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기업, 그 생생한 현장을 가다] 주택협동조합의 플랫폼, 하우징쿱주택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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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기업, 그 생생한 현장을 가다] 주택협동조합의 플랫폼, 하우징쿱주택협동조합
  • 2024.04.05 12:34
  • by 정원각 객원기자

필자는 2023년에는 ▲동고동락협동조합 ▲부산커피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멘퍼스 ▲전남 목포 건맥1897협동조합 ▲참손길공동체협동조합 등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자립한 사회적경제기업 모델을 소개함으로써 현재 어려운 사회적경제기업들이 배울 수 있는 정보와 팁을 제공하였다면 2024년에는 ▲주택 분야 ▲에너지·태양광 분야 ▲의료복지 분야 ▲사회서비스 분야 ▲자금조달 분야 ▲판로 개척 분야 ▲자원재생 분야 ▲컨설팅·인큐베이팅 분야 등 분야별 사회연대경제조직들을 방문해 어떻게 활동하고 운영하는지 생생한 현장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74번의 협동조합 포럼, 세미나를 진행한 하우징쿱주택협동조합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되기 몇 달 전인 2011년 9월 23일, 주택협동조합에 관심 있는 십여 명의 사람들이 공부 모임을 시작했다. 이후 매월 1회 정도 세미나, 포럼, 강연 등의 방식으로 공부를 했는데 2018년 10월 마지막까지 무려 74회였다. 22회 공부 모임을 한 이후 2013년 6월 4일 하우징쿱주택협동조합(초대 이사장 기노채) 창립총회를 했다. 약 1년 10개월 동안 협동조합, 주택협동조합 등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28명의 조합원과 2백8십만 원의 출자금으로 시작했는데, 이 주택협동조합이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주택소비자협동조합 1호 신고증을 받았다. 하우징쿱주택협동조합(이하 '하우징쿱') 설립과 7년 동안 74회 포럼을 주도한 기노채 전 이사장을 만나서 하우징쿱의 과정과 역할 그리고 주택협동조합의 과제 등을 듣고 정리했다.
 

▲ 하우징쿱주택협동조합 창립 총회. 기노체 전 이사장 제공
▲ 하우징쿱주택협동조합 창립 총회. 기노체 전 이사장 제공

농협, 수협, 신협, 생협 등 8개의 특별법 협동조합이 있지만 국민 누구나 다섯 사람 이상 모으면 협동조합을 창립할 수 있는 '협동조합기본법'은 국회에서 2011년 12월 20일 통과가 되었지만, 시행은 1년이라는 경과 기간이 지난 2012년 12월부터 시작했다. 시행령, 시행규칙 준비 외에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준비들이 필요했다. 그리고 주택협동조합은 여타의 협동조합보다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것은 생애 가장 큰 경제적 부담을 가지는 협동조합이기 때문이다. 소비자 5명이 모여서 몇만 원씩의 출자금으로 만들 수 있는 경우와 달랐다. 더구나 주택문제는 개인에게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가장 크고 민감한 이슈 중의 하나다.

주택협동조합이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들의 정비도 필요

하지만 협동조합기본법 시행을 위해 경과 기간을 1년 두었어도 주택협동조합 설립은 쉽지 않았다. 조합원들도 준비가 부족했지만 관련 법도 정비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협동조합이 주택을 건축하기 위해서는 협동조합기본법, 시행령, 시행규칙만 정비된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주택사업은 개발 리스크도 상존하고 있어 사업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가 필요하고, 진행 과정에 많은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계획과 관리체계가 필요한 것이다. 특히, 서울에서 새로 건축할 부지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다. 이에 더해 사회적 목적을 가진 활동은 민법의 법인이 하고 경제 사업을 하여 이윤을 남기는 것은 상법의 법인이 하는 것으로 구분되어 있는 자본주의 한국 사회에서 사회적 목적과 경제 사업을 동시에 추구하는 협동조합이라는 법인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이런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8개 특별법에 의한 협동조합들과는 또 다른 상황이다.
 

