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는 대가를 바라지 않는 선행이며 투자는 금전적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행위이다. 이처럼 별개의 분야로 간주돼 온 기부와 투자가 '기부펀드'라는 모델을 통해 접점을 찾았다. 한국사회투자가 제시하는 기부펀드 모델은 기업의 기부금을 재원으로 하여 펀드를 조성하고, 해당 펀드를 통해 ESG 영역 유망 스타트업에 투자를 실행하는 임팩트 투자 펀드 모델이다. 이처럼 기부를 바탕으로 한 임팩트 투자는 모험자본이자 인내자본으로서 임팩트 투자 생태계의 역동성을 키우며, 궁극적으로 비즈니스를 통해 지속 가능한 사회를 조성하는 데 기여한다. 이에 라이프인과 한국사회투자는 기부펀드 특징과 가능성, 지향점을 살피고, 한국사회투자와 기부펀드 참여 기업 및 피투자기업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이혜미 한국사회투자 이사 "기부펀드 통한 ESG 스타트업-대기업 협력, 임팩트 더 커질 것"
"기부펀드, ESG 경영 고민하는 이해관계자들의 니즈 충족하는 모델"
"샴푸도 종이팩에 담아요"…리필리가 만드는 '리필 라이프' 엿보기
④발달장애인 위한 포옹조끼 개발한 돌봄드림 "ICT 기반 멘탈 헬스케어 유니콘이 목표"
"우아한형제들 사회공헌의 지향, 이해관계자 및 지역사회와의 상생"
우아한형제들 "기부펀드로 혁신적 사회서비스 기업들 만나, 다양한 협력 기회 모색 중"

 

좋아하는 사람과 포옹할 때 드는 기분을 묘사할 수 있는가?

사람의 체온이 전하는 따뜻함, 몸을 꼭 감싸는 팔에서 느끼는 든든함과 심리적 안정감, 부드럽게 등을 두드리고 어루만지는 손길이 주는 정서적 충만감 같은 것들. 실제 다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포옹하는 행위는 스트레스와 우울감, 김장감을 덜어주고 신뢰와 애착 형성에 기여하는 등 정신 건강 측면에서 여러 가지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낸다. 이 때문에 실제로 발달장애 아동의 안정감을 높이는 장치로서 중량조끼를 활용하기도 한다. 몸을 압박하여 포옹과 같은 효과가 나길 기대하는 것이다.
 

ⓒ돌봄드림
ⓒ돌봄드림

돌봄드림 역시 적절한 압력으로 부교감 신경을 자극하는 '딥 터치 프레셔'(Deep Touch Pressure) 효과에 주목했다. 돌봄드림은 발달장애인들의 심리 안정을 위한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며, 더 나아가 정신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데이터 기반 건강 관리 가이드를 제시하는 멘탈 헬스케어 스타트업을 지향한다. 현재 공기주입식 조끼인 '허기'(HUGgy)와 심탄도 센서가 부착된 의류를 통해 심박수, 호흡, HRV(심박변이도) 등의 생체 정보를 측정·관리하는 관제 시스템인 '클로멘탈'을 개발해 제공하고 있다. 돌봄드림은 이러한 기술의 혁신성과 우수성을 인정받아 CES 혁신상, K-디지털 그랜드 챔피언십 대상 등을 수상하고, 지난해 포브스가 뽑은 '아시아 30세 이하 가장 영향력 있는 리더 30인'에 대표가 이름을 올리기도 했으며, 지난 5월에는 보건복지부의 '스마트 사회서비스 시범사업'에 선정돼 강원도 홍천군에서 허기를 배포하고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돌봄은 우리 삶에 불가결하다는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고 갈수록 돌봄의 중요성이 커지는 이때, 돌봄드림은 어떤 방식으로 돌봄과 정신 건강을 위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을까. 김지훈 돌봄드림 대표를 만나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 김지훈 돌봄드림 대표. ⓒ라이프인
▲ 김지훈 돌봄드림 대표. ⓒ라이프인

