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2회 대한민국 사회적가치 페스타 리더스 서밋에서는 국내외 학계, 정치권, 기업 관계자들이 모여 '기업의 사회문제 해결성과 관리와 글로벌 동향'을 주제로 사회적 가치 측정과 보상 체계에 대해 논의했다. 포럼 진행을 맡은 연세대학교 장윤석 교수는 "한국은 경제적으로 성공했지만 출생률·자살률·공동체 인식 등 사회 지표에서는 OECD 최하위 수준"이라며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별개의 영역이나 비용으로 볼 것이 아니라, 연결과 보상 시스템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사회문제 해결 성과를 수치화하고 비교할 수 있어야 기업이 더 큰 동력을 얻을 수 있다"며 성과 측정과 보상 체계의 필요성을 짚었다.

이날 행사에는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도 참석해 축사를 전했다. 

 

ⓒ라이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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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본 세션이 시작됐다. 기조강연에 나선 한양대학교 신현상 교수(임팩트리서치랩 설립자)는 임팩트 측정의 본질을 "사회문제가 실제로 해결된 정도를 확인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임팩트 측정을 단순 산출(output)이나 결과(outcome)를 넘어선 변화 수준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OECD·UNDP 등 국제기구가 제시하는 임팩트 측정 요소를 소개하며 ▲변화를 경험한 주체 ▲변화의 크기 ▲해당 활동의 기여도 ▲예상치 못한 부작용 위험 ▲지속 기간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너비·깊이(변화의 정도)·지속성(기간)'의 3차원 전략을 통해 임팩트의 질을 강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흐름으로는 제공자가 성과를 요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파트너 기관과 함께 성과를 검토하고 책임을 공유하는 '상호책무성'이 강조되고 있으며, 보여주기식 보고에 그치거나 조직 내부 가치와 수치가 충돌하는 '디커플링' 문제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팩트 측정은 문제 해결 중심 사고, 실패와 한계 공개, 협력적 데이터 활용을 통해 기업의 진정성을 드러내는 전략적 평판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신현상 교수가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라이프인
▲ 신현상 교수가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라이프인

 

 

기조강연 후 첫 사례 발표는 소프트뱅크 이케다 마사토 CSR 본부장이 맡았다. 그는 창업 정신인 '정보혁명으로 사람들을 행복하게'를 소개하며, 야후재팬과 모바일 인터넷, 라인·QR결제 등으로 사업을 확장해 일본 1위 서비스를 다수 보유하게 된 과정을 설명했다. 최근에는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며 오픈AI와 같은 차세대 혁신에도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프트뱅크는 ESG 이니셔티브를 통해 중·장기 전략을 여섯 가지 핵심 키워드로 구체화해 KPI에 반영하고 있으며, 세계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사회적 가치 측정에 나선 이유에 대해 이케다 본부장은 "이해관계자의 요구와 기업 내부의 수치화 필요성이 모두 있었다"고 말했다.

2022~23년 1기 활동으로는 휴대폰 리사이클, 노년층 스마트폰 교실, SK텔레콤·CSES와의 MOU를 통해 사회적 약자 지원 효과를 측정했다. 그러나 "신뢰할 수 있는 수치 비교의 어려움, 협력 부족, 리소스 제약 때문에 모든 활동을 측정하지는 못했다"고 한계를 인정했다. 그는 "소프트뱅크가 사회적 가치에 주목한 지 4년째"라며 "앞으로 CSR은 이해관계자에게 보이는 활동을 넘어, 기업 가치를 높이는 엔진으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VBA 크리스티안 헬러 대표는 기업의 사회적 가치 측정과 지속가능성 평가의 국제 동향을 소개했다. 그는 "현재의 측정방식은 모든 가치를 포괄적으로 반영하지 못한다"며 "기업이 일반 재무제표와 함께 사회적 재무제표를 보고할 수 있도록 방법론을 개선 중"이라고 밝혔다.

헬러 대표는 KPI와 데이터 포인트를 통합하고, 화폐 단위로 환산해 비교 가능성을 높이는 노력을 강조했다. 또한 "탄소배출 가격이 급격히 상승할 것이라는 각국 중앙은행의 전망이 기업 재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투자자들이 기존 수치 외에도 사회적 영향을 공개할 것을 요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OECD 등 국제기구가 이미 평가 플랫폼을 논의 중"이라며, 향후 5~8년 내에 기업 가치 측정의 표준화가 뉴노멀이 되리라 전망했다. 또한 이러한 측정이 대출·신용 평가에 반영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음을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HGI 남보현 대표는 한국 임팩트 투자사의 사례를 공유했다. 그녀는 HGI가 사회 문제와 솔루션을 매칭하는 내부 분석 프로세스를 통해 투자 영역을 선정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집중하는 영역은 기후변화, 저출산·고령화 등 인구 구조 변화, 그리고 AI·로봇 기술이다. 해당 영역별로 펀드를 설계하고, 스타트업에 투자 후에는 사전 실사, 대표자 협의, 사후 관리의 3단계 프로세스를 적용한다.

실제로 요양보호사 파견 기업 사례에서는 고용 규모, 임금 수준, 서비스 만족도를 KPI로 설정해 관리하고 있다. 그는 "투자 계약에 임팩트 관리 조항을 반영하고, 기업이 스스로 임팩트 기업임을 선언하도록 리포트와 워크숍을 지원한다"며 "자본은 단순히 수익 도구가 아니라 사회 변화를 만드는 힘"이라고 강조했다.

 

 

▲ (왼쪽부터) 신현상 교수, 크리스티안 헬러 대표, 이케다 마사토 본부장, 남보현 대표. ⓒ라이프인
▲ (왼쪽부터) 신현상 교수, 크리스티안 헬러 대표, 이케다 마사토 본부장, 남보현 대표. ⓒ라이프인

 

이번 리더스 서밋은 "임팩트를 잘 측정한다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중심에 두고, 이론적 토대와 글로벌 대기업의 실천, 국제 연합체의 관점, 한국 임팩트 투자사의 구체적 실행 사례를 조망할 수 있는 자리였다. 참석자들은 사회문제 해결 성과를 수치화하고, 이를 보상과 투자로 연결하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하며 패널 토론으로 논의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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