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30일 오후, 진안 구시장이 가을밤 불빛과 사람들의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진안으로, 골목으로'를 슬로건으로 열린 2025 진안군 사회적경제박람회는 사회적경제(사회연대경제)기업의 부스, 치유골목 투어, 공연이 어우러지며 주민과 방문객 400여 명이 함께한 화합의 장이 되었다.
행사 개막에 앞서 한명재 진안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은 "80여 개 사회연대경제기업이 한자리에 모여 성과를 나누는 모습이야말로 진안의 자랑"이라며, "사회연대경제는 단순히 가난을 극복하는 수단이 아니라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가는 이상을 품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올해 박람회의 성과로 산림자원을 활용한 '치유골목' 모델을 언급하며, 지역 자원을 기반으로 한 사회연대경제의 확산 가능성을 알렸다.
이어 전춘성 진안군수는 "사회연대경제에 전문적 식견은 부족하지만, 지역의 변화와 발전에 힘써온 사회적경제 주체들에게 깊이 감사드린다"며 "협동조합·마을기업·자활기업이 지역의 중추적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 기존 지역경제 주체들과도 상생하며 함께 새로운 진안을 만들어가자"고 말했다.
한편, 진안군 지역구 안호영 국회의원은 최근 열린 제25차 사회적경제 정책 포럼 축사에서 "사회 연대 문제는 지역 공동체 회복과 포용형 일자리 창출,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기반이다. 사회적 가치 확산과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직접 참석하지는 않았지만, 이러한 발언은 정치권의 관심이 앞으로 지역에서 어떤 방식으로 구체화할지 기대를 모으게 한다.
이번 박람회는 진안의 지역적 특색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전국 각지에서 사회적경제 박람회가 열리고 있지만, 진안은 산림치유 자원을 살린 치유골목 프로그램을 통해 차별성을 드러냈다. 또 농산촌 지역답게 주민이 직접 참여한 청년 먹거리 부스와 협동조합·마을기업 중심의 소규모 체험 공간이 마련돼 생활 친화적인 분위기를 더했다. 무엇보다 구시장 골목을 무대로 삼아 침체된 전통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는 의지가 행사 전체를 관통했다.
'진안채비장례협동조합' 부스도 눈길을 끌었다. '채비'는 한겨레두레협동조합연합회가 운영하는 장례 서비스 브랜드로, 고인을 추모하는 방식에 집중하고 비용 구조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대안적 장례 모델이다. ‘나다운 존엄한 죽음’을 위해 진안에서도 협동조합 방식으로 실현해 지역 기반의 장례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무대에서는 민요시스타즈, 밴드 진상, 싱어송라이터 이덕현, 김나라 공연단 등이 차례로 올라 축제 분위기를 더했다. 주민과 방문객은 흰 천과 조명으로 꾸며진 행사장을 거닐며 치유골목 스탬프투어에 참여하거나, 청년 먹거리 부스에서 지역 특산 음식을 맛보며 가을 저녁을 즐겼다.
이날 박람회는 단순한 판로 확대의 자리를 넘어, 사회연대경제가 지역 공동체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생생히 보여준 무대였다. 진안의 골목에서 시작된 실험이 앞으로 어떤 변화를 이끌어갈지 기대가 모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