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람초 6학년 학생 18명과 함께 친환경 문구·교구 우선 구매 제도 마련 촉구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서울환경연합
▲보람초 6학년 학생 18명과 함께 친환경 문구·교구 우선 구매 제도 마련 촉구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서울환경연합

 

지난 10얼 31일 서울환경연합과 세종환경운동연합은 세종시 보람초등학교 6학년 라온반 18명의 학생들과 함께 세종시 교육부 앞에서 친환경 문구와 교구를 우선 구매하는 제도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학교는 미래세대의 환경의식이 형성되는 교육의 출발점이지만, 교실에서 사용되는 대부분의 문구와 교구는 여전히 재활용이 불가능한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이다. 특히 보드마카, 유성펜, 수정테이프 등 복합재질 문구류는 분리배출이 불가능해 매년 대량의 폐기물이 소각·매립되고 있다.

 

서울환경연합과 세종을바꾸는시민(이하 세바시)팀은 (재)아름다운가게 아름다운 희망나누기 사업으로 '플라스틱 어택 지원사업'으로 지난 9월부터 세종시 초등학교 8곳을 대상으로 교실에서 배출되는 문구류 중 폐마카를 수거·조사했다.  

그 결과, 8개 학교에서 한 달간 약 700여 개의 폐마카가 모였다. 이 수치를 단순계산하면 한 학교에서 한 달간 버려지고 있는 폐마카는 87~88개이다. 이를 초·중·고등학교 11,835개교로 단순 환산하면 매년 약 1,200만 개 이상의 폐마카가 소각·매립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구조는 대부분의 필기류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 세종시의 초등학교 8곳에서 수거된 700개의 보드마카와 보람초에서 실제 사용 중인 문구류가 놓여있다.ⓒ서울환경연합
▲ 세종시의 초등학교 8곳에서 수거된 700개의 보드마카와 보람초에서 실제 사용 중인 문구류가 놓여있다.ⓒ서울환경연합

 

이에 이번 수거를 진행한 보람초 선생님인 세바시 팀의 최화영 님은 "교실에서 보드마카를 버릴 때마다 환경을 공부하고 환경교육을 하는 교사로서, 아이들 앞에서 이렇게 플라스틱을 아무렇지 않게 버려도 되는 걸까?"라는 질문이 떠올랐다며 그 질문을 시작으로 교실을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칠판 위의 마카, 교구 상자 속 플라스틱, 심지어 포스터를 붙이는 테이프 하나까지 우리의 교실은 지속가능하지 않은 구조 위에 세워져 있었습니다"고 이야기하며 "이번 활동을 통해 교실 속 플라스틱 문제를 세상에 알리고, 기업과 정부, 그리고 학교가 함께 변화를 만들어가길 바라고 있다. 특히 학교 물품 조달 시스템이 보다 친환경적으로 바뀌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발언했다.  

뒤 이어 보람초 학생들은 자신들이 교육부와 모나미에 작성한 편지를 낭독했다. 정시아 학생은 편지에서 "우리나라의 1인당 연간 플라스틱 배출량은 102kg이며, 한 학교에 1,000명이 있다면 그 양은 102,000kg에 달한다"며 "학교에서부터 플라스틱을 줄일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또 다른 편지를 낭독한 변지유 학생은 "모나미 펜은 대한민국의 역사지만, 그 뒤에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산이 있다"며 "더 많이 쓰는 제품이 아니라 오래 쓸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 달라"고 기업의 책임을 강조했다.

 

▲보람초 6학년 학생들이 세종시 교육부 청사 앞에서 친환경 문구류를 요구한다는 피켓을 들고 있다. ©서울환경연합
▲보람초 6학년 학생들이 세종시 교육부 청사 앞에서 친환경 문구류를 요구한다는 피켓을 들고 있다. ©서울환경연합

 

「녹색제품 구매촉진에 관한 법률」 제3조와 제6조는 공공기관의 장이 녹색제품을 우선적으로 구매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학교 또한 법률상 공공기관으로서 해당 조항의 적용을 받으며, 2025년 1월부터는 사립학교까지 의무구매 대상에 포함된다. 그러나 교육부는 현재 학교의 친환경 문구·교구 구매 실적을 관리하지 않고 있으며, 관련 지침이나 평가 항목 또한 부재한 상태다. 법적 기반이 존재함에도 관리체계가 작동하지 않는 것은 명백한 행정 공백으로 지적된다.

 

서울환경연합과 세종환경운동연합, 그리고 세바시 팀은 기자회견을 통해 다음과 같은 개선을 요구했다. 각급 학교가 예산의 일정 비율을 친환경·리필형 문구 및 교구 구매에 사용하도록 △세부 지침을 마련할 것, △학교별 구매 실적과 폐기량을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여 교육기관 평가체계에 반영할 것, △문구·교구 제조기업에는 리필형, 재활용 가능한 제품 생산체계를 조속히 구축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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