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포포 매거진은 '엄마의 잠재력을 주목합니다'라는 슬로건으로 2019년에 창간한 매거진이다. 포포포 POPOPO는 connecting PeOple with POtential and POssibilities의 약자로 가능성, 그중에서도 엄마의 잠재력에 주목한다. 아직 조명되지 않은 누군가의 잠재력과 서사를 발굴하고 함께 연대해 나가는 여정을 지면으로 기록해 나가고 있다. 라이프인은 7개국 포포포 매거진 에디터의 글 연재를 시작한다. [편집자 주]

 

 

 

 

어른들은 나에게 끈기가 없다고 말했다. 스스로도 나는 쉽게 포기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무엇을 하다가도 잘 안될 것 같다거나 실패할 것 같은 순간에는 빠르게 포기했다. 공부도 마찬가지였다. 수학 선생님이 되고 싶었지만, 고1 첫 과학시험에서 예상치 못한 점수를 맞은 이후에 문과로 진로를 택했다. 수학 영재라는 소리도 들어봤었던 나인데 낮은 과학점수에 놀라 더 이상 과학 공부를 잘할 자신이 없어서 처음으로 꿈을 포기했다.

무엇이든 남들보다 잘하고 싶었고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싶어서 내가 가진 능력보다 무리하게 욕심을 부렸다. 중학생 때는 운동을 너무 못해서 낮은 체육 점수 때문에 전체 평균이 떨어지는 것이 싫었다. 어릴 때 다니던 택견 관장님께 부탁해서 주말 내내 도장에서 따로 튐틀뛰기를 연습했다. 고등학교 때는 배구를 잘하고 싶어서 오후에 남아 손등에 피멍이 들 때까지 연습했다. 영어 울렁증을 극복해 보고자 교내 스피치대회에 나가 다리 후들거리며 밤새 외운 대본을 읊조렸다. 또 가만히 돌아보면 꽤 끈기 있던 학생이었다.

실패를 견딜 수 없었다. 원하던 대학에 가지 못했던 것도, 준비하던 시험에 떨어진 것도, 좋은 직장에 가지 못한 것도. 이렇게 빌빌거릴 바에 정말 하고 싶은 것을 하자고 마음먹었고 뒤늦게 시작한 디자인 공부에 사활을 걸었다. 처음 들어간 출판사에서 나를 탐탁지 않게 여긴 팀장이 디자인 업무가 적성에 맞지 않는 것 같으니 다른 일을 찾아보라고 막말할 때도 버텼다. 회사를 나와 프리랜서로 일할 때도 그 누구보다 최선을 다했다. 이번에는 정말로 쉽게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만삭 때까지 일했고, 출산 후 백일이 갓 지났을 무렵 다시 일을 시작했다. 경력이 단절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갑자기 찾아온 경력 공백은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돌이켜보니 나는 무엇이든 쉽게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스스로에게 씌운 실패한 사람이라는 프레임을 지우고 앞으로는 나를 더 믿어주어야겠다. 그리고 쉽게 포기하더라도 괜찮다고 다독여주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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