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8일, 서울 은평신협에서 열린 '프랑스·퀘벡 사회연대경제 출판기념회 및 스웨덴 답사 성과공유회'는 한국 사회연대경제의 새로운 전환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행사에서는 해외 사회연대경제 현장에서 얻은 통찰이 우리 사회에 어떤 의미를 가져올지 논의되었다. 이날 발제자로 참여한 한신대학교 조윤숙 연구교수의 기고를 통해 현장 분위기와 논의를 독자 여러분께 전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한동안 이쪽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모이면 사라진 일자리와 비자발적 프리랜서가 된 동료들의 이야기가 넘쳐났다. 종료되었거나 축소되거나 직영으로 바뀐 센터에서 운 좋게 남은 사람들은 두 사람 또는 세 사람 몫의 일을 해내야 했고 더 많은 지역을 담당하거나 먼 곳으로 흩어져야 했다. 사회적경제 실업자 천 명 시대라거나 준비하던 마을기업을 포기했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들려왔다. 끊기거나 축소된 예산으로 옴짝달싹도 할 수 없게 된 프로젝트와 기업가들은 셀 수 없이 많았고 그 피해는 취약계층과 낙후된 지역, 도움이 필요한 모든 곳이 고루 나누어 가져야 했다.

 

2025년 8월 28일 은평신협에서 열린 '프랑스·퀘벡 사회연대경제 출판기념회 및 스웨덴 답사 성과공유회' 행사 마지막 순서인 토론회에서 좌장을 맡았던 홍기빈 선생은 좌중에 대고 물었다. "우리는 그런 상황에서 무엇을 했는가?" 터널 끝에 이제 빛이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하는데 뒤를 돌아 지나온 어두운 터널 안을 응시하라는 것이다. 짧은 탄식이 들렸다. 그 어둠으로 끌려가는 힘과 어둠을 벗어나는 힘이 외부로부터 온 것이라면 외부의 힘을 내부에서 제어해낼 수 없다면 상황은 얼마든지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을 모두가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한신대학교 일반대학원 사회적경영학과가 해외 연수를 다녀와서 내놓은 사례연구 결과물은, 그 답을 찾는 여정이었다. 무엇이 문제인가, 무엇이 다른가, 무엇이 우리를 취약하게 만들었는가. 해외의 사회연대경제 선진국 각 나라가 각기 다른 역사적 과정과 다른 사회의식의 성장을 겪으면서 만들어 낸 연대와 협력의 생태계는 왜 강한지, 우리는 어떻게 우리 방식의 강력한 연대를 구축해낼 수 있을지 진지하게 탐구한 내용이 담겨 있다. 

 

주문처럼 추임새처럼 입에 달고 살지만, 우리는 연대와 협력의 상을 제대로 그리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어이없는 일인데 중앙정부나 정부 기관, 지자체를 유일한 연대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사람들도 있다. 프랑스와 퀘벡은 일하는 당사자가 주인공이 되어 협동조합을 만들고 업종 중심의 연합회, 지역 중심의 연합회, 가치 중심의 연합회에 겹겹이 연결되어 연대하고 있다. 협동조합의 협동이 제대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지방정부는 협동조합의 여러 조합원 중 하나인 경우도 흔하다. 노동조합과 시민사회가 자금원이 되고 기반이 되어 협력하기에 어떤 정치적 파도에도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사회연대경제가 가능한 것이다.

 

ⓒ조윤숙 연구교수
ⓒ조윤숙 연구교수

 

행사는 ▲1부 프랑스·퀘벡 사회연대경제 북콘서트 ▲2부 스웨덴 사회연대경제 탐방 보고 ▲3부 스웨덴 사회연대경제 사례가 주는 한국적 실천 함의 토론으로 이어졌다. 답을 찾는 사람들은 발표내용에 몰입했고 질문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 모처럼 긍정적인 분위기와 활기가 행사장 안에 가득했다. 우호적인 정치적 분위기에 더해 시스템을 재편할 전환의 시기라고 여겨졌기 때문일 것이다.  

 

연수가 목적인지 관광이 목적인지 정체가 모호한 해외 연수가 아직도 많지만, 한신대의 경우는 연수 전 심화 학습과 현지 탐방 분석을 통해 영국, 이탈리아와 독일, 스페인, 포틀랜드, 필리핀, 프랑스와 퀘벡까지 총 6권의 글로벌 탐방 서적을 출간했다. 이 책들은 많은 사회적경제 종사자들과 정책 입안자들에게 생생한 자료가 되어주었다. 올해와 내년에 걸쳐 북유럽을 다녀와서 펼칠 결과물이 벌써 기대가 된다.  

▲ 발표 중인 조윤숙 연구교수. 
▲ 발표 중인 조윤숙 연구교수. 

 

저작권자 © 라이프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