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을 살리는 아름다운 선택』은 일본의 고향납세와 한국의 고향사랑기부제를 비교하며, 제도의 본질이 재정이 아니라 사람과 신뢰에 있음을 짚어낸 책이다. 라이프인은 출판사 월간토마토의 협조를 얻어, 책 후반부에 실린 이찬우 일본경제연구센터 특임연구원과 문진수 사회적금융연구원 원장의 질의응답 일부를 소개한다. 

두 연구자는 고향사랑기부제를 '지방의 자치력과 시민 신뢰를 키우는 실험'으로 바라보며, 제도의 성패가 결국 사람의 참여와 지역의 상상력에 달려 있다고 강조한다. 보다 자세한 제도 분석과 일본·한국의 다양한 사례는 『지역을 살리는 아름다운 선택』 본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책은 지역이 스스로의 미래를 설계하기 위한 길을 묻고, 그 대답을 '사람'에게서 찾는다.

 

 

Q. 이번 책을 집필하면서, 두 분이 가장 강조해서 독자에게 전달하고 싶었던 내용은 무엇일까요?

 

A. 이찬우 연구원:

20년 가까이 경험을 쌓은 일본 고향납세 중에서 어떤 부분을 소개해야 독자에게 도움이 될지 고민했습니다. 납세나 기부라는 표현 때문에 '돈'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제도라는 측면에서도 재정의 흐름이 중심이고요. 그러나 행위 주체로 보면 고향납세 본질은 '사람'입니다. 납세자는 고향납세 지역을 주체적으로 선택합니다. 지자체와 주민은 답례품을 기획하고 지역의 매력을 찾아내 알리며, 지역에 들어온 재정을 어떻게 쓸지를 결정합니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 사이에 관계망을 형성하고 연대합니다. 이 제도는 '사람'이 중심이라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A. 문진수 원장:

일본은 지방창생법이라는 기본 계획이 있고, 투입하는 재정도 우리보다 훨씬 많습니다. 자치의 역사나 공동체성, 주민 주도성 면에서도 오랫동안 축적한 경험이 있습니다. 반면 우리는 무너지는 지역을 살리기 위한 마스터플랜이 없습니다.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어도 부작용을 우려해 촉진이 아니라 억제하려는 경향을 보입니다. 법률과 제도가 따로따로 굴러가고 있고, 정부 정책은 안전지대에만 머물고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고향사랑기부제가 성공하려면 어떤 조건이 요구되는지, 한국적 맥락에서 일본 고향납세를 통해 배울 합리적 핵심은 무엇인지를 살펴보려 했습니다.

 

 

Q. 고향납세제, 고향사랑기부제 모두 '지역 불균형'이나 '지역 소멸'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 대안입니다.

매년 부족한 자주 재원을 충당하고 일부 답례품 시장에 활력을 주는 것을 넘어서 좀 더 근원적으로,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지역 순환경제 생태계 구축'에 이바지하도록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떤 전략적 접근이 가능할까요?

 

A. 문진수 원장:

지역 순환 경제란 지역에서 생산된 가치가 지역 밖으로 유출되지 않고 지역 안에서 순환하는 경제구조를 말합니다. 이 생태계를 구축하려면 지역 자원의 역내 순환을 돕는 장치가 필요한데, 지역화폐가 대표적인 수단입니다. 지역화폐가 지역 자원이 밖으로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면, 고향사랑기부제는 지역 밖으로 빠져나간 가치를 다시 끌어들인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지역 순환 경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발전 잠재력을 키울 수 있는 다양한 정책을 함께 시행해야 해요. 고향사랑기부제와 연결해 보면, 답례품으로 지역화폐를 주고 기부자가 지역에 방문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대표적인 사례죠. 실제로 일본에서는 이런 사례를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지자체 차원에서는 교류 인구, 관계 인구를 늘릴 수 있는 참신한 정책 아이디어와 실험이 추진되어야 합니다.

