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다룬 아이쿱생협과 아이쿱불공정경영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간 갈등 중 또 하나의 쟁점은 "퇴임한 신모 전 대표가 여전히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대책위는 공식 직책이 없는 인물이 결재와 인사 결정에 개입했고, 생산자 대금 지연 등 주요 현안에도 관여했다는 것이다.

그러한 이유로 "아이쿱의 투명성과 민주성이 무너졌다"며, "권한이 없는 인물이 조직을 움직이는 구조가 불공정 경영의 근원"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아이쿱생협연합회(이하 연합회)는 "협동조합 구조상 특정 인물이 조직 전반을 좌지우지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연합회 신미경 회장은 "각 법인은 독립된 이사회와 대표 체계를 통해 결재가 이뤄진다"며 "제도적으로 비선이 작동할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다. 또한 "대책위의 주장에는 허위가 섞여 있으며, 사실 왜곡과 허위사실 유포에는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아이쿱 측은 나아가 대책위의 실체를 문제 삼았다. 자연드림생산기업협동조합 김면영 이사장은 "대책위 인물 중에는 과거 조직에서 비리나 횡령, 배임 등 문제가 있었던 이들이 있다"며 "가해자인 본인들이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하지 않는 가족에게 급여를 지급하거나 합작회사 자금을 무단 대여한 사례도 있었다"며 "이들에 대해 이미 형사 고소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아이쿱은 대책위의 주장을 "스스로의 비위를 덮기 위한 왜곡"이라고 규정하고, "법적 절차에 따라 책임을 묻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이쿱 관계자는 '비선'이라는 단어 자체가 협동조합의 구조를 오해한 결과라고 보았다. "비선 실세라는 표현은 정치권 언어에 가깝다. 협동조합은 결재나 지시가 한 사람의 손에 집중되는 구조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직의 방침은 대표와 이사회가 논의해 결정하며, 법인 간 의결 절차도 별도로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대책위가 언급한 신 전 대표의 영향력이 일정 부분 남아 있었음을 인정하기도 했다. "조직을 오래 이끌어온 인물로서 상징성과 신뢰가 있었다"며, "그의 제안이나 지시는 자연스럽게 무게 있게 받아들여졌다"고 말했다. 특히 "매출 감소와 혼선이 겹치던 시기에는 익숙한 리더의 의견이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했다"며 이런 상황을 비선이라 부르는 건 과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자문 역할을 해왔던 것은 사실이지만,조직 운영 전반을 좌우할 만큼의 구조는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조직의 문화와 구조적 여지를 함께 봐야 한다는 것이다. 

 

협동조합 구조상 비공식 자문이 금지된 것은 아니다. 다만 그 과정이 문서화되지 않으면 '조언'과 '지시'의 경계가 흐려진다. 이번 사안의 핵심은 바로 그 지점에 있다. 공식 권한은 없지만 영향력은 존재하는 구조, 형식상 수평이지만 문화적으로는 위계가 남은 조직. 이 두 층위가 충돌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대책위는 이를 "제도의 문제이자 책임의 부재"로 지적했다. 그들은 "신 전 대표의 영향력이 유지되는 동안 경영 의사결정이 폐쇄적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하며, "조합원과 생산자가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다시 세워야 한다"고 요구했다.

 

반면 아이쿱은 "문제의 본질은 권한이 분산된 구조 속에서 각자 책임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점"에 있다고 본다. 그로 인해 여러 비위행위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조직이 위기를 겪는 동안, 중심을 잡아주던 인물의 의견이 과도하게 반영된 부분이 있었다면 그 역시 제도적으로 정리해야 할 과제라는 인식으로 보인다.

 

▲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아이쿱생협 생산자는 "작은 꽃들이 30년을 버텨 군락을 막 이루려는 시기에, 이런 일이 일어나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전했다. ⓒ라이프인
▲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아이쿱생협 생산자는 "작은 꽃들이 30년을 버텨 군락을 막 이루려는 시기에, 이런 일이 일어나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전했다. ⓒ라이프인

현장에서는 양측의 목소리가 엇갈리면서도 공통된 피로감이 감지됐다. 한 생산자는 "함께 일하던 동료들이 하루아침에 가해자로 몰렸다"며 "우리는 이 조직을 무너뜨리기 위해 싸우는 게 아니라, 지키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생산자 대표는 "협동조합은 잘될 때보다 어려울 때 빛난다"고 덧붙였다. 이 발언들은 비판이나 방어를 넘어, 조직 내부의 회복을 향한 정서로 읽힌다.

 

이번 논란은 '비선 실세'의 유무가 아니라, 협동조합 내부에서 권위와 책임이 어떻게 공존해야 하는가에 관한 문제로 다가왔다. 결재와 지시의 경계를 제도적으로 명확히 하고, 의사결정의 경로를 조합원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는 일, 그것이 이번 사태가 남긴 가장 현실적인 교훈이다.

 

남은 쟁점도 여전히 있다. 100억 원대 규모의 주식 부당이득, 경영 악화와 생산자 대금 미지급 문제 등이다. 아이쿱은 이들 사안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으며, 라이프인은 이 사안들에 대한 취재를 이어갈 예정이다.

 

 

※ '공명(共鳴)'은 사회연대경제 현장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변화를 다각도로 조명하며, 변화와 울림을 기록하는 기획 시리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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