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해결 위해 우리에게 '페미니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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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해결 위해 우리에게 '페미니즘'이 필요하다
  • 2023.03.08 22:15
  • by 노윤정 기자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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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페미니즘이라는 말이 있다. 생태학(Ecology)과 여성주의(Feminism)의 합성어로서, 환경 운동과 기후행동에도 여성주의가 필요하다는 관점이다. 환경 운동, 기후행동에 왜 여성주의 시각이 필요할까?

에코페미니즘은 기후위기가 남성 위주의 가부장적 산업 문명 속에서 자연은 철저히 대상화되고 착취와 파괴와 차별의 대상이 되어 왔다는 문제 의식에서 출발하며, 그러한 맥락에서 환경 운동에 여성주의 시각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남성 위주의 가부장적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 속에서 여성 또한 착취의 대상이 되어 왔기 때문이다. 기존의 차별과 착취 구조에서 벗어나 평등하고 정의로운 체계로의 전환을 상상하기 위해서는 지금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모든 구조적 불평등과 억압을 살펴보고, 불평등이 어떻게 강화되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기후위기가 전 지구적 문제로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그에 따라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연구가 진행됐다. 그리고 많은 연구자들은 팬데믹과 기후위기가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취약함'을 더욱 취약하게 만들었다고 입을 모은다. 재난은 빈자와 부자, 여성과 남성, 아이와 노인, 인종을 가리지 않지만, 불평등한 사회 구조 속에서 재난의 영향은 차별적으로 나타난다. 일례로 영국의 비영리 기후환경단체인 카본 브리프(Carbon Brief)는 지난 2020년, 기후 변화가 여성과 남성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130건의 관련 논문을 분석하여 발표했다. 그 결과 여성이 기후 변화에 따른 피해를 남성보다 더 많이 받는다는 내용을 담은 논문이 89건(68%)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제2실무그룹이 지난해 발표한 6차 보고서에서도 기후위기로 인한 생태 변화가 여성들에게 더 위협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유는 여성과 남성에게 부여되는 고정된 성 역할 때문이다.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가사와 돌봄의 역할은 '여성의 일'로 인식돼 왔다. 이로 인해 재난과 같은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가중되는 돌봄 부담 역시 여성에게 돌아간다. 이처럼 여성이 가사 노동과 돌봄 노동에 대부분의 시간을 쏟다 보면 교육을 받거나 취업할 기회는 자연히 줄어든다. 여성이 재난 시 피하거나 적응할 방법을 익힐 수단이 더 적다는 의미다.

또한 재해로 집이라는 보호막이 사라졌을 때 여성들은 성폭력과 각종 괴롭힘에 노출되고, 기후위기로 농사를 망치고 가정이 빈곤에 빠지면 어린 여성들은 조혼을 강요받는다. 뿐만 아니라 카본 브리프가 분석한 한 연구에서는 여성이 인도의 사리(긴 드레스 형태의 전통의상)와 같이 움직임이 제한되는 옷을 입기를 기대하는 문화가 재난 시 여성의 탈출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의사결정 구조에서 남성이 과다대표 되는 문제 역시 여성에게 가해지는 억압 기제를 눈에 보이지 않도록 하고 기존의 차별적인 구조를 재생산한다. 따라서 기후위기 문제는 성차별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 페미니스트 그린 뉴딜 연합(Feminist Green New Deal Coalition) 홈페이지 갈무리.
▲ 페미니스트 그린 뉴딜 연합(Feminist Green New Deal Coalition) 홈페이지 갈무리.

지난 2019년 페미니스트그린뉴딜연합(Feminist Green New Deal Coalition)은 미국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에 여성주의 관점이 포함되어야 한다며 '그린 뉴딜 정책을 위한 페미니스트 10대 의제'(Feminist Agenda for a Green New Deal)를 제시했다. 이를 통해 연합은 전 분야에 걸쳐 교차 성별 분석이 필요하고, 기후 정책이란 '국내'에 한정되지 않으며, 제도적 가부장제와 인종차별, 착취적이고 지속 불가능한 생산 구조에 대응해야 하고, 미래 세대를 위해 목소리를 내는 청년들의 리더십을 존중해야 한다는 등 사회적 약자를 억압하고 착취하는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정책을 마련하도록 제언했다.

여성주의 관점으로 기후위기를 분석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차별과 배제에 대한 민감도를 높이고 삶 곳곳에서 거시적이고 미시적으로 작동하는 불평등한 구조에 문제제기를 하겠다는 의미다. 착취와 차별이 존재하는 사회에서는 기후위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기존의 권력 구조를 해체하고 새로운 공존 관계를 모색해야 한다.

여성주의가 우리 삶에 산재한 모든 문제를 단번에 해결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여성주의 관점으로 자연을 바라보고 소비를 부추기는 자본주의 산업 문명을 되돌아보면서, 우리가 착취하고 억압하던 대상을 직시하고 하나씩 바꿔 나가다 보면 지금과는 다른 사회, 지속 가능한 삶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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