▲ 구름정원사람들 주택. 기노체 전 이사장 제공
▲ 구름정원사람들 주택. 기노체 전 이사장 제공

이런 가운데 하우징쿱은 설립 이후인 2013년 7월부터 논의, 준비하여 2014년 10월 서울시 은평구에 '구름정원사람들'이라는 공동주택을 건축했다. 원래는 협동조합이 주택을 소유하고 운영하는 협동조합주택을 목표로 했으나, 다양한 원인으로 중간에 포기하고 입주자 소통과 교류를 위한 공유공간을 가진 공동체주택을 건축하고 소유권은 개인이 갖는 것으로 변경하였다. '구름정원사람들 주택'이 협동조합주택이 되지 못하고 공동체주택이 된 것은 조합원의 준비와 제도적 정비가 모두 부족했기 때문이다. 우선 입주자들은 본인이 설계와 건설 과정에 참여한 주택에서 이웃과 함께 소통하면서 사는 기대감이 커서 참여했지만, 정작 주택협동조합 자체에 대한 이해와 준비가 부족했다. 협동조합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있지 않다면 개인 자산의 상당 부분을 협동조합 법인에 출자하는 것이 쉽지 않은 선택이었던 것이다. 다음으로 사회적으로 주택협동조합을 수용할 만한 제도적인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예를 들면 주택협동조합이 주택을 개발하고 소유할 경우 법인에 대한 대출이 쉽지 않고, 대출이 된다고 해도 대출 조건이 불리한 데다가, 개인이 소유할 경우보다 관리가 까다롭고 불필요한 법인 관리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결국 최종 여덟 가구가 참여했는데 1층과 지하의 근린생활시설만 공동 등기를 하고 단위 주택은 모두 개인 소유 등기를 했다. 

주택협동조합이라는 법인이 임대인이 되고 조합원은 임차인이 되어야 

주택협동조합 원래의 모습은 협동조합 법인이 건물을 소유하여 임대인이 되고 조합원은 법인의 출자자로서 공동의 주인이면서 동시에 임차인이 되어, 원하는 기간 동안 안심하고 사는 것인데 그리되지 못하고 개별 소유가 된 것이다. 하지만 하우징쿱이 직접 개발에 참여한 경우에는 최소한 비용을 제외하고는 개발이익이 조합원에게 돌아가 조합원으로 참여한 개인들에게는 주변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본인이 원하는 주택을 마련할 수 있어서 개인 입장에서는 좋을 수도 있다. 구름정원사람들 주택의 경우에 주택협동조합의 성격은 유지하지 못하게 되었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1층 카페, 식당과 지하의 활동 공간은 공동으로 소유하는 등기를 했다. 공동체주택이 된 셈이다. 한편, 주택협동조합은 주거 공간에 대한 소유 방식의 문제만 발생하지 않는다. 같은 공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간의 관계에서도 발생한다. 특히, 더불어 살아가는 생활, 민주적으로 결정하는 훈련 등이 필요하다. 

기노채 하우징쿱 초대이사장은 대형 건설회사에서 근무를 했고, 서울주택도시공사 이사회 의장을 지냈으며 주로 서민주택을 공급하는 중소건설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보니, 협동조합주택, 사회주택, 공동체주택 등에 대한 자문, 컨설팅, 건설 등의 요청이 많이 들어온다. 2014년 구름정원사람들주택에서 시작해서 현재까지 협동조합주택, 공동체주택. 사회주택 등에 대해 자문과 컨설팅을 거쳐 건축을 완공한 프로젝트가 총 26개, 설계 및 건설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총 4개에 이른다.
 

▲ 기노채 전 이사장이 자문한 공동체주택과 사회주택들 목록.
▲ 기노채 전 이사장이 자문한 공동체주택과 사회주택들 목록.

협동조합이 법인으로서 임대인이 된 본격적인 주택협동조합, 오시리가름주택협동조합

앞에 기술한 구름정원사람들주택의 경험을 바탕으로 주택협동조합 설립을 도운 곳은 제주도 서귀포시 표선읍에 있는 오시리가름주택협동조합(초대 이사장 진병무, 이하 ‘오시리가름조합’)이다. 이 주택협동조합에는 16가구에서 31명의 조합원이 참여했는데, 대부분 수도권에 사는 사람들이지만 은퇴하면 제주에서 살려고 하는 사람들이다. 이 중에는 은퇴 후에 수도권에서 살려고 땅을 사 놓은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추운 수도권보다는 따뜻한 제주가 더 매력적이라는 생각에서 주택협동조합에 참여하게 됐다. 먼저 이런 내용을 사람들에게 설명하고 동의하는 사람들을 모아 2014년 7월부터 서울 하우징쿱 사무실에서 협동조합, 주택 등에 대해 공부를 시작하고, 그해 10월 4일 오시리가름주택협동조합 창립하였고, 11월 14일 협동조합 명의로 토지매매 계약을 체결하고, 본격적인 마을 설계를 시작하여 2015년 2월 5일 건축 허가들 받고 착공하여, 2016년 5월 25일 사용승인을 받았다.
 

