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전 세계 공정무역마을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국제공정무역마을컨퍼런스(IFTTC)가 올해로 18회를 맞았다. 국제공정무역마을컨퍼런스(IFTTC)는 전 세계 공정무역마을(Fair Trade Towns) 운동 이해관계자들이 모여 경험을 나누고 전략을 논의하는 국제 네트워크 행사다. 지금까지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북미 등 다양한 지역에서 매년 열려 왔으며 올해는 8월 29일부터 31일까지 3일간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열렸다.
이번 컨퍼런스는 공정무역 생산자, 활동가, 지방정부 관계자, 공정무역 단체와 기업 등 총 243명이 참여, 패널토론, 라이트닝발표, 해커톤, 스토리텔링 등 총 9개의 세션으로 구성된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공정무역의 현재와 미래를 논의했다. 한국에서는 국내에서 공정무역 도시와 커뮤니티들의 심사기준, 교육 및 컨설팅, 인증을 담당하는 한국공정무역마을위원회의 안현진 내셔널코디네이터를 비롯해 4명이 참가했다.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전 세계 공정무역 도시들의 심장이 뛰다
제18회 국제공정무역마을컨퍼런스(IFTTC 2025)의 개막식이 열리는 고풍스러운 에든버러 시청 앞은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활동가들로 활기를 띠었다. 전통적인 스코틀랜드 백파이프 소리와 함께 "당신의 도시, 우리의 세계"라는 구호가 울려 퍼지며 막을 올렸다. 개막 리셉션에서 스코틀랜드 의원들은 "공정무역은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변화시키는 일이며, 우리의 도시와 세계를 연결하는 다리"라고 강조했다. 첫날부터 철학적 울림과 현장의 열기가 교차했다.
공정무역, '새로운 내러티브'를 요구하다
컨퍼런스의 핵심 주제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달성을 위한 지역 행동이었다. 둘째 날(8월 30일) 오전, '우리의 목표설정' 세션에서 세계공정무역기구(WFTO) 아프리카 Regional Director 버나드 아우타(Bernard Outah)와 네팔 Get Paper Industry Director 밀란 바타라이(Milan Bhattarai) 등 패널들은 현재 운동의 가장 큰 도전 과제로 청년 참여 부족, 정치적 의지 약화, 기후위기 대응 지연을 꼽았다. 특히, WFTO 라틴아메리카 총괄 매니저 루이스 헬러(Luis Heller)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추구하는 공동체를 하나로 묶는 역할"로서 공정무역마을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열린 '2030 캠페인' 세션에서 WFTO 회장 소피 택(Sophie Tack)은 "공정무역은 단지 '윤리적 소비'로 머물 수 없는 전통적 무역개념에 도전하는 변혁적 접근"이며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와 맞닿아 기후위기와 불평등, 젠더 정의 같은 다른 글로벌 의제와 연결된 새로운 내러티브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페루의 크리스티나 소토마요르(Cristina Sotomayor)는 45명의 여성으로 이루어진 Hope Jewellery 협동조합의 이야기를 소개하며,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달성은 원거리의 선언이 아니라, 우리의 작은 마을 공방에서 매일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도시와 청년, 다채로운 실천의 무대
30일 오후 라이트닝 발표는 짧지만 강렬했다. 가나의 니콜라스 아포케라(Nicholas Apokerah)가 전한 공정무역마을 사례는 아프리카의 농촌이 어떻게 글로벌 연대의 현장이 되는지를 보여주었다. 한국공정무역마을위원회 안현진 내셔널코디네이터는 "한국의 공정무역마을운동은 공공-민간 협력, 교육·캠페인을 통해 제도적·사회적 기반을 확립하며 확산되고 있다."며 대한민국 사례를 공유했다. 특히 경기도공정무역포트나잇과 인천공정무역페스티벌 등 지역 캠페인, 광명시의 공정무역 소비자의 실천을 이끄는 탄소중립포인트, 캐시백제도와 공정무역제품 개발, 인천의 청소년 공정무역연합동아리 등 한국의 지속가능한 공정무역 도시 모델 사례를 자세히 소개했다.
