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성의 날 맞아 '3.8여성파업대회' 진행…"차별과 착취의 세상 바꾸기 위해 우리의 노동을 중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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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성의 날 맞아 '3.8여성파업대회' 진행…"차별과 착취의 세상 바꾸기 위해 우리의 노동을 중단한다!"
8일, 세계 여성의 날 맞아 3.8여성파업대회 '역행하는 시대, 돌파하는 우리의 투쟁' 개최
  • 2024.03.08 23:14
  • by 노윤정 기자
▲ 3.8여성파업대회 '역행하는 시대, 돌파하는 우리의 투쟁'이 8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개최됐다. ⓒ라이프인
▲ 3.8여성파업대회 '역행하는 시대, 돌파하는 우리의 투쟁'이 8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개최됐다. ⓒ라이프인

"여성이 멈추면 세상도 멈춘다!"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3.8여성파업조직위원회(이하 여성파업조직위)가 주최하는 3.8여성파업대회 '역행하는 시대, 돌파하는 우리의 투쟁'이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렸다. 여성파업조직위는 총 41개 노동조합과 단체가 노동 현장에서의 파업과 무급 가사 돌봄 중단을 통해 여성노동의 가치를 드러내고 여성 노동자들의 권리 보장과 성평등한 일터, 성평등한 사회를 위한 투쟁을 조직하고자 결성한 모임이다.

이날 여성파업에 동참한 참가자들은 주 구호인 '가자, 여성파업'이 적힌 피켓을 들고 있었으며, 곳곳에 '차별을 넘어 평등의 봄으로', '남녀 차별 철폐', '성평등 YES', '성별 임금 격차 해소', '최저임금 인상!', '여성 억압과 착취 OUT', '차별금지법 제정하라' 등의 문구를 적은 피켓들도 눈에 띄었다. 

▲ 3.8여성파업대회에 등장한 다양한 구호들. ⓒ라이프인
▲ 3.8여성파업대회에 등장한 다양한 구호들. ⓒ라이프인

여성파업조직위와 참가자들은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를 요구했다.

성별 임금 격차 해소하라!
돌봄 공공성 강화하라!
고용 안정과 비정규직 철폐 등 일하는 모두의 노동권 보장하라!
임신중지에 건강보험 적용하고, 유산유도제 도입하라!
최저임금 인상하라!

박순향 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지부 지부장은 "여성의 날은 여성 노동자들의 투쟁을 기리기 위해 제정됐다"며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윤석열 정부의 퇴행적이고 여성혐오적 정책에 맞서 우리도 여성파업에 돌입한다.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여성파업이 벌어지는 역사적 순간이다. 임금 노동 현장에서의 파업을 비롯해 연차나 휴가, 조퇴, 결근을 통해 다양한 사업장에서 여성 노동자가 참여한다. 무급 가사 노동을 하는 여성들도 함께 가사 노동을 멈출 것이다. 성별 이분법에 갇히지 않고 여성파업 취지와 요구에 동의하는 장애인 노동자, 논바이너리, 트랜스젠더, 남성 노동자도 참여한다"고 이번 대회의 의미를 설명했다.

본격적인 대회는 노동자 권리를 위해 투쟁하다 사망한 노동자들을 위한 묵념,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으로 시작했다.
 

▲ 김금영 건강보험공단고객센터지부 서울지회장(위), 신혜정 한국여성민우회 여성노동팀 팀장. ⓒ라이프인
▲ 김금영 건강보험공단고객센터지부 서울지회장(위), 신혜정 한국여성민우회 여성노동팀 팀장. ⓒ라이프인

이어 ▲현장 파업 노동자: 김진아 민주노총 금속노조 구미지부 KEC지회 수석부지회장, 김금영 건강보험공단고객센터지부 서울지회장 ▲여성 노동권과 가사 돌봄: 신혜정 한국여성민우회 여성노동팀 팀장 ▲서울시 사회서비스원 해체 시도 규탄과 돌봄 노동자의 노동권: 김춘심 전(前) 서울시 사회서비스원 요양보호사, 오대희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 지부장 ▲비정규직 여성 노동권: 신희숙 전국여성노조 인천지부 부지부장(인하대학교 청소노동자) ▲고용승계 및 반도체 산업 여성 노동권: 소현숙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고공농성 여성 노동자) ▲장애인 노동권: 이수미 탈시설장애인당 국회의원 후보(해고 노동자) ▲성소수자 노동권: 이연수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트랜스젠더퀴어인권팀 활동가 ▲학생으로서 여성파업에 참여하는 이유: 김다희 고려대학교 소수자인권위원회 등 낮은 여성인권과 여성 노동자의 사회적 지위에 문제를 제기하고, 여성 권리와 관련한 다양한 의제에 관해 당사자들의 발언을 들었다.

