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는 대가를 바라지 않는 선행이며 투자는 금전적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행위이다. 이처럼 별개의 분야로 간주돼 온 기부와 투자가 '기부펀드'라는 모델을 통해 접점을 찾았다. 한국사회투자가 제시하는 기부펀드 모델은 기업의 기부금을 재원으로 하여 펀드를 조성하고, 해당 펀드를 통해 ESG 영역 유망 스타트업에 투자를 실행하는 임팩트 투자 펀드 모델이다. 이처럼 기부를 바탕으로 한 임팩트 투자는 모험자본이자 인내자본으로서 임팩트 투자 생태계의 역동성을 키우며, 궁극적으로 비즈니스를 통해 지속 가능한 사회를 조성하는 데 기여한다. 이에 라이프인과 한국사회투자는 기부펀드 특징과 가능성, 지향점을 살피고, 한국사회투자와 기부펀드 참여 기업 및 피투자기업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이혜미 한국사회투자 이사 "기부펀드 통한 ESG 스타트업-대기업 협력, 임팩트 더 커질 것"
"기부펀드, ESG 경영 고민하는 이해관계자들의 니즈 충족하는 모델"
"샴푸도 종이팩에 담아요"…리필리가 만드는 '리필 라이프' 엿보기
④발달장애인 위한 포옹조끼 개발한 돌봄드림 "ICT 기반 멘탈 헬스케어 유니콘이 목표"
⑤"우아한형제들 사회공헌의 지향, 이해관계자 및 지역사회와의 상생"
우아한형제들 "기부펀드로 혁신적 사회서비스 기업들 만나, 다양한 협력 기회 모색 중"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은 플랫폼 앱이 주는 편리성, 전염병 팬데믹 기간을 거치며 가파르게 성장한 배달 시장 등에 힘입어 영향력을 키워 왔다. 그중에서도 '배달의민족'은 배달 앱 시장을 선도했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배달 플랫폼이다. 배달의민족이 내세운 서비스 비전은 '문 앞으로 배달되는 일상의 행복'. 배달의민족 서비스를 이용하면 소비자는 음식은 물론 필요한 식재료나 생활용품을 언제 어디에서든 편하게 앱으로 주문하고 자신이 있는 곳에서 받아볼 수 있다. 그만큼 배달의민족은 우리 일상에 깊숙이 자리 잡은 플랫폼이다.

이처럼 사회 전 영역에서 플랫폼 기업들의 영향력과 시장 지배력이 커지면서, 기업을 향해 사회적 책임, 지속 가능한 산업 생태계와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다하라는 요구도 증가했다. 배달의민족 서비스를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이러한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고자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2021년 지속가능경영위원회를 신설했으며, 지속가능경영추진단 및 실무협의체가 차례로 출범했다. 가치경영실 산하에는 사회공헌팀을 설치하고, 그 안에 대(對)고객 활동을 하는 배민임팩트파트와 이해관계자 대상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파트너임팩트파트를 두었다. 기업 내에서 이상의 조직들이 지속 가능한 경영을 지향하고, 외식업주와 배달 노동자, 소비자와 같은 이해관계자들과 상생하는 길을 모색한다. 지역사회와 환경 문제에 있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 우아한형제들이 '지속 가능을 위한 배민다운 약속'을 전사 발표하며 밝힌 2030 목표. ⓒ우아한형제들
▲ 우아한형제들이 '지속 가능을 위한 배민다운 약속'을 전사 발표하며 밝힌 2030 목표. ⓒ우아한형제들

특히 사회공헌팀이 현재 주요한 사업 목표라고 밝힌 3가지는 사회·먹거리 안전망 확충, 이해관계자 안전망 확대, 디지털 접근성 향상. 우아한형제들 사회공헌팀의 김은정 팀장과 사회공헌팀 파트너임팩트파트의 김은혜 파트장(이하 직함 생략)을 만나, 지역사회의 어려움을 돌보고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성장하기 위해 어떤 비전하에 어떤 사업을 시행하고 있는지 들을 수 있었다.
 

▲ 김은정 우아한형제들 사회공헌팀 팀장(좌)과 김은혜 사회공헌팀 파트너임팩트파트 파트장. ⓒ라이프인
▲ 김은정 우아한형제들 사회공헌팀 팀장(좌)과 김은혜 사회공헌팀 파트너임팩트파트 파트장. ⓒ라이프인

Q. 윤리 경영이나 지속 가능 경영, ESG 경영과 같은 개념이 떠오르면서 많은 기업이 관련 부서를 설치하고 지속 가능 경영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 역시 마찬가지일 텐데, 지속 가능 경영을 위해 어떠한 일들을 하고 있는가?

김은정: 먼저, 이해관계자 안전망과 관련된 사업이 있다. 주로 배달의민족 서비스의 비즈니스 파트너인 외식업주, 라이더분들을 대상으로 한 사업으로, 기금을 조성해 이분들의 일상 회복이나 생계를 지원한다. 또한 먹거리 안전망 같은 경우, '배민방학도시락'을 대표적인 사업으로 들 수 있다. 월드비전 같은 NGO와 함께 결식 우려 아동들에게 방학 동안 도시락, 배민 식사권(배달의민족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는 식권), 돌봄 등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도시락을 지원할 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직접 먹고 싶은 음식을 선택할 수 있는 자기결정권을 부여한다는 점과 더불어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식문화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이 부분을 학교 선생님들과 함께 논의하여 함께한다는 점인데 장기적으로 이 부분을 강화하려고 구상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최근에는 디지털 접근성 향상에 기여한다는 관점에서 발달장애인이나 고령자처럼 디지털 기기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여러 가지 활동을 하고 있다. 예를 들면 '쉬운 배달 앱 사용법'을 책자로 만들어 배포하고, 웹사이트에도 올려 사람들이 배달 앱 사용법을 쉽게 익힐 수 있도록 돕고 있다.