▲ 제주 오시리가름협동조합주택. 기노체 전 이사장 제공
▲ 제주 오시리가름협동조합주택. 기노체 전 이사장 제공

지방에서 진행되는 주택 개발사업이 큰 지체없이 계획대로 순조롭게 진행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각 분야에서 역할을 하는 조합원들의 힘이 컸다. 특히, 조합원 중에 로펌에 근무하는 변호사가 있어서 관련 법을 검토하고 협동조합이 주택을 소유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정관을 만들었다. 그리고 한 가구당 1억 4천만 원씩 출자하고 총사업비에서 출자금을 제한 금액인 1억 5천에서 2억 3천만 원 사이의 금액을 주택 임대보증금으로 내어 사업비를 충당했다. 약 8년이 지난 현재, 대부분의 조합원들이 오시리가름협동조합주택에 입주하여 살고 있다. 오시리가름협동조합단지의 전체 대지는 2,138평이고, 이곳에는 30평 전후 규모의 단지형 단독주택 16채와 도서관 1동, 커뮤니티 하우스 1동, 기존주택 1채가 배치되어 있다. 부지의 양끝단에 주차장을 배치하여 단지 안은 보행자 공간과 조경으로 구성되어 쾌적한 입주민에게 주거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도서관은 조합원들이 모여 회의와 독서공간으로 사용하고, 커뮤니티 하우스는 조합원들이 모여 일상소통, 취미활동, 회의, 공동식사와 파티 등의 용도로 사용한다. 아울러 제주에 귀농, 귀촌하는 사람들을 위해 기존 주택 1채를 리모델링하여 저렴한 가격에 임대하고자 했다.

20대, 30대, 50대가 함께 사는 세대 융합형 공동체주택

또 다른 예로는 최근 서울시 양천구에서 세대 융합형 공동체주택인 목동달품은집 건축을 지원했다. 이 프로젝트의 부지는 기노채 대표가 2016년 경매로 목동에 작은 대지 한 필지를 구입하고, 몇 년 후 건설회사 명의로 인접 짜투리 땅을 저가로 추가 매입하여 인근 시세에 비해 20% 이상 낮은 가격인 평당 1900만 원으로 협동조합주택 용도의 토지를 마련했다. 그런데 토지 매물이 나온 시점에 주택협동조합이 설립되어 있지 않아 건설회사의 명의로 토지를 구입한 것인데, 이를 신설한 주택협동조합에 매각하여 협동조합주택을 건축할 경우, 건설회사에 과도한 취득세가 부과되고 신설 주택협동조합에도 취득세가 중과되어 주택협동조합으로 사업추진이 어렵게 되었다. 건설회사가 주택을 건설하고 준공과 동시에 신설 주택협동조합에 매각할 경우에는 취득세 중과, 종부세 부과, 금융기관 대출의 어려움 등이 많아 추진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또한 협동조합이 소유하고 운영하는 협동조합주택의 경우에는 논리상 임대보증금 보증보험 가입이 필요 없는데도 불구하고 2020년 7.10 대책에 의해 의무화되어 이로 인한 어려움과 불필요한 비용이 계속된다. 결국 이 프로젝트는 주택 소유권은 개인이 갖고, 공동체 시설은 공동으로 소유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현재 이 주택에는 20대, 30대, 50대 등 다양한 연령대의 다섯 가구가 입주하여 상호 돌봄, 비정기적인 식사와 파티, 지속적인 소통 등을 하는 세대 통합형 공동체를 만들어 가고 있다.
 

▲ 은혜공동체주택협동조합. 기노체 전 이사장 제공
▲ 은혜공동체주택협동조합. 기노체 전 이사장 제공

협동조합주택 건설 컨설팅을 한 곳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곳 중의 하나가 바로 은혜공동체주택협동조합이다. (2024년 3월 1일 라이프인 기사 "주거를 넘어 의료, 교육까지 강한 유대로 함께 하는 은혜공동체주택협동조합" 참조) 이 주택협동조합은 땅을 매입하는 시기부터 공간 구성을 위한 조합원이 참여하는 설계 그리고 건축까지 컨설팅했고 제2호, 제3호도 역시 협력하고 있다. 또한 2019년 10월 경남 산청군에도 단독주택 30채와 공동체 공간 1채로 구성된 '큰들마당극마을' 조성 사업에도 컨설팅과 건축을 했다. 2024년 3월에 완공한 상설 공연장인 큰들 마당극장 신축도 도왔다.
 
