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와 오랫동안 씨름하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여러 가지 대응책을 실행해 왔다. 그 가운데 10대들의 에이즈 예방 프로그램인 '러브라이프'가 주목을 받았다. 이 프로그램의 특징은 질병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대신, 젊은이들이 멋있다고 여기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창출하는 데 있다. 예를 들어 소녀들은 무절제한 성관계에 대해 도덕적으로 나쁘다기보다는, 뭔가 덜떨어지고 후진 행동이라는 느낌을 갖도록 만드는 것이다. 무엇이 자신을 변화시켰느냐는 질문에 그들은 이렇게 대답한다. "삶을 살아가는 새로운 방법에 동질감을 느꼈어요. 나도 삶을 바꾼 내 친구처럼 될 수 있어요."
티나 로젠버그의『또래압력은 어떻게 세상을 치유하는가』라는 책에서는 이러한 접근을 가리켜 '사회적 치유(social care)'라고 부른다. 1970년에 인도에서 시작된 '포괄적 농촌 건강 프로젝트'도 그 사례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 여기에서는 가장 차별받는 하층민 가운데서 '마을 의료 일꾼(village health worker)'으로 일할 사람들을 추천받아 소정의 교육 과정을 이수하게 한 다음에 주민들의 건강을 돌보도록 했다. 외부 전문가와 달리 그들은 주민들 사이에 퍼져 있는 비과학적 습속과 미신 등에 익숙하고, 그것을 어떻게 설득하면 바꿔 갈 수 있는지를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그들 가운데 상당수는 이전에 환자였기에 자신의 치유 경험을 이웃들에게 전달하면서 건강에 대한 희망을 북돋울 수 있다.
의학이 고도로 발달한 나라에서도 사회적 치유가 긴요하다. 한국인의 10%가 걸려 있고 환자가 계속 늘어나는 당뇨병을 보자. 당뇨병은 예방이 중요하다는 것, 식사 조절과 꾸준한 운동이 그 핵심이라는 것을 누구나 잘 안다. 하지만 사람들이 그것을 꾸준하게 실천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러한 맹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많은 의료사회협동조합에서는 공동체적 접근을 한다. 예를 들어 정기적으로 모여서 운동을 하면 조합원들은 귀찮아도 참여하게 된다. 그리고 함께 모여서 요리하고 나눠 먹으면, 혼자서 먹을 때보다 훨씬 질 높은 식사를 하고 마음도 유쾌해져서 심신이 건강해진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건강을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그리고 영적으로 완전히 행복한 역동적 상태'로 정의하고 있다. 즉, 단순히 질병이나 병약함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안녕한 상태를 의미한다. 건강의 증진은 물론이거니와 질병의 치료조차 보건 및 의료 시스템에만 기댈 수 없는 시대로 우리는 이행하고 있다. '성인병'은 '생활습관병(lifestyle disease)'이라고도 불린다. 여기에서는 감염병처럼 병의 원인이 바깥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있다. 따라서 일상생활 속에서 예방하는 것이 매우 요긴하고, 건강한 습관은 사회적인 관계 속에서 수월하게 형성되고 유지된다.
라이프인이 3년 전부터 꾸준하게 다뤄온 '사회적 돌봄'도 그러한 맥락과 닿아 있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그 문제의식을 더욱 심화하면서 외연을 확장하려고 한다. 병원 치료, 음식, 운동, 마음 등의 요소들이 어떻게 조합되는지를 살펴보면서 건강 문제에 대한 '소셜 솔루션'의 폭넓은 가능성을 타진할 것이다. 특히 시민적 유대와 협동을 통해 지속 가능한 삶의 토대를 확장하는 시도들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또한 사회연대경제의 분야에서는 면역력을 향상시키는 식품들도 꾸준히 개발되어 출시되는데, 거기에 맞물리는 라이프스타일을 입체적으로 조감하려고 한다.
'Life'는 한국어에서 여러 가지로 번역된다. 생명, 삶, 생애, 인생, 생활 등이 그것이다. 라이프인은 그 의미의 스펙트럼을 아우르면서 기사를 작성하고 영상 콘텐츠를 제작해 왔다. 남아공의 '러브라이프' 프로그램이 암시하듯, 치유는 궁극적으로 온전한 삶의 회복이고 새로운 '사회'의 형성과 병행한다. 각자 선 자리에서 생명 친화적인 생활양식과 그것이 영위되는 삶터를 풍요롭게 가꿔가야 한다. 더 나은 삶에 대한 소망으로 맺어지는 사회적 관계가 웰빙의 튼튼한 토대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