Q. 우아한형제들 사회공헌 활동의 비전은 무엇인가?

김은혜: 우아한형제들의 지속가능경영 비전은 더 큰 범주에서 이해관계자, 지역사회와의 '함께 성장', 라이더들의 '전 과정 안전과 건강', '친환경 배달 문화' 등의 비전을 세우고 있고, 사회공헌팀은 그 비전 아래 당사 서비스와 업의 특성을 반영해 사회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지점을 찾아가고 있다.

Q. 먹거리 안전망이나 사회 안전망을 강조하는 것 역시 지역사회 문제 해결에 기여한다는 목표의 연장선이겠다. 특히 사회적으로 취약하고 소외된 계층의 문제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지역의 취약계층 문제에 주목한 이유가 있는가?

김은정: 코로나19가 한창 유행할 때, 대부분의 지원이 비대면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그런데 복지시설이나 지원기관 중 비대면 전환에 대비가 덜 된 곳들이 많았고, 급식소 같은 곳들도 운영을 중단해야 했다. 그때 외부 기관들에서 아이들을 위해 식사권을 지원해 줄 수 있는지를 묻는 제안이 몇 번 들어왔다. 그때 식사권을 지원하면서 푸드테크 기업으로서 행할 수 있는 사회적 역할에 대해 생각했다.
물론 그전에도 결식 해결에 대한 고객의 소리(VOC)가 많이 들어오긴 했었다. 그래서 사옥이 위치한 서울 송파구 내에서 관련 프로그램을 한번 시작해 봤다. 공공기관에서 지원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정하고, 그 아이들에게 식사권을 지원했다. 이와 같은 일련의 흐름 속에서 배민방학도시락이라는 자체 사업까지 론칭한 것이다.

김은혜: 여러 가지 경로로 식사권이 필요한 분들을 찾아서 지원했다. 그런데 식사권을 이야기할 때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 취약계층 아이들은 식사 지원을 받을 때 대부분 정해진 메뉴를 받는다. 본인이 먹고 싶은 음식을 골라본 경험이 부족하다. 그래서 우리는 '먹거리 선택권'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긴다. 그리고 식사권이 지역 안에서 쓰이니 지역 상권에도 순기능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 김은혜 파트장. ⓒ라이프인
▲ 김은혜 파트장. ⓒ라이프인

Q. 생존이 중요한 문제인 만큼 식사 지원에 있어서 배고픔 해결에 방점을 찍기 쉬운데, 더 나아가 아이들의 선택권과 문화적 경험을 고려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김은정: 취약계층 아이들은 본인이 원하는 것을 선택하는 경우보다 제공자로부터 주어지는 것을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 경우가 더 많다. 아이들의 선택권은 고려되지 않는 환경 속에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식사권을 지원했을 때 본인이 먹고 싶은 음식을 직접 선택해서 먹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또래 아이들과 동떨어지지 않은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이들의 만족도가 높았다. 아이들이 직접 주도적으로 선택해 보는 경험을 하고 또래의 경험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한다는 점에서 식사권 지원은 더 큰 의미를 갖는다.

Q. 사회공헌 활동이 기업의 비즈니스와도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다.

김은정: 우리는 배달 산업이 지속 가능할 수 있는 구조를 고민한다. 그렇기에 사회공헌 활동 역시 지속 가능한 배달 산업을 향하고 있고, 외식업주나 라이더, 고객 모두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 한국사회투자 기부펀드에 참여하면서도 전략적으로 우리와 지향점이 같은 사회서비스 기업에 투자를 진행하도록 의견을 전달했고, 그 안에서 함께 사회적 가치를 키우고 사업적으로 시너지 효과를 낼 협력 대상을 찾았다.

이렇게 협력 생태계가 커지면 커질수록, 기업들이 기존에 해오던 마케팅 차원의 사회공헌에서 벗어나서 자사 기술과 서비스로 사회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 조금 더 진정성 있게 고민할 수 있을 것이다.

Q. 같은 사회적 가치를 지향하는 기업들이 협력하면서 생태계를 키우고, 확장된 생태계 안에서 다시 새로운 협력 기회를 찾을 수 있다면 이상적인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겠다.

김은혜: 우리는 다른 조직들과 협력하는 일이 낯설지 않다. 배민방학도시락 사업을 할 때도 다른 브랜드와 함께한다면 아이들에게 풍부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도넛 브랜드(노티드)와 협업해서 이벤트를 진행한 적도 있고, KB증권의 경우 배민방학도시락을 후원했을 뿐만 아니라 아이들을 위한 경제 교육 교실도 운영했다. 이런 경험이 쌓이면서 다른 기업이나 서비스와 협업하는 일이 더 다채로운 활동을 할 수 있게 하고, 우리가 지향하는 사회적 가치를 더 많이 알린다는 점을 체감했다. 그래서 콜렉티브 임팩트 모형을 갖추고 있는 한국사회투자 기부펀드도 우리에게는 낯설지 않고, 그렇기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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