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혁신로드⑥] 4차산업의 혁신기지 '메이커시티 세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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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혁신로드⑥] 4차산업의 혁신기지 '메이커시티 세운'
  • 2020.06.12 09:00
  • by 김태형(세운협업지원센터 거버넌스 운영1팀장)

서울시 혁신정책의 사례와 경험을 '여행'이란 형식을 빌려 진행해온 '서울혁신로드'가 올해로 5년 차에 접어들었다. '서울혁신로드'는 도시재생, 마을공동체, 사회적경제 등 관심 테마에 따라 전담 인솔자와 함께 현장을 탐방하는 서울시 정책연수프로그램이다. 일회성의 벤치마킹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지역과의 상생을 모색하고자 긴 안목으로 접근한 서울혁신로드가 정상궤도에 오르기까지 수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다. 서울시의 다양한 혁신정책 현장을 마주했던 5년간 15,000명의 연수 참가자, 서울 혁신 기관의 담당자, 혁신정책 운영하고 있는 공무원, 지역별 지역협력관까지. 라이프인과 '공감만세'가 서울의 혁신기관과 연수 참가 이후 각 지역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소개한다. [편집자 주]


기험한 '세운'의 생애

세운상가군 일대는 참 기험한 지역이다. 조선 시대 한양의 중심지였으나 일제 강점기 시기 폭격에 대비하기 위한 소개공지로 전락한다. 해방 이후에는 무허가 판자촌 밀집 지역이 되어 종로의 대표적인 슬럼 지구로 꼽히게 된다. 바로 그 자리에 대한민국 최초의 주상복합건물로 우뚝 설 재개발 사업이 시행되며 세상의 기운을 모아내어 모두의 이목을 이끌어낸다. 세운의 출발이다. 종로부터 퇴계로까지 아우르는 약 1km 길이의 구간에 8개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선 메가스트럭처가 서울에 1972년 우뚝 세워졌다. 모두의 시간과 달리 홀로 정지된 시간 속에 놓여진 것만 같던 쇠퇴의 시기를 지나 2015년 도시재생지로 새로이 발돋움한다. 반백년간의 기험한 시간을 거쳐왔으나 여전히 세운은 제조기반 중심 도심산업지로 기능하고 있다.

▲ 세운상가군 데크의 변화 모습-1975년(좌), 2015년(중), 2018년(우) ⓒ 세운협업지원센터
▲ 세운상가군 데크의 변화 모습-1975년(좌), 2015년(중), 2018년(우) ⓒ 세운협업지원센터

켜켜이 쌓인 세운의 시간을 표현하는 다양한 말이 존재한다. 최초 주상복합건물, 서울의 중심상권, 전자산업의 태동지, 도심형 제조 산업군 집약지, 창의 제조 산업지로 불리는 이들도 있다. 동시에 빨간비디오, 불법복제, 불친절, 도심 속 슬럼지, 재개발 구역이라는 말을 활용하기도 한다. 대척되는 말로 보일 수도 있으나 이 모든 말이 세운의 역사를 표현한다. 1990년대 이후 서울에서 보여진 보편적 삶의 양태가 세운에서는 선진적인 건물과 움직임으로 1970년대에 이미 구현되었다. 시대를 앞서간 만큼 커다란 부가가치를 창출해냈다. 개별적 자본의 증폭을 넘어서 전자, 제조산업의 근간이라는 거대한 사회적 자본을 생산해내었고 이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서울이 진화해나가는 격변 속에서 세운은 뒤로 밀리게 되었고 빠른 속도로 쇠퇴하였다. 그렇게 어느 순간 세운은 많은 이들의 추억 속에서는 존재하나 삶과 일상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곳이 되어버렸다.

다시 세상의 기운을 모아내다

누군가의 삶에서 사라졌기에 세운을 죽은 도시라고 칭하는 이들이 더러 있다. 하지만 여전히 골목에서는 활기차게 제품이 움직이고 있고, 산업 네트워크는 생태계의 수준으로 구축되며 제조기반 도심형 산업을 활발히 이어가고 있다. 분명한 감소의 수치들이 존재하나 여전히 산업, 역사, 건축, 문화 등 다양한 잠재력을 지닌 곳이다. 2010년대가 되며 세운의 잠재력을 충분히 인지한 이들이 뜻이 모이고, 사회적으로 철거와 재개발에서 재생의 시대로 패러다임이 전환되며 2014년 3월 24일 세운상가군 존치와 활성화(재생) 종합계획이 발표된다. 

