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가 7기 출범을 맞아 연 '사회연대경제 발전 포럼'에서 제도 개선과 공공조달 전략을 화두로 꺼냈다. 9월 4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이번 포럼은 사회연대경제의 혁신 방향과 과제를 짚는 자리였다.
첫 발제자로 나선 장종익 한신대 교수(전 국정기획위원회 기획위원)는 "사회연대경제는 이제 틈새정책이 아니라 국가와 지역의 미래 전략"이라고 강조하며 구체적인 개선 과제를 제시했다.
그는 먼저 지원 제도의 획일성을 지적했다. "고령자나 중증장애인을 고용해도 똑같은 지원을 받는다"라며, 사회적 가치 창출 규모에 따른 차등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협동조합 기본법 개정과 사회적기업 인증제도 개편을 과제로 꼽았다. 특히 "이탈리아·미국처럼 '상호성 법인'을 인정해 유연성을 높이고, 인증 중심 제도에서 벗어나 사회 목적 법인격을 보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중간지원조직의 칸막이 문제도 언급했다. 도시재생센터, 사회적경제센터 등으로 나뉜 구조가 현장 통합을 가로막고 있다며, 당사자 조직이 참여하는 연합회 중심 구조로 바꿔야 한다고 했다. 끝으로 그는 시민 참여형 금융 중개기관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사회연대경제가 지역 문제 해결의 주체로 자리잡으려면 제도와 금융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고 발언을 맺었다.
이어서 이철종 오늘이음㈜ 총괄이사는 공공조달을 통한 사회연대경제 기업 성장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회원 지자체의 사회적경제 예산은 189억 원에 불과하지만, 조달 시장 8조4천억 원과 민간이전 예산 9조8천억 원을 합치면 18조 원 규모의 기회가 있다"며 지방정부의 전략적 역할을 강조했다.
사례도 이어졌다. 신안군은 단체장의 의지와 전략으로 사회적협동조합 매출을 연 200억 원대까지 끌어올렸고, 화성시도 유사한 성과를 냈다. 안성시의 쓰레기봉투 제조 사회적기업 '그린가드' 역시 회원 지자체 간 협력 구매만 확대돼도 100억 원 이상의 추가 매출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장애인 활동지원 바우처와 생활폐기물 위탁사업을 예로 들며, "지금은 대기업이 독점하지만 사회적경제 조직이 참여한다면 지역 자산화와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발제에 이어 진행된 종합토론에서는 세 명의 지자체장이 각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목소리를 냈다.
먼저 박승원 경기 광명시장은 중간지원조직의 칸막이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도시재생센터, 마을만들기센터, 사회적경제센터가 따로 운영되면서 주민들이 혼란을 겪는다"며, 중앙정부가 일률적으로 구조를 강제하지 말고 지역 특성에 맞는 통합 운영을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광명시는 이미 통합 지원 방식을 시도해 주민 체감도를 높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박정현 충남 부여군수는 농촌 현장의 특수성을 짚었다. 그는 "사회연대경제는 농촌 지역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지원 중심에서 성장 중심으로의 전환 필요성에 공감했다. 그러면서도 "궁극적으로는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태도와 헌신이 중요하다"며 사회연대경제 주체들의 자기 성찰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 7대 회장 도시인 경기 안성시의 김보라 시장은 제도의 지속성을 문제 삼았다. "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사회연대경제 예산이 쉽게 정리되는 상황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며, 지역 자산이 지역에서 유통되는 자산화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사회연대경제 기업은 단순한 경제주체가 아니라 지역 문제 해결의 주체여야 하며, 이를 위해 자기 성찰과 가치 검증 과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포럼은 사회연대경제가 직면한 법·제도·금융의 한계를 직시하고, 지방정부 차원에서 어떤 혁신 과제가 필요한지를 구체적으로 드러냈다. 발제와 토론은 사회연대경제가 단순한 실험이나 보조 정책이 아니라 지역 자산화 전략과 국가 지속가능성 전략으로 확장돼야 한다는 공통된 문제의식을 확인할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