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0일 괴산군청에서 열린 아이쿱생협과 아이쿱불공정경영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의 주요 쟁점 중 하나는 '조합원 의사 반영의 방식'이다. 올해부터 아이쿱은 물품 정책의 방향을 '치유식 중심'으로 전환하고, 최근 가격 체계를 일원화하는 구조 개편을 추진했다.
이를 두고 일부 조합원은 "충분한 논의 없이 일방적이다"라고 반발했다. 월 조합비를 납부하는 대신 일반가보다 저렴하게 구입하던 조합원 가격이, 일반가로 일원화되고 2~30% 포인트를 적립하는 방식으로 바뀐 것에 대한 불만이다. 또한 익숙한 상품들이 매장에서 사라지면서 "조합이 조합원을 소비자로만 본다"는 부정적 의견이 온라인에서 제기됐다. 대책위는 이 사안을 '민주주의의 문제'로 규정했다.
그리고 이러한 이유로 "국내 최대 생협이던 아이쿱이 매출 하락과 부채 증가로 위기를 겪고 있으며, 경영진은 불투명한 구조 속에 문제를 감추고 있다"라며, "공정거래위원회가 아이쿱의 불공정·비민주적 경영을 전면 조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기자회견에서 대책위는 △아이쿱연합회가 대화에 성실히 임하고 공개 공청회를 열 것 △조합원 출자금과 차입금 보호를 위한 즉각적 대책 마련 △권한 없는 인물이 경영 의사결정에 개입하지 않도록 구조를 바로잡을 것 등을 촉구했다.
이 주장은, 아이쿱의 운영이 조합원 전체의 의견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맞춰져 있었다. 대책위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대책위 소수의 문제가 아니다. 조합원들이 정책과 운영 방식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민원을 게시판에 올려도 삭제당한다며 "의사결정 과정이 닫혀 있다는 점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책위는 공청회와 외부 조사를 통해 진실을 검증받아야 한다는 의견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아이쿱소비자생협연합회는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협동조합의 회계와 운영이 이사회 결의와 감사 절차를 거쳐 투명하게 관리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아이쿱은 이번 가격 정책 전환이 대표자와 활동가 협의체 논의를 거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조합이 성장하면서 모든 사안을 전체 조합원 투표로 결정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치유 중심의 변화에 관해서 아이쿱은 지난달 '치유 박람회'를 열어 새 정책의 취지를 공개했다. 신미경 연합회 회장은 이러한 홍보로 더 많은 조합원에게 취지를 알리고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고 전했다. '온라인에서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는 기자의 질문에, "조합원 반응이 다양한 것은 알고 있으며, 조합이 어떤 가치를 지향하는지 앞으로 더 명확히 설명하겠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으로는 활동가 중심으로 정체성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홈커밍데이, 조합원 데이 등 다양한 교육과 설명회 자리에서 직접 소통하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대책위는 여전히 "의사결정 과정이 닫혀 있다"고 비판하지만, 아이쿱은 내부 논의를 거쳐 합리적으로 결정된 사안이라고 맞서고 있다. 양측의 입장은 다르지만, 이번 논란은 단순히 한 정책의 찬반을 넘어 협동조합 내부에서 '절차의 민주주의'와 '신뢰의 민주주의'가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를 묻고 있다.
이 사안은 협동조합이 성장할수록, 민주적 절차와 대표 구조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라는 과제를 드러냈다. 모든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직접 투표는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대표를 통한 의사결정만으로는 신뢰가 완성되지 않는다. 협동조합의 민주주의는 의견이 어떻게 반영되고, 이견이 어떻게 기록되는가에 의해 평가된다. 아이쿱이 조합원과 함께 그 과정을 다시 설계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번 갈등은 단절이 아니라 새로운 신뢰의 기반이 될 가능성이 보인다.
※ '공명(共鳴)'은 사회연대경제 현장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변화를 다각도로 조명하며, 변화와 울림을 기록하는 기획 시리즈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