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타운 사업은 2017년 서울시가 대학과 지역이 협력해 창업과 지역 상생 생태계를 조성하고 지역 문제를 해결하려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서울 소재 39개 대학이 참여해 다양한 창업과 지역활성화 프로그램을 운영해온 캠퍼스타운 사업이 올해로 종료를 앞두고 있다. 그중 한신대학교는 대학이 지역의 앵커 역할을 수행하며 지역사회와 밀착된 활동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지난 6년의 여정을 돌아보며 "캠퍼스타운 사업은 초기의 방향성과 실행 과정에서 일정 부분 괴리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지역 사회와 대학 간의 의미 있는 협력 모델을 제시했다고 생각한다"라고 소회를 밝힌, 한신대학교 캠퍼스타운사업단 이기호 단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사업 초반에는 청년 창업 지원 중심으로 사업 방향이 설정되며 대학 고유의 역량과 지역의 특성을 충분히 살리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냈다. 이 단장은 "당시 경제 상황과 청년 취업 문제가 매우 중요한 이슈였기 때문에, 창업 지원을 강하게 요구했던 것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로 인해 각 대학과 지역의 고유한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사업 전개가 제한되었던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라고 회상했다. 이후 캠퍼스타운 2차 사업에서 '지역과 협력 및 상생' 영역이 추가되어, 지역의 공통 문제를 해결하는데 대학이 적극적으로 결합하게 됐다.
먼저 한신대는 지역 주민과의 협력을 통해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이를 지역 상권 활성화로 연결하려고 시도했다. 특히 지역 청년에 초점을 맞추어 26개 팀의 창업을 지원했고, 그중 약 70%가 여전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창업 지원의 지속 가능성을 보여주는 성공 사례로 보여진다. 이 단장은 "지역 청년들이 중심이 된 창업 생태계는 단순히 경제적 효과를 넘어 지역과 대학 간의 새로운 상생 모델로 작동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또한 창업 지원 외에도 지역 사회와의 협업을 강화하는 다양한 시도를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열린 마을 대학원(OMG: Open Maeul Graduate School)이다. 이 과정은 지역 주민 대상으로 대학의 자원과 현장 요구를 결합해 맞춤형 교육을 제공한 프로그램이다.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며 학점은행제를 통해 대학원 학점으로도 인정받을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특히 지역 활동가나 은퇴한 지식인들이 참여해 대학과 지역 사회 간의 지식 교류를 촉진한 점을 강조한 이 단장은, "지역 주민들이 스스로의 경험을 공유하고 학습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을 만든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이야기했다.
새로운 마을 문화를 만들어낸 점도 인상깊다. 강북 지역의 정체성을 발굴하고 기록하는 강북 마을 탐험 프로젝트는 "강북의 인물, 사건, 장소를 아카이빙해 '강북학'을 만드는 작업"으로 정의하고, 지역이 가진 역사성과 장소성을 재발견하고 이를 통해 지역의 정체성을 강화했음을 설명했다. 이 프로젝트는 지역 주민이 주체적으로 참여해 강북을 탐구하고 기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를 통해 지역의 특성을 기반으로 한 연구 자료를 축적하고 강북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적 시도를 위한 기반이 마련됐다.
이 단장은 특히 강북 캠퍼스 피크닉을 대표적인 문화적 성과로 꼽았다. 이 행사는 지역 주민 누구나 주인공이 되는 축제로, 캠퍼스를 개방하고 강북의 자연과 문화를 접목하여 새로운 형태의 지역 축제가 탄생했다. 그는 "강북 캠퍼스 피크닉은 단순히 공연을 관람하는 축제가 아니라, 주민들이 공간의 주인공이 되는 경험을 제공하는 데 중점을 뒀다. 특히 가족 단위 참여가 많았고, 강북 지역 예술가들과 주민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축제로 자리 잡았다"라고 전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열린 이 행사는 3,000명 이상의 주민이 참여하며 큰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한계점 또한 분명했다. 특히 예산과 행정적 제약이 있었는데, 연간 4억 원의 예산 중 인건비와 관리비를 제외하고 남은 예산으로 창업과 지역 협력을 모두 추진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는 평가다. 또한, 지역 주민과의 협업 과정에서 지원 사업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꾸는 데도 어려움이 있었다. 이 단장은 "많은 분들이 지원 사업을 물질적 지원 중심으로 이해하곤 했다. 하지만 진정한 협력은 지속 가능한 관계를 구축하는 데서 시작된다"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는 점도 짚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캠퍼스타운 사업 종료를 계기로 대학과 지역 사회가 함께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했다. "대학은 지역 사회의 앵커 역할을 해야 한다. 단순히 수익 사업으로서 평생교육이 아니라, 지역 주민들이 재교육과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기능해야 한다. 또한, 대학은 지역 사회가 필요로 하는 것을 실험하고 지원하는 로컬 랩의 역할도 수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신대학교는 캠퍼스타운은 그간 성과를 바탕으로 앞으로도 지역과의 상생을 이어갈 계획이다. 현재 논의 중인 RISE(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사업)와의 연계 가능성도 고려 중이다. 그러나 이 단장은 지역 주민과의 자발적인 협력 구조를 더욱 강조했다. "결국 지역의 힘으로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구청, 상인회, 주민, 대학이 자원을 결합해 함께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학은 공간과 지식을 제공하고, 지역은 그 안에서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학과 지역이 함께 걸으며 발견한 가능성을 토대로, 앞으로 함께 성장할 길을 모색하겠다"라며 이후 방향을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