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사회적경제원과 한신대학교 일반대학원 사회적경영학과가 함께 지난 13일, 경기도사회적박람회에서 '시민이 주도하고 정부가 협력하는 프랑스와 퀘벡의 사회연대경제' 세션을 열었다. 이번 행사는 최근 출간된 도서를 기념해 두 지역의 정책과 실천 경험을 공유하고, 경기도 사회연대경제의 발전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첫 번째 발제자인 장종익 한신대학교 교수는 '글로벌 경험에서 지역 생태계로: 협력과 연대의 확장'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국제 교류를 경험하고 지역 사회연대경제 성장에 기여하는 과정을 짚으며, "국내에서 이런 사례가 확산하려면, 현장 네트워크 강화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또한 장 교수는 이재명 정부 국정기획위원회 기획위원으로 참여해 다수의 부처 사회연대경제 정책을 검토해온 경험을 언급하며, 현 상황에 대한 진단도 덧붙였다. 그는 사회연대경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기대가 현실적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제도적 기반 강화와 조직 구조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특히 중간지원조직이 공모사업 관리에 머무르는 현재의 방식은 한계가 있으며, 실질적 실행력을 높일 수 있는 구조적 전환이 시급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오창호 한신대학교 명예교수는 해외 연수 경험을 바탕으로 '현장 기반 국제학습'의 필요성을 제안했다. 그는 단순히 해외의 성공 사례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성과가 만들어진 배경과 생태계, 갈등 해결 과정까지 함께 봐야 한다"라며, "현장학습은 이론과 실천을 연결하고, 대학과 현장이 함께 지식을 축적하는 구조로 확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대학 단위를 넘어 범대학·현장 연합 연수단을 꾸려 지식 공유를 체계화하자고 앞으로의 구상을 제안했다.
마지막 발제자인 문조성 화성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은 프랑스와 퀘벡의 제도적 기반과 발전 과정을 분석하며, 시민 주도·정부 협력 모델이 어떻게 사회연대경제를 안정화시켰는지 설명했다. 그는 "프랑스는 공익 협동조합 제도가, 퀘벡은 시민사회 기반의 협력 거버넌스가 핵심 동력"이라며, 세 가지 시사점으로 ▲연대와 협력의 힘 ▲사회적 금융의 역할 ▲자기 정체성 기반의 정부 협력 구조를 제시했다.
토론에서는 서진선 한남대학교 조교수가 학계의 관점에서 심화 논의를 이어갔다. 서 교수는 대학 현장에서조차 사회적경제에 대한 이해가 낮고, 교육은 강조되지만 연구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사회적금융의 개념이 혼재돼 있어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며, 연대금융 활성화를 위해 기금 납입분을 비용으로 인정하는 등의 세제 개선이 요구된다고 제안했다. 이어 신협의 역할 확대와 사회적경제 조직에 맞는 금융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며, 금융제도가 사회적경제 생태계에 맞게 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상현 서울지역협동조합협의회 회장은 프랑스·퀘벡 사례가 보여주는 사회적경제 원칙을 언급하며, 한국은 선언적 수준에 머물러 있어 질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협동조합이 여전히 영리조직과 혼동되거나 제도 활용 목적에 치우쳐 운영되는 현실을 지적하며, "시민이 주도하고 정부가 협력하는 구조로 나아가려면 현장의 변화와 지역 협의회의 자생적 아젠다 발굴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모범적인 사회적경제 기업을 선별·지원해 민주적 거버넌스와 연대 가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세션은 발제와 토론, 네트워킹으로 이어지며, 프랑스·퀘벡 사례를 한국 현실에 어떻게 접목할 수 있을지를 모색하는 장으로 마무리됐다. 연사들은 공통적으로 "시민이 주도하고 정부가 협력하는 구조"야말로 사회적경제의 지속성과 확장성을 담보하는 길임을 강조했다.
특히 이날 논의는 단순히 해외 성공 사례를 소개하는 자리에 그치지 않았다. 한국 사회연대경제가 양적 성장 이후 마주한 과제를 냉정히 점검하고, 시민 주도성과 제도적 기반, 그리고 국제적 교류를 토대로 새로운 발전 경로를 설계해야 한다는 제안이 의미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