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서울시청 후문과 8층 다목적홀에서 공무원과 시민 간에 신체적 실랑이가 벌어졌다. 서울시가 시민을 위한 공간 '서울혁신파크'를 기업을 위한 공간 '서울창조타운'으로 탈바꿈하려는 과정에서 생긴 일이다.
서울시는 '서울혁신파크' 부지를 기업에 매각하기 위해 기업을 대상으로 설명회('서울창조타운' 조성 기업설명회)를 개최했다. 서울혁신파크를 지키려는 시민사회 활동가들(혁신파크 공공성을 지키는 서울네트워크, 이하 서울네트워크)은 필사적으로 기업설명회에 들어가서 발언하려 했고, 공무원은 이를 강하게 저지했다.
서울혁신파크는 마을공동체, 사회연대경제, 공익활동 등 다양한 분야의 시민활동을 지원하면서 시민사회 발전에 기여해왔다. 또한 100여 종의 수목을 비롯해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는 생태공원으로 시민들에게 산책 및 휴식공간을 제공해왔다.
서울시는 2022년 말 서울혁신파크에 60층 규모 빌딩, 대형 쇼핑몰 등을 세운다는 상업개발계획을 발표하고 기존 입주 단체들을 쫓아내며 건물철거를 본격화했다. 이를 반대하는 서울네트워크는 지난 8월 말부터 서울혁신파크 정문 앞에 천막을 치고 24시간 릴레이 농성을 벌여왔다.
서울시가 서울혁신파크에 상업개발을 강행하면서 부지 매각을 위한 기업설명회를 개최하자 서울네트워크는 행사 시작 전 오후 2시, 서울시청 정문 앞에서 '서울혁신파크 부지 기업매각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서 김종민 서울네트워크 공동상황실장은 "4년 임기인 시장이 마음대로 서울 시민의 공유지를 팔 수 없다. 2025년 매각해서 2030년에 착공한다는 개발계획은 (부지를)파는 것은 본인이 하고 이후는 나도 모르겠다는 뜻"이라며 "혁신파크 개발 계획이 확정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건물부터 철거하는 행태는 재개발 현장에서 조폭, 깡패들이나 하는 짓"이라고 분개했다.
김 실장은 서울시가 서울혁신파크 부지 매각을 두고 기업을 대상으로 3대 지원책을 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지를 제2종일반주거지역으로 용도를 변경해 싼 값에 매각 ▲균형발전 사전협상제를 적용해 용적률 1.2배 상향, 공공기여량을 최대 2분의 1까지 완화해 기업 부담 최소화 ▲민간 기업별로 발생하는 공공기여금은 창조기업이 실질적으로 필요로 하는 시설에 재투자 등의 내용이다.
이원호 빈곤사회연대 활동가는 "오세훈 시장이 작년부터 '매력특별시'라는 이름으로 서울시 대개조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서울 곳곳을 기업하기 좋은 도시로 만들며 온갖 부동산 특혜를 남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단 한 번의 시민공청회도 없이 기업 설명회를 먼저 한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냐. 시의원조차 오늘 기업설명회가 있다는 것을 최근에서야 알았다"며 "부숴야 할 것은 서울혁신파크가 아니라 오세훈 시장의 개발을 향한 탐욕"이라고 비판했다.
김혜정 민주노총 서울본부 수석부위원장은 "공간을 어떻게 사용할지를 먼저 논의하고 그에 맞게 계획을 짜고 권한을 나누고 조례나 법을 만들어 시행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서울시는 방법이 틀렸다. 소유권을 먼저 팔고 있다. 기업이 소유권을 가지고 나면 공공의 말을 얼마나 듣겠냐"고 시의 절차와 방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김상철 시시한연구소 소장은 "'시민이기 때문에 이것도 저것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이 바로 공유지의 힘인데, 기업에게 맡기면 그 힘이 사라지는 것이 제일 큰 문제"라고 말했다.
서울네트워크는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종료한 후 후문으로 향했다. 서울시가 정문을 굳게 닫아둔 채 설명회 초대 기업들에게 후문으로 출입하라고 안내했기 때문이다. 시 공무원들은 후문 앞에서 출입자들을 철저히 통제했다.
서울네트워크 소속 시민활동가들이 시청 내부로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성흠제 시의원이 등장해 "시민들의 의견도 들어야 할 것 아니냐"며 언성을 높였고 이로 인해 서울네트워크 활동가 몇 명(김종민 서울네트워크 공동상황실장, 최승국 태양과바람에너지협동조합 이사장 등)이 가까스로 행사에 참석했다.
기업설명회 개회사에서 유창수 서울특별시 행정2부시장은 서울혁신파크를 '유휴부지'라고 표현했다. 사업설명을 맡은 전태호 서울시 서부권사업과장은 "'직(織)·주(住)·락(樂) 도시'는 서울창조타운을 잘 나타내는 표현"이라며 서울혁신파크 부지를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라고 소개했다.
서울시 기업설명회 발표에 따르면, 서울혁신파크 면적 48,000㎡(약 14,500평)를 제2종일반주거지역으로 매각하며, 균형발전 사전협상제로 일반상업지역까지 종상향도 가능하다. 서울창조타운 조성을 위해 유창수 행정2부시장을 필두로 구성된 '미래기업유치 TF'는 기업 요구한 정책을 제안하고 인센티브도 개발할 예정이다.
시는 현재('24년 9월)까지 진행 중인 사항으로 ▲개발의 틀을 마련하기 위한 지구단위계획 수립 ▲시유지 매각 위한 공유재산 심의 절차 진행 ▲혁신파크 부지 내 건물 철거 등을, 향후 추진계획으로 △'25년 2월 매각 입찰 공고 △계약 △(시행자)사업계획 제출 △(민간제안)지구단위계획 재정비 계획) △건축허가 △'29년 착공 △'33년 완공 등을 공유했다.
이어진 질의 응답시간에 서울네트워크 소속 시민활동가(최승국 태양과바람에너지협동조합 이사장)가 발언권을 요청하자 사회자는 "기업관계자들을 대상으로만 질문을 받는다"며 발언권을 주지 않았고, 그가 거듭 요청하자 공무원들은 그를 끌고 나갔다.
기업들의 질문은 저조했고 질의응답 시간은 남아 있었다. 다시 등장한 최 이사장이 발언권을 얻고 전태호 서울시 서부권사업과장에게 "혁신파크 공간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해서 시민들과 함께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전 과장은 "아마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장내가 어수선해지자 사회자는 황급히 행사를 종료하며 기업인들에게 퇴장을 안내했다.
- 혁신하는 시민의 공간, 다시 공공의 관리로 돌아가다
- 서울혁신파크 '탄소중립실천 모든 것 한마당' 신나게 참여해 보자
- 서울혁신파크의 '공공성'과 '혁신'을 되살피다 "왜 공적 공간으로 유지해야 하는가"
- [포토] "서울혁신파크의 주인은 시민이다!"
- "서울혁신파크, 시민 공동의 자산으로 유지해야" 시민모임 출범 기자회견 진행
- 은평구, 서울혁신파크 개발 계획에 "구민들 오랜 염원"…갈 곳 잃은 사경조직에는 '우려'
- 일상 속 다양한 공익활동 체험해보는 '2024 서울공익활동 박람회' 삼각지서 열려
- "비영리·공익 생태계 건강하려면 선함과 유능함 모두 갖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