주택협동조합의 실패 원인은 조합원들의 준비 부족과 정부의 정책 변화

이렇게 성공적인 모델만 있는 것은 아니다. 협동조합이나 공동체주택이 되지 못하거나 해산을 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조합원(또는 구성원)들의 갈등으로 인해 협동조합 또는 공동체주택의 성격을 잃어버리는 것과 정부의 정책 변화로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먼저 구성원들의 갈등으로 실패한 사례다. 수도권의 한 지역에서 공동체주택으로 추진한 곳은 기존에 좋은 관계를 유지하던 사람들인데 구체적으로 들어가면서 관계가 더 힘들어진 경우다. 초기에는 드러나지 않았는데 사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입주한 이후 잠재해 있던 갈등이 깊어져 공동체주택에 참여하기 이전보다 행복감이 현저히 저하된 것이다. 이는 평소에 친한 관계라도 협동조합으로 재산 등의 소유관계를 조정하는 것은 별도의 공부와 합의하는 훈련이 필요함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이와 함께 조합원 간 갈등이 생길 경우, 이를 조정하고 해결할 수 있는 리더나 조직적이고 민주적인 해결 프로세스가 없다면 주택협동조합에 참여하는 것이 더 불행해질 수 있는 것이다.

정부의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인해 주택협동조합이 종부세를 내야 해서 해산함

다음으로는 정부의 부동산정책 변화로 인해 문제가 발생한 사례들을 몇 개 들어 보려 한다. 특히 2020년 7.10 정책 중의 하나는 주택을 소유한 법인에 기본금액 공제 없이 무조건 종부세를 부과하기 시작한 것이다. 불과 몇 년 전에는 임대주택 공급의 확대를 위해 법인이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것을 장려해 놓고 어느날 갑자기 획일적으로 종부세를 부과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일부 임대업자들이 수십, 수백 채를 임대하면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획일적으로 하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 정부의 정책이 오락가락 변경하고 획일적으로 적용하는 바람에 주택협동조합은 해산되고 새로운 주택협동조합 설립은 더욱 어려워졌다. 

첫째. 젊은 의료인들 중심으로 이루어진 '푸른마을주택협동조합'은 건설형 단기 임대주택 사업자였는데, 정부의 갑작스러운 단기 임대주택 사업 폐기로 주택공시가의 6%에 달하는 종부세를 매년 내게 된 경우다. 결국 주택협동조합은 주택을 개인에게 매각하고 해산하였다. 둘째, 청주시에 있는 '소소다향'이라는 공동체주택 마을에는 2억 미만의 저렴한 단독주택 9채에 30여 명이 함께 살고 있었는데 2021년 무려 8,463만 원에 달하는 종합부동산세가 부과되어 어려움을 겪었다. 셋째, 인천에서 청년들이 모인 '우리동네사람들'이라는 공동체도 지역에서 선한 사회활동을 하는 예비사회적기업인데 공시가격 1억 6,200만 원의 다세대주택 1채로 541만 원의 종합부동산세를 부과받았다. 넷째, 충남 홍성에서 무주택 청장년 5명이 모여 만든 공유주택협동조합은 연면적 45평, 공시가격 1억 3,100만 원의 단독주택을 1채 소유하고 있는데 2021년 438만 원의 종합부동산세를 부과받아 큰 고통을 겪었다. 이와 같은 금액은 경제적 여유가 없는 청년 세대에게는 매우 큰 금액이다. 이러한 불합리하고 즉흥적인 부동산정책은 협동조합주택, 공동체주택과 같은 사회주택들의 발전에 큰 제약이 되었다.
 

▲ 서울시 성산동의 사회주택(함께주택3호). 기노체 전 이사장 제공
▲ 서울시 성산동의 사회주택(함께주택3호). 기노체 전 이사장 제공

이제 그동안 4회 연재한 내용과 기노채 전 이사장의 의견을 바탕으로 주택협동조합이 우리 사회에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한 조건, 환경을 정리해 보자. 세 가지 측면에서 필요하다. 참여하는 조합원, 시민들의 인식 변화와 주택협동조합의 역할 그리고 정부의 정책 변화다. 