▲ 다시세운 재생사업 착수식/상생협약식 ⓒ 세운협업지원센터
▲ 다시세운 재생사업 착수식/상생협약식 ⓒ 세운협업지원센터

수없이 많은 주민과의 만남과 대화의 시간을 거치며 사업내용이 조정되었다. 계획은 '다시세운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구체적 지향과 방안을 담아내기 시작했다. 상가 3층 높이 동측, 서측에 위치한 데크를 정비하고 끊어진 공중보행로를 건설하며 플랫폼셀을 설치하는 등 입체도시(도로나 철도 상·하부, 교통섬 등 도심 속 저 이용 도시공간을 혁신해 생활 SOC를 확충하는 서울시가 추진하는 사업)로서의 가치를 회복하는 보행재생의 축이 설정되었다. 또한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창의 제조 산업의 혁신처를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기술인과 상인, 신규 메이커의 산업 활동을 활성화하는 산업 재생의 축을 만들었다. 그리고 거버넌스 운영 등 주민이 주도하는 지역재생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주체 형성, 상호학습, 상생 방안 마련 등을 골자로 하는 공동체 재생까지 3개 축을 기반으로 재생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 세운 플랫폼 구조도 ⓒ 세운협업지원센터
▲ 세운 플랫폼 구조도 ⓒ 세운협업지원센터

3개 축을 세부적으로 구성하는 다양한 활동과 지향을 단일한 주체가 해낼 수 없다. 그렇기에 세운의 중요한 가치는 '협업'이고 이를 여실히 나타내는 것이 센터명이다. 도시재생지원센터라는 명칭 대신 세운은 '세운협업지원센터'라는 명칭으로 센터를 운영 중이다. 센터 구성도 협업구조이다. 거버넌스 운영은 OO은대학연구소, 거점공간 운영은 메타기획컨설팅, 시설관리는 삼원주식회사가 담당한다. 센터장은 거버넌스 운영 총괄, 거점공간 운영 총괄, 서울시립대 교수 3명이 공동 센터장이다. 서울시와 센터를 넘어서서 다시세운 시민협의회, 종로구청, 중구청, 서울창업허브, (사)씨즈, (사)타이드인스티튜트,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등 다양한 이들과의 협업을 기초로 재생활동을 펼치는 중이다.

서울혁신로드를 통해 다시 세운과 만나다

거버넌스 운영을 담당하는 OO은대학연구소에서 세운이라는 지역과 세운의 사람을 현장에서 대면하며 수많은 인적, 물적 자원을 발견하였다. 이를 발전 시켜 '한발 두발 세운'이라는 투어코스를 개발하여 정기적으로 운영중이다. 서울, 재생, 투어라는 키워드로 자연스레 서울혁신로드와 결합하게 되며 다양한 지역과 분야의 시민들을 세운 현장에서 만날 수 있었다. 서울혁신로드에 참여하신 분들께서 소중한 시간을 세운에 내준 만큼 이들에게 유익한 시간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도시재생이 도시라는 거대 유기체를 재생하겠다는 포부를 지녔기에 단순히 공간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는 사업 내용과 지역에 대한 파악이 어려울 수 있다. 그렇기에 세운의 역사와 다시세운 프로젝트의 동향을 자료와 함께 브리핑하는 시간을 우선적으로 가진다. 전반적인 이해도를 증진시킨 뒤 본격적으로 현장라운딩을 나가게 된다. 상인들의 일상적인 삶이 이어지는 상가 내부 공간을 관람하듯이 다니는 것은 예의가 아니기에 마중물 사업을 통해 조성된 공중보행로와 같은 공공공간과 전자박물관 등의 거점 공간 위주로 기본 코스를 운영한다. 참여하는 단체의 성격과 궁금한 점을 미리 파악하여 브리핑과 현장 라운딩의 내용을 매번 조정하고자 노력한다.

연수 참가팀마다 방문 목적과 단체의 성격이 다르기에 주요하게 바라보는 포인트도 다르다. 새롭게 입주한 F&B 및 청년 창업 가게를 재밌게 바라보는 팀도 있고, 세운의 역사 그 자체인 장인분들과 신진 메이커들에게 관심을 가지는 팀도 존재한다. 옛 도시의 풍경과 신규 조성공간에 빠져들어 저마다의 감상과 평가에 빠지기도 한다. 각자의 관심이 다름에도 모두가 집중하는 부분이 있다. 세운 지역의 도시 공간으로서 가지는 스펙타클과 스펙타클 속에서 산업과 삶이 꾸준히 이어지는 모습이다. 신축건물, 메가스트럭처, 청계천, 종묘, 남산, 건축유산 등 도시가 가질 수 있는 스펙타클을 만들어낼 수많은 요소를 몸소 느끼며 세운을 느낀다. 체험의 과정에서 주변인 혹은 무존재로 생각했던 지역의 인물들이 열심히 하루하루 산업 현장에서 일을 하는 모습을 발견하는 모습을 참가팀에게서 자주 확인할 수 있었다.

▲ 세운옥상에서 현장 라운딩 진행 모습 ⓒ 세운협업지원센터
▲ 세운옥상에서 현장 라운딩 진행 모습 ⓒ 세운협업지원센터

더 많은 이들이 세운을 체감하며 각자의 인상과 의견을 형성하고, 각자의 영역에서 활용 혹은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세운이라는 지역과 다시 만날 일이 생길 때 발걸음을 이어줄 수 있기를 바라고, 현장에서 마주치는 시간을 기대하며 마무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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