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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지속가능경영호'라는 배가 있다. 우리 사회는 이 배에 오래 전부터 투자자가 탑승하길 기대했다. 그러고 뒤늦게 투자자가 탑승했다. 투자자는 '투자 자본'과 'ESG 평가'를 각각 한 손에 들고 지속가능경영호를 'ESG호'로 이름 바꾸고, 배의 조타를 투자자의 속도와 방향으로 잡기 시작했다. 그것이 현재의 주류 ESG를 거칠게 표현한 것이다. 이제 우리 사회는 현재의 ESG의 속도와 방향이 올바른지 물어야만 한다.

 

애플의 탄소중립 선언으로 본 ESG의 현재

현재 ESG의 앞서 나가는 단면 하나를 보자. 애플은 2023년 9월 애플 워치 시리즈9 제품에 대해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제품 전과정에서 78%를 감축하고, 나머지 22%는 상쇄하여 탄소중립을 실현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크게 두 가지를 구현했다. 첫째는 공급망에 탈탄소를 요구한 것이다. '공급망 청정 에너지(Supplier Clean Energy)' 프로그램을 2016년부터 시행하여 320개 이상의 글로벌 제조사들이 재생에너지를 생산하거나 전환하겠다고 약속토록 했다. 둘째는 공급망에 재활용 소재를 요구했다. 2025년까지 제품 전반에 걸쳐 코발트, 텅스텐, 주석 납땜 등에 대해 100% 재활용 소재를 사용하겠다고 선언했다.

애플의 탄소중립은 믿을 만한가? 이제 소비자들은 애플의 탄소중립 제품을 마음껏 구매해도 환경에 폐해를 끼치지 않는 것일까? 즉각 비판이 일었다. 2025년 2월 소비자들은 애플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탄소중립을 믿고 애플 제품을 값이 비싸더라도 기꺼이 구매했는데, 위성 데이터를 보니 프로젝트 추진 지역에서 진행한 탄소 상쇄 프로젝트의 실효성이 거의 없다는 문제제기였다. 또, 공급망 에너지 전환이 증가했는지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었다. 한정된 녹색 전기를 탄소중립을 선언한 애플의 특정 제품에 할당하는 '수학적 방정식'이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실제 일부 공급업체만 온실가스 배출이 약간 감소하고 심지어 증가한 공급업체도 있었다.

그러나 근본적인 질문 두 가지도 함께 던져봐야 한다. 첫째는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면 환경 영향은 제로인가 하는 점이다. 태양광, 바람은 무한한 자원일지 모르나, 재생에너지를 발전시키기 위한 제조 과정은 결코 '재생'되지 않는다. 재생에너지 발전 시설을 위해서는 광물 채굴 및 제련, 발전기 및 전지를 제조해야만 한다. 오염의 총량이 줄기 보다 오염의 지역 및 형태가 달라지는 것이다.

둘째는, 순환경제는 가능한가 하는 것이다. 애플은 탄소중립 제품의 경우 중량 기준으로 30%를 재활용했다고 밝혔다. 여전히 70%는 추출 재료를 사용하는 것인데, 이를 떠나서도 과연 재활용하는 30%의 환경 영향은 제로인지에 대해서도 얘기해야만 한다. 이 30%도 순환경제를 구현했다고 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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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는 문제 없는가

두 가지 근본 질문 중 첫 번째 질문부터 살펴보자. 현재의 넷제로 전략은 우리 경제가 성장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에 연도별 필요한 재생에너지 발전 추가 용량은 2022년 대비 2028년에는 2.7배로 늘어나야만 한다. 누적 용량으로 보면 2022년(3,655GW) 대비 2030년(11,008GW)에는 3배 수준이 되어야 한다. 재생에너지 생산 100년의 역사 동안 증설해온 것의 두 배를 단 8년 안에 증설해야만 한다. 전기자동차를 보면, 넷제로 시나리오에 의하면 2023년 한 해 동안 판매되는 것(1,390만대)보다 2030년(5,930만대)에는 4.3배 수준으로 증가해야만 한다. 모두 엄청난 '증가'를 만들어내야만 한다. 생산-소비를 현재처럼 늘려가면서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하면 우리 삶은 지속가능한지 물어봐야 한다.

이러한 시나리오를 실현하려면 막대한 광물이 필요하다. 2050년 넷제로를 이루기 위해서는 청정에너지 기술을 늘려야 하고, 이를 위해서 2020년 대비 2040년에 약 6배의 광물이 필요해진다. 누적이 아니라 매년 필요한 광물의 양이다. 비근한 예로 천연가스로 1MW를 발전시키려면 1,166kg의 광물이 필요하지만, 육상풍력 발전을 하려면 13배인 15,409kg이 필요하다.

이 중 소비량이 급증해야만 하는 리튬과 구리를 보자. 리튬의 주 생산지 중 하나는 칠레다. 소금 평지 지하의 염수를 증발시켜 채굴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생산하는 리튬 생산지역은 지구상에서 가장 건조한 지역 중 하나다. 지각 아래 수백만 년 동안 흘러든 리튬염이 용해된 지하수를 퍼올려 길게는 20개월의 기간 동안 증발시키고 정제시켜 리튬을 만든다. 그 과정에서 다량의 물을 사용하고, 화학 물질이 함유된 다량의 폐기물이 나온다. 수자원을 고갈시키고, 습지를 손상시키며, 플라밍고 개체 수를 급감시키고 있다.

