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넷'과 피해자들,‘환경의날’을 앞두고 일인시위에 나선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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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넷'과 피해자들,‘환경의날’을 앞두고 일인시위에 나선 까닭은?
[강찬호의 위험사회(9)]5월26일 일인시위에 나섰다.
  • 2017.05.29 19:33
  • by 강찬호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오른쪽)과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이 일인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2017년5월29일) ⓒ 금융정의연대 강홍구

지난 5월26일(금) 낮 12시 광화문 사거리 세월호 광장 앞에서 ‘일인시위’를 진행했다. 문재인 정부에게 가습기살균제 참사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시위였다. 구체적으로는 6월5일 유엔이 정한 ‘환경의날’을 맞이하여 늦어도 이날,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책임을 인정하고 대통령이 직접 사과를 해달라는 것이 요구였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해결해야 할 우리사회의 수많은 요구들이 봇물 터지듯이 쏟아져 나오겠지만,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 당사자들에게는 이 문제가 가장 절박한 문제이다. 당장의 해결이 아니라면, 주요 해결과제로 가습기살균제 참사 문제를 올려놓지 않으면, 주요한 때를 놓치는 것이기에 절박한 요구일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6월5일 환경의날에 가습기살균제 참사 해결책을 제시해주세요]라는 피켓을 들고, 5월23일부터 6월5일까지 한시적인 연속 일인시위에 나선 이유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환경의날’에 참석해 가습기살균제 참사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요구는 두 가지 이슈가 포함되어 있다. 지난 20여년 동안 역대 대통령이 환경의날 행사에 참석한 경우는 두 번이었다. 김대중 정부에서 동강댐 문제가 사회이슈가 되었을 때와 박근혜 정부가 대구에서 진행된 환경의날 행사에 참여한 경우였다. 대통령의 환경의날 참석은 ‘환경문제’에 대한 대통령의 관심과 의지를 보여주는 행위라고 본 것이다. 더불어 4대강 문제 등 환경이슈와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대책 등 환경피해 이슈 해결에 대한 의지를 밝혀주기를 희망했다.

5월29일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  ⓒ 강홍구

“이날 환경피해자들을 초대해 위로하고 그간 정부의 잘못을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자리로 만들면 어떨까요?”

“또한 석면피해자들과 시멘트공장인근의 환경피해주민들에게도 그리고 나아가 4대강 사업으로 서식지를 잃은 생물, 새만금 갯벌간척으로 죽어가는 조개들, 해양투기 바다에서 신음하는 저서생물들, 전국 8곳 수족관에 갇혀있는 돌고래들에게도 자리를 하나씩 내어주면 더욱 좋지 않겠습니까?”

문재인 정부에서 다시 시작된 연속 일인시위의 메시지는 대통령의 환경의날 행사 참석,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등 초청, 이 문제에 대한 국가 책임 인정과 사과, 생활화학제품 출시 전 완전확인 의무화 등 제2가습기살균제 참사 재발방지 약속으로 요약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환경의날 행사에 참석할 것인가? 참석한다면 요구대로 피해자들을 초대하고, 정부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할 것인가?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광화문 사거리는 이미 익숙한 곳이 되었다.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 문재인 정부에 걸쳐 광화문 거리에 선 것이다. 이미 2011년 8월말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세상에 알려진 그해, 11월말 환경단체인 환경보건시민센터와 함께 제1회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대회를 마치고 처음으로 광화문 광장 사거리에 서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비가 내리고 겨울 문턱에서 제법 추운 날이었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얼굴을 마주한 피해자와 가족들도 많았다. ‘그 마음이 어땠을까’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저린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참가자들은 정부종합청사로 향했다. 비장한 마음으로. 그러나 정부청사 앞에서 민원인 취급을 당했다. 정부 관계자 누구도 나오지 않았다. 정부청사 문은 굳게 잠겨 있었고, 통상적인 민원접수 절차에 따라 민원을 접수했다. 그게 정부가 보여준 모습 그대로였다. 이명박 정부는 초지일관 최소대응으로 일관했다. 단순 민원사건에 지나지 않았고, 그렇게 약속이나 한 듯 취급했다.

강홍구 금융정의연대 사무국장이 일인시위를 진행했다. (2017년5월29일)

2011년 8월31일 정부발표에 이어, 그해 11월 동물실험 중간결과 발표가 보건복지부에서 있었다. 언론의 많은 취재가 있었지만, 당시 정부는 피해대책에 대해서는 가해기업과 피해자들이 알아서 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피해자대회를 치르고 정부청사에 항의방문을 갔음에도, ‘단순 민원’ 응대를 당한 것은 그런 정부의 대응기조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기억이 맞다면 접수된 민원에 대한 답변도 그 후로 오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에서 부질없이 시간이 흘러갔다. 환경보건시민센터, 피해자와 가족들이 유일하게 대응할 수 있었던 수단이 광화문 사거리를 중심으로 한 릴레이 일인 시위였다. 환경보건시민센터가 피해자와 가족들, 환경시민단체 활동가, 시민사회 명망가들을 일인시위로 조직했다. 200여일이 넘는 집중 일인 시위가 매일 진행됐다. 2012년에서 2013년으로 해를 넘겨 진행되었다. 사안에 따라 시위 장소를 광화문에서 당시 옥시레킷벤키져가 있는 송파구로, 국회 앞으로 옮겨 진행되기도 했다. 릴레이 일인 시위에 이어 지난 5년 동안 산발적으로 일인 시위는 지속되어 왔다. 많은 피해자와 가족들 그리고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시간을 쪼개 일인시위에 참여해왔다.

2017년5월23일은 문재인 정부 들어서 첫 연속 일인시위가 시작됐다. 23일부터 6월5일까지 매일 낮12시에 일인시위를 연속해서 진행하는 캠페인이었다. 시간 안배에 따라 26일(금) 일인시위에 참석했다. 송파구에 거주하는 류명석 어르신이 함께 하기로 했는데 연세가 있어서 당일 참석하지 못했다. 모친을 가습기살균제로 잃고 본인도 피해를 호소하는 피해자이자, 가족이었다. 이날은 다른 이슈로 일인시위를 하는 이들은 없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 일인시위 이슈만 세월호 광장을 배경으로 진행되었다. 시사저널과 영화 시나리오 작가가 취재차 함께 했다. 일인시위를 마치고 연세대 보건대학원에서 진행되는 (사)환경독성보건학회 춘계학술대회로 이동했다.

문재인 정부 첫 가습기살균제 항의행동 연속 일인시위 참석자 명단(예정)

o 5월23일 화요일; 최주완(부인사망 피해자), 최예용(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

o 5월24일 수요일; 이재성(본인환자, 가족피해자)

o 5월25일 목요일; 강은(본인환자), 박창위(환경운동연합 회원)

o 5월26일 금요일; 류명석(모친사망, 본인환자), 강찬호(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대표)

o 5월29일 월요일; 안진걸(참여연대 사무처장), 가습기살균제피해자

o 5월30일 화요일; 안종주(가습기살균제 참사를 기록한 책 [빼앗긴 숨]저자)

o 5월31일 수요일; 김태은(남편사망, 가족피해)

o 6월1일 목요일; 김기태(가족피해)

o 6월2일 금요일; 윤준하(환경운동연합 고문)

o 6월5일 월요일; 환경의날, 가습기살균제피해자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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