특히 김금영 건보고객센터지부 서울지회장은 정부를 향해 노동 정책 개선과 차별 철폐를 요구하며 "노동개악을 멈추고, 비정규직이 없는 사회, 노동과 노동하는 사람의 존재와 사회적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정책, 법 제도, 안전한 일터, 차별 없는 보상과 처우가 이루어지는 공정한 노동환경과 자본의 관점이 아닌 노동자 관점의 정책을 만들어 달라. 여성 노동자의 권리 보장도 국가의 당연한 의무이며 모든 차별을 철폐하는 것은 국가의 숙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신혜정 여성민우회 팀장은 어머니의 이력서를 함께 작성했던 경험을 나누며 "가사 노동과 돌봄 노동이 저평가되는 현실, 가사 노동과 돌봄 노동을 전담하면서도 생계 부양까지 해내야 하는 여성 노동자의 현실, 양육을 마치고 다시 노동 시장에 진입하려고 할 때 한정적인 선택지 앞에 놓이게 되는 현실, 단지 여성이 많이 하는 이유로 저평가되어 열악한 조건에 놓일 수밖에 없는 현실을 통감하는 시간이었다"고 말했으며, "한국 사회는 가사 노동과 돌봄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고, 두 노동이 사회를 유지하는 데 있어 필수 노동이었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참가자들은 함께 3.8여성파업 선언문을 낭독한 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주최 '2024년 3.8 세계 여성의 날 정신계승 전국 노동자 대회'가 열리는 서울 대학로까지 함께 행진했다.

 

이하 3.8여성파업 선언 전문.

오늘 우리는 엄마도, 딸도, 며느리도, 아줌마도, 아가씨도 아닌 여성 노동자의 이름으로 우리의 노동을 중단합니다. 윤석열 정부의 여성 삭제와 노동개악에 맞서, 이름만 다를 뿐 모두 여성을 짓밟은 채 이 가부장적 자본주의 체제를 떠받치고 있는 국민의 힘과 더불어민주당, 그리고 그들과 손잡은 정치세력에 맞서, 이 세을 생산하고 재생산해 온 여성 노동자의 이름으로 3.8 국제 여성의 날, 우리의 노동을 중단합니다.

'여성의 노동'은 어디에나 존재하지만, 어디에도 없는 것처럼 여겨집니다. 내가, 나의 어머니가, 나의 친구들, 그리고 동료들이 그런 삶을 거쳐 왔습니다. 가부장적 자본주의의 그늘 속에서 무시도 차별도 감수해야 하는 줄 알았습니다. 삶 전체를 희생해 아이를 양육하는 ‘엄마’, 혹은 폭력과 학대도 견디는 순종적인 ‘아내’가, 사회가 우리에게 부여한 ‘여성성’이었기에 그랬습니다. 그렇게 여성 노동자는 불완전한 노동자로 전락하여 2명 중 1명은 비정규직에, 최저임금이 매겨졌습니다. 남성의 3배에 달하는 가사돌봄 노동을 떠맡아야 했습니다. 여성 노동자 3명 중 1명이,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는 5명 중 2명이 직장에서 성희롱당했습니다. 매년 수만 건의 성폭력과 가정폭력, 교제폭력에, 매일 1명의 여성이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게 살해되거나 살해 위협을 받았습니다. 여전한 페미니즘 사상검증에, ‘페미’로 보인다는 이유로 뭇매를 맞았습니다. 장애나 질병이 있는 이들의 노동권은 거부됐습니다. ‘저출산’ 대책은 손에 잡히기는커녕 쿠팡 같은 대기업도 여전히 육아휴직자를 블랙리스트에 올렸습니다. 남성의 5분의 1도 되지 않는 연금액에 오늘도 끼니를 걱정하는 고령자 여성이 수두룩합니다. 그래서 살아남기 위해선, 내 동료를 짓밟으라고 합니다. 내가 살아남기 위해선, 삶과 일터와 미래를 빼앗긴 채 쫓겨 온 이주 여성 노동자들과 경쟁하라고 합니다. 전쟁으로 돈을 버는 자본주의 체제는 수많은 여성을 비롯한 민중을 살육하고 있습니다. 국가는 팔레스타인 학살을 외면하고 우크라이나 전으로 돈을 버는 데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다른 세상을 원합니다. 더 이상은 이대로 살 수 없습니다. 더 이상 우리의 허리띠는 졸라지지 않습니다. 우리는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기계가 아니라 인간입니다. 우리는 부단히 이 세상을 생산하고 재생산해 온 노동자들입니다. 우리의 촘촘한 노동이 일터를, 가정을, 이 사회를 지탱해 왔습니다. 그런 우리를 당신들은 2개월마다, 6개월마다, 2년마다 쓰고 버렸지만, 우리는 단 한 명도 포기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단 한 명도 포기하지 않는 세상을 원합니다!

여성이 멈추면 세상이 멈춥니다. 우리의 노동이 가지는 힘을, 우리의 연대가 가지는 힘을 세상에 보여줍시다. 가부장적 자본주의 사회에서 폭력과 가난 속에 죽거나 사라지는 여성들이 없도록, 우리의 노동이 지워지거나, 우리의 투쟁의 역사가 삭제되지 않도록 이 차별과 착취의 세상을 바꾸어냅시다! 단 한 명도 포기하지 않는 세상을 위해, 우리는 오늘 생산과 재생산 노동을 중단합니다. 역행하는 시대를 돌파하는 우리의 투쟁을 시작합니다. 우리가 잃을 것은 우리를 결박해 온 사슬뿐이요, 얻을 것은 여성해방입니다. 가자 3.8여성파업, 쟁취하자! 여성해방!

하나. 성별임금격차 해소하라!
하나. 돌봄 공공성 강화하라!
하나. 고용 안정과 비정규직 철폐 등 일하는 모두의 노동권 보장하라!
하나. 임신중지에 건강보험 적용하고, 유산유도제 도입하라!
하나. 최저임금 인상하라!

2024. 3. 8.
2024년 3.8여성파업조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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