주택은 재산 증식 수단이 아니라 주거 공간이라는 시민 의식의 변화

먼저 참여하는 조합원, 시민들의 인식 변화가 필요한 것은 두 가지다. 첫째, 주택을 재산, 자산 증식의 수단으로 보는 한국 사회에서 주거, 삶, 휴식, 소통 공간으로 보겠다는 의지, 의식이 필요하다. 이는 중요하면서 아주 어려운 문제다. 다른 사람들이 집을 사서 자산이 늘어날 때, 나는 임차인으로 살면서 재산이 늘지 않는 불이익을 감당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장기적으로 다음 세대 그리고 사회의 안정을 위해서 꼭 필요한 의식이다. 둘째, 한국 사회와 같이 이기적이고 개별화된 사회에서 타인과 일정 부분을 공유하고 더불어 살겠다는 커뮤니티에 대한 의지다. 앞의 의식이 돈, 자산에 대한 자세, 철학이라면 이는 일상의 삶, 생활에 대한 가치와 태도다. 개인주의적인 삶이 아닌 공동체를 지향하는 생활을 하겠다는 의식이 꼭 필요하다.

한편 주택의 부분은 시민, 조합원들의 의지, 의식이 변해도 정부의 정책,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어렵다. 이는 유럽이나 미국, 캐나다 같은 나라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에서 주택협동조합의 발전을 위해 제도개선이 필요한 것을 몇 가지 정리해 보자.

주택협동조합의 특성이 반영된 협동조합주택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어야 한다 

첫째, 주택협동조합이 집을 지을 수 있는 저렴한 토지를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국가, 지방자치단체가 토지를 장기로 빌려주고, 그 위에 임대주택을 짓는 토지임대부주택을 활성화하고 이에 주택협동조합이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공공성이 강화되고 대도시에서 협동조합주택이 확대될 수 있다. 둘째, 주택협동조합이 주택을 건설하거나 매입할 때 일반 금융기관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는 것은 매우 힘들기 때문에, 공공이 자금을 지원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서울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서울형 공동체주택 지원제도를 법제화하여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셋째, 현재 주택협동조합의 임대 사업은 특성이 다른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의 적용을 받고 있어 많은 문제가 있다. 예를 들면, 여러 가지 제약으로 주택협동조합이 기존주택을 매입하여 임대 사업을 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어렵고, 보증금 보증보험의 의무화 같은 임차인에 대한 과도한 보호로 사업추진이 어려우며, 주택협동조합의 대표는 입주할 수 없는 등의 문제점이 있다. 따라서 민간임대주택과 다른 협동조합주택의 특성을 반영한 협동조합주택에 관한 특별법 제정이 꼭 필요하다. 넷째, 주택협동조합은 최소 20년 이상의 초장기 임대 사업을 선호하고 지향하고 있고, 수익과 배당이 목표가 아니기 때문에 합리적이고 지속적인 세제 혜택이 필요하다. 취득세와 재산세와 양도 소득세 감면과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와 같은 세제 혜택을 부여하여 공동체가 활성화되어 있으면서 저렴하고 안정적인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

단위 주택협동조합들이 모여 연합해야 문제 해결이 가능

마지막으로 주택협동조합의 역할인데 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주택협동조합의 정체성에 대한 인식이다. 같은 임대사업자 법인이라도 주택협동조합과 주식회사와 사업 목적은 전혀 다르다. 주식회사 임대 사업의 목적이 사적인 이윤 추구라면 주택협동조합은 조합원, 임차인의 안정적인 주거 확보다. 주거에 있어서 공익성, 공공성을 지향하는 것이다. 둘째, 주택협동조합은 충분한 출자금과 잉여금은 없지만 지속 가능한 수준의 임대료를 통해 안정적인 재무구조와 현금흐름을 가져야 한다. 이를 통해 조합원은 안정적인 주거생활을 영위할 수 있고, 이주 사유가 발생할 경우 무리 없이 이주할 수 있으며, 주택가격 하락 시에도 주택협동조합의 지속가능성이 담보될 수 있는 것이다. 셋째, 조합원들에게 협동조합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협동조합은 단순히 자신의 주거 필요성에 의해 참여하는 방식을 넘어 '자본 중심의 사회를 사람 중심의 사회'로 가는 패러다임의 전환이며, 주거만 아니라 일상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경제 행위의 지향을 바꾸는 것이라는 교육을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주택협동조합은 연합회를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주택협동조합은 정부의 주거 정책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므로 정부와 거버넌스를 잘 이루어야 하는데 개별 협동조합보다는 연합회를 구성하는 것이 거버넌스 효율이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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