구리도 마찬가지다. 1904년 저등급 광석을 폭파시킨 후 화학적 분리를 통해 구리를 얻고 있다. 전기 에너지가 폭발적으로 확산되면서 이제는 산 전체를 파괴하고 있다. 칠레의 추키카마다(Chuquicamata) 광산은 세계 최대 규모의 노천 구리 광산이다. 누적 기준으로 전세계 구리의 14분의 1을 생산했다. 암석 파괴, 과다한 물 사용 및 오염, 폐기물이 막대하다. 넷제로를 위해서는 거대한 추키카마타 광산 3개가 더 필요해진다.

현재 화석에너지 100, 재생에너지 100을 합쳐 총 200의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다고 해보자. 연평균 3% 성장 시 24년 후에는 2배의 에너지인 400의 에너지를 사용해야 한다. 그러면 이 400의 에너지를 모두 재생에너지로 전환시키면 문제가 없는가? 두 가지 문제가 있다. 하나는 자원이다. 재생에너지 발전 시스템 구축 과정에서 막대한 광물을 사용한다. 또 하나는 늘어난 바로 그 에너지로 무엇을 생산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추가 에너지 200으로 추가 생산을 함으로써 또 자원을 추출할 것이다.

재생에너지 전환은 우리 사회가 가야할 방향이다. 그러나 그 전에 같이 해야 할 아주 중요한 과제가 있다. 그것은 에너지 감축이다. 에너지 감축 논의 없는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우리의 갈 길이 아니다.

 

순환경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근본적인 두 번째 질문은 순환경제다. 우리 사회의 순환경제에 대한 접근은 ‘End of Pipe’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물질 흐름의 마지막 단계인 쓰레기 처리를 잘 하는 접근으로는 더 이상 우리 사회가 지속가능하지 않다. 아무리 폐기물 관리를 잘 한다 해도 재료 추출, 공급, 제조, 유통, 사용이라는 사이클이 돌아가는 속도가 더욱 빨라진다면, 그리고 그 과정에서 끊임없이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면 순환경제는 요원하다.

재활용은 호미로 막아야 하는 것을 가래로 막는 것이다. 제품 생애주기의 마지막 단계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면 문제 해결도 어렵고 효과성이 크게 떨어진다. 재활용은 가장 마지막에 적용하는 접근이다. 재활용 이전에 재사용 해야 하고, 재사용 이전에 수선해야 하고, 수선 이전에 제품 생산과 소비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

파타고니아는 2024년 봄 시즌에 폴리에스터 중 92%를 재활용 소재로 사용했다고 발표했다. 2025년까지 새로운 석유를 완전 사용하지 않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이것이 우리 사회의 목표가 되면 되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재활용이 업사이클이냐, 다운사이클이냐를 물어야 한다.

우리는 흔히 프라이탁 제품을 업사이클링의 대표적 사례로 든다. 그러나 프라이탁이야말로 다운사이클링의 대표적 사례다. 중고 트럭 방수포보다 경제적 가치는 높아졌을지 모른다. 그러나 업사이클링은 경제적 가치의 변화가 아니라 환경 영향이 어떠하냐는 관점에서 봐야 한다. 프라이탁은 5년 이상된 트럭 방수포를 활용하여 가방을 만든다. 그러나 이보다 트럭 방수포를 10년, 15년 사용토록 하는 것이 훨씬 환경에 좋다. 프라이탁 가방은 결국 쓰레기장으로 가는 시간을 연장시키는 것이며, 그마저도 트럭 방수포를 수선하여 쓰는 것보다 부정적인 환경 영향이 높다.

많은 의류 기업들이 재활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재활용 폴리에스터 중 재활용 PET 사용 비율이 무려 99%나 된다. 다른 산업에서 흘러 들어와 결국 소각·매립되거나 일부 다운사이클링되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인식을 재활용(recycle)→재사용(reuse)→수선(repair)→감소(reduce)로 전환시켜야 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End of Pipe'를 넘어 '추출적 자본주의'에 대해 고민해봐야만 한다.

우리는 순환경제에 대해 얘기하고 있지만, 순환경제 관련해서는 '넷제로 2050'처럼 로드맵도 나오지 않고 있다. 순환경제를 이루려면 많은 질문을 해야만 한다. 업사이클링이 될 것인가? 소재 재활용률을 얼마나 높일 것인가? 재활용 수거율은 어떻게 높일 것인가? 어떻게 원재료 투입을 궁극적으로 아주 작게 만들 것인가? 원재료 추출 및 제조 과정에서 어떻게 생태계에 끼치는 영향을 줄일 것인가? 이러한 질문을 동시에 같이 해나가야만 할 것이다.

 

현재의 ESG를 넘어

어떤 사회의 민주주의 수준은 그 사회가 민주주의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달려 있다. ESG 역시 그 사회가 ESG를 어떻게 정의하느냐가 ESG 수준을 결정할 것이다. 우리 사회의 주류 ESG는 기업이 의존하는 사회·환경 요소와 관련한 재무적 리스크 및 기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궁극적으로 기업 가치를 높이고자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ESG를 한 단계 더 높이기 위해서는 사업이 인류와 지구에 실제로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강조해야만 한다. 트리플바텀라인(TBL)을 얘기한 존 엘킹턴이 1997년 TBL을 하나의 책으로 정리하여 펴냈다. 그 책 제목이 '포크를 든 식인종'이다. 포크는 문명화된 도구, 즉 지속가능성을 뜻한다. 우리 사회의 ESG는 포크라는 제도적, 사회적 제약을 약간 가하며 지구를 소비토록 하는 것이다. 이제 우리가 지구에서 얻은 것만큼 돌려주고 있는가 하는 관점에서 ESG를 접근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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