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미래 사회의 주역인 대학생은 우리 사회의 문제와 현상을 어떠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을까요. 라이프인은 대학생의 시선에서 바라본 사회혁신 고민을 살펴보기 위해 한양대학교 '사회혁신을 위한 미디어의 이해' 과목을 수강한 대학생들이 발로 뛰며 만들어 낸 결과물을 소개합니다. ▲과도기 보내는 반려해변 제도 ▲홈리스 자립을 돕는 빅이슈코리아 ▲어스폼 등 농어업 부산물로 친환경 제품을 만드는 혁신기업들 ▲중단된 서울시 사회주택 사업 등 청년의 시선으로 본 사회혁신 관련 기사를 총 4회에 걸쳐 게재하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청년들의 고민을 전합니다. [편집자 주]

 

"찬 바닥서 버티는 노숙인들…코로나에 갈 곳이 없다"(머니투데이 2021년 1월 13일자 기사)

약 3년 전 보도된 기사 제목이다. 정부가 코로나19 종식을 선언한 지도 어느덧 2년, 지금은 노숙인과 홈리스 문제가 개선됐을까? 안타깝게도, 주거 취약계층의 상황은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열악한 주거 환경에 놓인 노숙인은 약 1만 7천 명에 달한다. 이들이 겪는 고충은 단순히 주거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안정적인 거주지를 가지지 못한 채 이동을 반복하는 생활은 개인의 안전과 신체 건강, 심리적 안정감을 심각하게 훼손한다. 고립된 환경과 사회적 배제는 자아 존중감의 하락, 가족과의 단절로도 이어지며, 노숙인을 위험시하고 타자화하는 부정적 인식은 이들의 지역사회 정착을 막는 또 다른 장애물이 된다.

또한, 보건복지부가 2021년 시행한 노숙인 등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숙의 가장 큰 요인은 '실직'(43.3%)이다. 안정적인 일자리가 기반이 돼야 취약한 주거 상태의 가장 근본적 원인인 빈곤을 해결하고, 적정한 주거 마련 및 생계 유지가 가능하다. 따라서 '일자리'는 홈리스의 주거 자립의 핵심이지만, 현실적으로 홈리스가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기란 어렵다. 때문에 홈리스들의 자립 문제는 지금도, 내일도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로 보인다.

ⓒ빅이슈코리아
ⓒ빅이슈코리아

이런 상황에서 '모든 사람에게 주거권이 보장되어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 사회'라는 비전을 가지고, 홈리스에게 가장 필요한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힘쓰는 사회적기업이 있다. 바로, 빅이슈코리아다.

■ 빅이슈코리아, 홈리스 일자리·주거 지원 및 인식 개선에 앞장서 

2010년 설립된 빅이슈코리아는 홈리스가 정식적인 교육을 받은 후에 잡지 '빅이슈'의 거리 판매원(빅이슈 판매원, 약칭 '빅판)이 될 기회를 제공하고, 잡지 판매금의 절반을 가져가도록 해 그들의 자립을 지원한다. 거리 판매가 어려운 여성 홈리스들에게는 정기구독자용 잡지 포장 일을 맡긴다.

이에 더해, 주거 상향 및 안정 지원 프로그램으로 주거지가 없는 경우 임시주거지로 고시원을 제공하고, 이후에는 임대주택 입주를 통해 비적정 주거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한다. 2022년 기준, 빅이슈를 통해 주거취약계층이 99호의 임대주택에 입주했다. 정부가 주도하는 홈리스 주거 지원은 대부분 시설에서 홈리스를 보호하는 시설 중심의 형태로, 단체 생활을 기반으로 하기에 온전한 휴식 공간의 기능을 하기 어렵다. 이에 빅이슈코리아는 정부 지원이 미흡한 '혼자 거주하는 공간'을 홈리스에게 제공하여 주거 자립을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빅이슈코리아는 홈리스의 주거권 보장을 위해 법·제도 개선과 더불어, 홈리스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을 목표로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외국에서 열악한 주거 환경에 놓인 사람들을 '홈리스'라고 지칭하는 것과 달리, 한국에서는 홈리스를 주거 위기 상태에 놓인 사람이 아닌 '노숙인'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낙인으로 인해 열악한 주거 환경을 가졌지만 자신을 홈리스 상태라고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홈리스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인해 '빅이슈' 잡지 판매가 접근성 높은 일 경험 기회임에도 불구하고 도전을 꺼리곤 한다. 

이와 관련해 안병훈 빅이슈코리아 상임이사는 "홈리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가진 사회적 환경을 고려했을 때 빅이슈코리아가 비즈니스 솔루션을 지속하며 더 큰 임팩트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사회적인 인식과 태도 개선'이 매우 중요하다"고 전했다. 실제로 빅이슈코리아는 인식개선 사업으로 빅이슈 발레단, 합창단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했으며, 지난해 9월에는 서울에서 '홈리스 월드컵'을 개최한 바 있다.

ⓒ빅이슈코리아
ⓒ빅이슈코리아

홈리스 월드컵은 홈리스에 대한 인식 개선과 주거권 사각지대 문제 해결을 위해 2003년부터 매년 개최되고 있다. 축구라는 스포츠를 함께 즐기는 과정에서 홈리스에게 새로운 도전을 통한 자신감과 희망을 부여하고, 사회적으로는 홈리스와 주거권에 대한 인식과 태도를 바꾸는 기회를 제공한다.