청년 세션에서는 스코틀랜드, 벨기에, 독일의 청년 대표들이 무대에 올라 "공정무역은 미래 세대의 정체성"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의 언어는 짧았지만, 다른 어떤 논의보다 뜨겁게 청중을 움직였다.
해커톤, 실천을 위한 집단 두뇌
컨퍼런스의 백미는 8월 30일과 31일, 양일간 열린 해커톤이었다. 참가자들은 ①기후위기 대응 ②청년 참여 확대 ③디지털 혁신 활용 ④정치적 지지 확보 등 다양한 주제로 나누어 그룹별 토론을 이어갔다. 여기서 나온 아이디어들은 단순한 논의에 머무르지 않고, 향후 국제공정무역마을 네트워크의 전략 로드맵으로 발전할 예정이다. "다양한 언어를 쓰지만, 결국 같은 문제를 두고 같은 해법을 찾는다"는 한 참가자의 말처럼, 해커톤은 공정무역이 가진 '공통의 언어'를 가장 뚜렷하게 드러낸 순간이었다.
청년, 공정무역의 미래를 다시 쓰다
셋째 날(8월 31일)에는 청년 세대가 주인공이었다. 가나의 펠릭스 테테(Felix Tetteh), 독일의 레나 반 데어 캄프(Lena van der Kamp), 스코틀랜드 YMCA의 피터 길크리스트(Peter Gilchrist)는 공정무역 교육과 캠페인 경험을 공유하며, "청년의 참여 없이는 운동의 지속 가능성도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어진 '스토리텔링' 세션에서는 페어트레이드 아프리카의 크리스틴 킥콤보(Christine Kikombo), 팔레스타인 Holy Land 협동조합의 바스마 바르함(Basma Barham) 등이 "공정무역의 이야기는 생산자의 존엄을 지키는 언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단순히 제품을 파는 이야기가 아니라, 공동체와 사람을 존중하는 소통 전략의 필요성을 일깨웠다.
새로운 서사를 향해
이번 컨퍼런스는 전 세계 공정무역 커뮤니티가 직면한 기회와 도전을 동시에 드러냈다. 가장 두드러진 과제는 '새로운 내러티브의 필요성'이었다. 공정무역은 오랫동안 '윤리적 소비'의 상징으로 자리해왔지만, 이제는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기후위기, 젠더 정의, 청년 세대의 불평등한 노동 현실 등 서로 얽혀 있는 글로벌 이슈 속에서, 공정무역은 단일한 운동이 아니라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와 함께 복합적 정의 의제를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확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과제는 청년 세대의 주도적 참여다. 이번 컨퍼런스에서 청년 활동가들이 무대에 선 순간마다 뜨거운 공감과 지지가 쏟아졌다. 이는 단순한 '참여 독려'를 넘어, 청년들이 운동의 핵심 기획자와 실행자로 자리잡아야 함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강조된 것은 정치와 제도의 연계다. 현장의 열정과 캠페인이 정책 변화로 이어지지 못한다면, 공정무역은 여전히 주변부의 목소리에 머물 수밖에 없다. 각국의 정치인과 제도권은 공정무역이 단순한 소비 윤리가 아니라,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달성을 위한 실질적 정책 수단임을 인정해야 한다.
이번 컨퍼런스는 지역 차원의 공정무역 활동이 글로벌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달성을 어떻게 견인할 수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자리였다. "나의 도시에서 우리의 세계로"라는 이번 컨퍼런스의 주제는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지역의 작은 움직임이 글로벌 변화를 만드는 동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사진 속 수백 명의 참가자들처럼, 공정무역마을운동은 이제 하나의 도시를 넘어, 전 세계를 잇는 지속가능한 연대의 상징으로 다시 도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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