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모은 기금이 공정무역의 가치를 알리는 특별한 선물로 재탄생했다.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위치한 채드윅 국제학교 '공정무역 클럽'은 지난 6월 활동 수익금 113만3천원을 한국공정무역마을위원회에 기부하며, "아이들이 공정무역을 더 잘 이해하고 쉽게 만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사용해달라"는 뜻깊은 제안을 함께 전했다. 이들의 따뜻한 마음은 구체적인 체험과 홍보 물품으로 구성된 '공정무역 키트'로 구현되어 아이들에게 공정무역에 관한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학생 주도 활동이 만든 나눔의 선순환
채드윅 국제학교 공정무역 클럽은 2023년, 두 학생이 ESG 관련 프로그램을 만들다 공정무역을 알게 된 것을 계기로 시작되었다. 이들은 같은 해 5월, 인천공정무역연합에 연락해 공정무역 페스티벌에 청소년 대표로 부스 운영에 참여하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펼쳤다. 이후 학교 내 정식 클럽을 설립하고, 축구대회, 자선 바자회 등 다양한 행사에서 공정무역 제품을 판매해 얻은 수익금을 모아 기부를 실천했다. 공정무역 클럽은 현재 15~18세로 이루어진 9명의 학생으로 구성되어 있다.
2024년에는 187만원을 아프리카 페어아프릭 협회에 아동 노동 금지 기금으로 기부한 데 이어, 올해는 새로운 방식의 기부를 시도했다. 기부에 그치지 않고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낼 방법을 고민한 것이다. 공정무역 클럽의 회장을 맡은 최윤서 학생은 "활동을 하면서 많은 사람이 아직 공정무역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공정무역을 체험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기부금을 교육적인 목적으로 사용해달라"고 제안했다.
학생들의 소중한 제안은 '공기핸디크래프트'를 통해 구체화되었다. 윤하나 공기핸디크래프트 대표는 "학생들의 활동으로 모인 마음이 또 다른 아이들이 공정무역을 만나는 기회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아이들이 공정무역을 다채롭게 경험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키트를 구성했다.
"향기로 느끼고, 눈으로 배우고"… 오감으로 만나는 공정무역
키트는 기관이나 행사장에서 공정무역 홍보 테이블을 쉽게 꾸밀 수 있도록 돕는 전시물품 키트와 아이들이 실제 공정무역을 체험할 수 있는 체험프로그램 키트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공정무역 제품을 생활 속에서 직접 사용할 수 있는 '공정무역 아로마 체험 키트'는 공정무역 제품에 흥미를 갖게 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윤 대표는 "요즘 아이들이 향 제품을 좋아하고, 향이 쉽고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제품이라는 점을 고려했다"며 "아이들이 직접 향을 만들고 맡아보며 소농부가 씨를 뿌리고 작물을 키워내 한 방울의 오일을 만들기까지의 수고와 공정무역의 가치를 느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공정무역이 교과서에서만 배우는 개념이나 멀리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도 다양하게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을 아이들이 알게 되길 바란다"며 "이번 키트를 통해 공정무역에 흥미를 갖게 된다면 그것이 가장 좋은 교육적 효과일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4개 기관이 만드는 공정무역 실천
이렇게 제작된 공정무역 키트는 지난 8월 공정무역실천기관 인증을 받은 ▲모락산아이들사회적협동조합 ▲부천시민연합 부설 지역아동센터 도깨비 ▲광명시립하안종합사회복지관 ▲안양시비산종합사회복지관 등 총 4곳의 기관에 전달되었다. 각 기관은 이 키트를 활용해 올 하반기 동안 다양한 공정무역 홍보 및 교육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가장 먼저 움직인 경기도 광명에 위치한 하안종합사회복지관은 올해 12월까지 공정무역 안내 및 공정무역 제품 홍보 전시를 상시 운영할 예정이다. 특히 지난 8월에는 지역아동센터 아동들을 대상으로 공정무역 이해 교육과 아로마 키트 체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부천시민연합 부설 지역아동센터 도깨비는 9월 9일부터 17일까지 공정무역 홍보 키트 전시 공간을 마련하고 체험 활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안양시비산종합사회복지관은 9월말 교육을 예정하고 있으며, 모락산아이들사회적협동조합은 10월 말 전시와 교육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공정무역 클럽 활동 과정은 학생들에게도 변화를 가져왔다. 최윤서 학생은 "처음에는 단순한 봉사활동 정도로 여겼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소비 습관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까지 달라졌다"며 "공정무역은 '나의 행동이 변화를 만든다'는 확신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채드윅 국제학교의 나혜정 슈퍼바이저는 "공정무역 클럽 활동이 학교 내 윤리적 소비와 나눔의 가치를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며 "교내 행사와 캠페인을 통해 자연스럽게 공정무역이 학교 문화에 스며들고 있고, 지역사회에 청소년이 만든 변화가 울림을 만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학교에서도 이런 활동의 가치를 인정해 공정무역 클럽을 정식 동아리로 편성해 더 많은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채드윅 국제학교 학생들의 작은 아이디어와 실천에서 시작된 나눔이 여러 기관과 아이들에게 공정무역의 의미를 전하는 선한 영향력으로 확장되고 있다. 한 학생의 말처럼 '나의 행동이 변화를 만든다'는 믿음이 더 넓은 세상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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