다양한 배경을 지닌 홈리스가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은 현행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노숙인복지법)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자립준비청년, 회복지원시설 거주 청소년, 지적 장애인 그리고 난민 신청자로 구성됐다.

ⓒ빅이슈코리아
ⓒ빅이슈코리아

안 상임이사는 이번 대회의 주요 성과 중 하나로 '주거권 사각지대'라는 표현이 각종 방송과 언론을 통해 많이 노출된 것을 꼽았다. 그간 빅이슈코리아는 '홈리스 문제' 대신 '주거권 사각지대 문제'라고 표현해 왔다.

또한, 국내 홈리스 관련 법과 제도의 개선을 위해 홈리스월드컵 개최 기간 동안 '모두를 위한 집 : 홈리스 상태 종식을 위한 국제 컨퍼런스'를 개최하기도 했다. 해당 컨퍼런스는 국제적 맥락에서 '도시에서의 홈리스 상태 종식'을 위한 관점을 제안하고 문제 해결 방안을 논의하고 모색하는 장이 됐다. 빅이슈코리아는 컨퍼런스를 통해 주거권 보장이 타인이 아닌 나와 연결된 문제임을 인식할 수 있도록 '모두를 위한 주거'에 대한 의미와 법 개정의 필요성을 전달하고자 했다.

■ 정책 대상자 범위 불분명, 시설 중심의 미흡한 주거 지원 정책…주거권 보장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들

"주거권 보장은 국민의 기본 권리로, 정부가 책임을 지고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빅이슈코리아와 같은 민간단체들의 꾸준한 노력에도 홈리스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진 못했다. 기본적인 주거권 보장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안 상임이사가 강조한 것처럼 주거권 보장은 정부가 시민들의 권리 보장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는 문제다. 그러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할 장기적인 정부 정책은 부족한 실정이다.

「노숙인복지법」은 ▲상당한 기간 동안 일정한 주거 없이 생활하는 사람 ▲노숙인시설을 이용하거나 노숙인시설에서 생활하는 사람 ▲주거로서의 적절성이 현저히 낮은 곳에서 생활하는 사람 등을 '노숙인 등'으로 정의하고 있다. '노숙인 등'이라는 용어는 지원 대상을 포괄적으로 정의하는 것처럼 보이나, 실상은 다르다. 

2020년 통계청에 따르면 약 46만 명이 '비적정 주거 거주민'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의 '2022년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정책 성과평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노숙인 등' 의 수는 1만 3,244명에 불과했다.

▲ 주거 취약계층 집계 비교. 김주현 대학생 기자.
▲ 주거 취약계층 집계 비교. 김주현 대학생 기자.

2021년 열린 '홈리스 지원체계 평가와 재편을 위한 토론회'에서 장서연 변호사는 지원체계 안에서 배제돼 있는 이들도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고시원·여관·PC방이나 주거로서 적절성이 낮은 쪽방 등에 기거하는 사람들도 홈리스로 명시해야 하며, 정신병동 같은 의료시설이나 장애인생활시설 거주인, 임시 여성쉼터에서 생활하는 가정폭력·성폭력·성매매 피해 여성 등도 지원체계 안에 포함돼야 한다는 의미다.

안 상임이사 역시 "'노숙인'이라는 용어는 낙인적 의미가 강하다"며 "빅이슈코리아는 이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 안병훈 빅이슈코리아 상임이사. ⓒ빅이슈코리아
▲ 안병훈 빅이슈코리아 상임이사. ⓒ빅이슈코리아

일자리가 홈리스 자립에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면, 홈리스 문제 해결의 핵심은 결국 '주거를 어떻게 지원하는가'이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주거정책 빠진 노숙자 대책은 '포장지'일 뿐이다"(『노동사회』 제95호에 실린 글 제목)며 주거 지원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안 상임이사는 "모든 정책이 여전히 '시설 중심'에 머물러 있다"며 "홈리스 상태에 놓인 이들이 적절한 주거로 진입할 수 있도록 정책적 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홈리스 문제 해결을 위한 각종 사업은 부족한 예산과 제한된 정책으로 늘 지적받아 왔다. 실제로 2024년 기준 공공임대, 주거비 지원, 주거상향지원사업 등 주거 문제를 지원하는 곳은 전국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 중 8곳밖에 없다. 또한 「노숙인복지법」은 기본권에 해당하는 정책 지원 조항들을 대부분 '할 수 있다'는 임의규정으로 두고 있어, 정책 실행이 '의무'가 아닌 선택 사항에 머물고 있다.

이와 관련해 안 상임이사는 "보건복지부,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 행정안전부 등 부처 간 협력 체계를 구축해 일자리와 의료를 포함한 종합적 지원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부처 간 책임 떠넘기기가 만연한 현실은 문제 해결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홈리스 문제는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구조적 문제다. 이에 대한 고정관념을 넘어 정책·사회적 개선을 위한 논의에 모두가 함께 해야 할 때다.

안 상임이사는 "정부와 지자체가 변화의 공동 목표(Common Agenda for Change)를 설정하고 협력하는 기초적인 단계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장기적 계획 속에서 상호 강화적인 활동 체계를 만들어 갈 관계망 형성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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