공 확률이 20분의 1이라고 한다. 망하는 20분의 19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엄청나다. 그럼에도 (일반)'벤처'라는 것은 하나가 성공하면 가치가 엄청 커진다. 하지만 (사회적경제조직은) 사회·문화적으로 연결되지, 엄청난 경제적 가치가 되지는 않는다. 실패 스토리를 잘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김광현 팀장
▲ 김광현 팀장

■ 기업은 사회혁신에 참여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돈'이 가장 먼저일 것 같은 기업도 사회문제 해결에 참여할 수 있을까? 이날 수다회에는 최근 많은 사회적경제조직들에 영감을 주고 있는 기업 파타고니아가 참여했다. 파타고니아의 김광현 팀장은 "파타고니아는 '사회혁신'을 내세우는 기업이 아니다"고 강조하면서도 "저희에게 이렇게 많은 관심을 주시는 이유는 파타고니아가 환경보호라는 미션에 근간해 사업을 하면서, 미션과 사업 모두 성공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영동 대표는 "파타고니아는 '사회혁신을 누가 하느냐'에 대한 경계를 깨뜨리고 있지 않나? 파타고니아를 소개하신 내용을 보면 비영리기구의 활동같다는 느낌도 든다. 우리가 그런 운영체계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회와 조직을 밀접하게 운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감동이 있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우리처럼 옷이나 제품을 만드는 조직은 환경에 피해를 끼친다. 파타고니아는 환경보호를 위한 사업을 하기 때문에 제품 생산 과정에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 목표다. 재생소재를 이용하는 옷도 많다. 비즈니스 경쟁력인 품질을 유지하는 것이 우리의 혁신을 위한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나아가려고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강홍렬 교수는 기업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추구하는 일이 어려운 이유에 관해 설명했다. "기업의 기본 가치는 경제적 가치다. 사회적 가치를 내는 것은 여기에 플러스 알파를 하는 것이다. 특히 사회적경제의 경우 성공 사례가 생겨도 사회·문화적으로 연결되지, 일반 벤처처럼 엄청난 경제적 가치를 내지 않는다. 기업들이 모두 파타고니아처럼 하지는 않는 이유"라고 말했다.

성지은 위원은 "그러나 요즘은 기업들도 사회적 문제나 난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지속가능하지 않다. 사회문제에서도 레드오션이 아니라 블루오션을 만들어내야 한다"며 일본 기업의 사례를 들기도 했다. "파타고니아에게 환경문제가 비즈니스가 되는 것처럼 일본 히타치도 사회혁신을 전면에 두면서 잘 나가고 있다"며 사회적 가치를 앞세운 글로벌기업들의 성공 스토리를 들려주기도 했다.

이영동 대표는 최근 기업들이 보여주고 있는 변화에 관해 이야기했다. "파타고니아의 이야기를 들으면, 일반적인 기업들도 그런가에 대해 물음표가 있다. 하지만 최근 모 기업이 임직원들에게 5개년 동안 시민성 교육을 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기업이 왜 시민의식을 얘기하려고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이 계획은 임직원들뿐 아니라 자녀들도 공부시키겠다는 계획이었다. 이런 것을 보면 변화들이 관찰되는 시대라는 생각이 든다. 뭔가 큰 변화 앞에 서 있는데 우리가 어떻게 움직일까에 대한 얘기를 많이 나눠보지 못 한 것 같다. 아직은 수면 위에 혁신하겠다는 이야기를 잘못하고 있지 않았나"라며 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대라는 점을 짚었다.

■ 사회혁신의 인재는 왜 중요한가?

▲성지은 연구위원
▲ 성지은 연구위원

사회문제를 혁신적인 방향으로 해결해 나가려면 무엇보다 사람이 중요하다. 특히 경제적 가치를 내면서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사회적경제조직의 경우 최근 가장 고민이 많은 부분이 품질이다. 품질이 따라줘야 지속가능성이 담보되며, 그러려면 능력 있는 인재가 필요하다. 최근 사회적경제 분야에서도 어떻게 하면 이 분야에 참여할 인재를 육성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계속되고 있다.

성지은 위원이 이야기한 '리빙랩'은 문제 해결이 필요한 당사자들이 참여하기 때문에, 참여하면 할수록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특히 리빙랩의 경우 환우의 부모가 질병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참여하는 등 당사자가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혁신의 인재 양성에 있어서도 강점이 있다. 그는 "최근 '리빙랩과 젠더' 포럼을 진행하기도 했는데, 여성들이 리빙랩 활동을 재미있어 한다. 전 세계적으로 같은 맥락이다. 여성들이 보듬고 공감하고 함께하면서 문제를 풀어나가고 해결한다"며 여성들의 참여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미션을 앞에 둔 기업에서는 어떤 인재를 원할까? 김광현 팀장은 최근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 했다. 그는 "파타고니아의 경우 함께 일하려면 자신의 경력이 훌륭해야 한다. 하지만 환경 보호에 있어서는 활동가만큼의 진정성과 사명의식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업무 평가를 잘 받으려면 일의 전문성을 우리 비즈니스에 어떻게 적용할지, 환경보호에 어떻게 적용할지가 중요하다"고 말해,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미션 실천에 인재의 능력을 결합시키기 위해 늘 고민하고 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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