A. 이찬우 연구원:

일본에서는 지역화폐를 답례품으로 선정하는 사례가 많아요. 전자 코인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요. 고향납세로 기부하면, 전자 코인이 들어와서 나중에 그 지역을 방문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합니다. 또 지역을 방문했을 때 고향납세를 기부하고 그 자리에서 전자 코인을 받아서 바로 쓸 수 있는 경우도 있죠. 물론, 일본도 답례품으로 나중에 사용할 수 있는 전자 코인을 선택하는 고향납세자가 많지는 않아요. 대부분 특산품을 선택하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인책이나 프로모션이 굉장히 중요해요. 포도 따기, 감 따기, 축제 초대와 같은 천편일률적인 기획으로는 경쟁력이 없어요. 책에서도 사례로 소개한 '사진의 마을' 히가시가와정처럼 고등학교 사진부 학생을 대상으로 경연을 펼치는 등 독창적인 전략을 수립해야죠. 이런 기획이 쉽지 않아요. 저는 여기에 법인 고향납세를 접목한다면, 역할을 좀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요. 지역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법인이나 지역 DMO(Destination Marketing Organization)와 같은 곳에서 교류 인구나 관계 인구 확대를 위한 전문 컨설팅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세액을 공제해 주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겠죠. 또 일본 법인 고향납세에는 법인이 지역 지자체에 인재를 파견하면, 그 직원 급여의 90%까지 세액 공제를 받는 제도도 있어요. 이런 정책 사례도 함께 검토하면 좋을 거 같아요.

 

 

Q. 이 책의 독자, 특히 지방자치단체 관계자와 지역 활동가에게 조언을 부탁합니다.

 

A. 이찬우 연구원:

일본과 한국은 공무원 조직 대응 정도, 지자체장 판단, 지역 주민 특성 등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있을 겁니다. 이런 점 때문에 어떤 제도를 비교하는 것도 좋지만, 자기 지역 특성을 조금 더 분명하게 조사하고 능력을 평가해서 강점과 부족한 부분을 찾아내는 게 중요합니다. 부족한 부분을 강점으로 극복하면서 제도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지금까지 많은 지자체 관계자나 지역 활동가의 관심은 중앙정부의 정책과 예산 배정에 맞춰 사업을 짜고 제안하고 실행하는 데 맞추어져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당연히 중앙집권적 재정 현실에 맞출 수밖에 없는 것은 이해합니다만, 그러한 현실 때문에 제가 보기에 한국에 지역 사회 활동가는 상당히 정치 지향적이고 행정의 그물 안에 갇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지방자치다'라는 원론을 이야기하기에는 한국의 사정이 매우 다릅니다만, 지방이 주권을 갖고 주민자치를 실행하고 지방의 일을 지방이 자주적으로 처리하려면, 재정을 자율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한 제도 개선과 함께 고향사랑기부제도를 그러한 방향에서 운영하는데, 지자체 관계자와 지역 활동가들이 합심해서 성과를 만들어 내어 주시기를 기대합니다.

A. 문진수 원장:

지금 우리 사회가 직면한 위기는 복합적이고 중층적입니다. 기후 위기와 불평등이 깊은 관련성을 가지고 있고, 지방 소멸 현상의 이면에 인구 감소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특정한 법률 혹은 제도가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없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기존에 하지 않았던 새롭고 혁신적인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고향사랑기부 혹은 지역 기반 크라우드펀딩은 이제까지 시도되지 않았던 새로운 자금 모집 방법입니다. 제도를 어떻게 설계하고 운영하는가에 따라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자체 공무원은 이 제도에 담긴 가능성을 잘 살피면서 어떻게 우리 고장을 알릴 것인지, 기부자들이 우리 지역에 오도록 하려면 어떤 점을 부각해야 하는지 치열하게 고민해서 좋은 사례를 많이 만들면 좋겠습니다. 주도권이 행정에 있어서 관심이 덜하겠지만, 지역 풀뿌리 활동가와 사회적경제 영역의 활동가들은 행정과 주민 사이에서 다리 역할을 하면서 제도가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지 않도록 감시하는 역할을 해 주시길 당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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