Q. '돌봄'에 관심을 갖고 사업을 시작한 계기가 궁금하다.

사업가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늘 사업에 관심을 갖고 있었고, 발달장애인 관련 기관에서 일하던 친구의 영향으로 돌봄이라는 분야를 접했다. 당시 친구를 따라 봉사활동을 다니면서 발달장애 아동을 키우는 부모님들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그때 내가 느낀 점은 보호자가 발달장애 아동을 돌보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 하고, 아이가 치료를 받기까지 긴 대기 기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이었다. 원하는 기관에서 치료를 받으려면 짧게는 1년, 길게는 5년 정도 기다려야 한다. 그러다가 치료 적기를 놓치는 경우도 있다. 처음에는 치료에 대기 기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이해되지 않았다. 그래서 여러 관점에서 이유를 분석해 봤고, 내가 주목한 점은 치료사 수가 현저히 부족하며 그로 인해 장애인 돌봄 영역에서 인적 자원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었다. 그러면서 기술을 활용해 인적 자원 의존도를 낮춰보자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Q. 그렇게 돌봄 수행자의 부담을 낮추고자 개발한 제품이 바로 돌봄드림에서 개발한 포옹조끼 '허기'다. 그런데 기존에도 중량조끼를 입히는 방식으로 발달장애인의 불안 수준을 낮춘 사례들이 있는데, '허기'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중량조끼는 말 그대로 무게를 늘리는 무거운 조끼다. 그렇다 보니 성장기 아동의 골격에 무리를 줄 수 있다. 그래서 다른 방법으로 안정감을 줄 수 없을지 고민했고, 구명조끼에서 착안해 공기주입식 조끼를 개발했다. 또한 우리는 발달장애 아동을 돌보는 보호자들에게서 아이가 왜 불안해하고 왜 소리 지르는지 알고 싶다는, 즉 아이의 상태를 알고 싶다는 공통된 바람을 발견했다. 그래서 생체 정보를 측정할 수 있도록 기술을 개발해 조끼에 접목하고자 했다.

Q. 우리가 타인과 안을 때 느끼는 안정감은 애정이나 신뢰 같은 관계에 기반한 정서적 교류, 상대에게서 전달되는 체온, 이 모든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느껴지는 감정 아닌가. 조끼로 완벽하게 재현하기 어려운 부분들인데, 실제로 어느 정도 포옹과 유사한 효과가 있는지 설명해 달라.

'그냥 사람이 안아주면 되는 것 아냐?', '사람이 안아주는 듯한 느낌이 들어?' 이 두 가지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았다. 실제로 체온이나 관계가 주는 긍정적 효과까지 의류가 대체하진 못한다. 그런데 돌봄 현장에서 안아주는 행위를 계속해서 반복하는 일이 얼마나 체력과 정신력을 소모하는 일인지 짐작할 수 있겠는가. 보호자들은 한 번이라도 제품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기꺼이 사용할 의향이 있다고 말한다.
물론 객관적으로 제품의 효과를 입증하는 것은 사업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창업 초기부터 다양한 측면에서 효과를 테스트해 왔다. 여러 병원과 임상실험을 진행해 허기를 착용한 아동들의 수업 집중도가 높아지거나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감소한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사용 후기를 보내준 보호자 중 아이가 잠에 들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줄었다거나 틱 증상이 완화됐다고 말씀한 분들도 계셨다. 서울대병원, 원광대병원과 같은 기관들과 R&D 협업 등을 하면서 효과를 입증할 데이터를 차곡차곡 쌓아 오고 있다.
 

ⓒ돌봄드림
ⓒ돌봄드림

Q. 의류이다 보니 디자인도 중요하지 않나.

디자인 면에서도 후기를 반영하여 계속 발전시키고 있다. 조끼가 처음에는 정말 거적 같았다.(웃음) 첫 제품 출시 이후 고객들 피드백을 반영해서 아이들이 입기 쉽도록 지퍼를 달고, 지퍼 가리개도 만들고, 여름용 제품에는 망사를 사용하고 통기성 있게 바꾸는 식으로 수정해 왔다. 초기부터 돌봄드림 제품을 이용하던 한 고객이 개선된 제품을 보고 좋아하며 구매하셨던 일이 인상 깊게 남아 있다.

Q. 클로멘탈 역시 최대한 사용자가 불편하지 않게 고안했다는 점이 느껴진다.

발달장애인의 경우만 봐도, 이들은 스마트 워치 같은 물건을 몸에 착용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서 의류를 입기만 해도 생체 정보가 측정되는 기술을 연구했고, 그렇게 나온 제품이 클로멘탈이다. 클로멘탈의 가장 큰 장점은 한 명의 관리자가 여러 명을 모니터링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보통 노인, 장애인 관련 기관에서 많이 이용하고 있고, 내부 인력이 부족해서 매니저 채용까지 요청하는 경우 우리가 케어 매니저를 채용하여 관리하고 있다.

Q. 회사 미션이 처음에는 '발달장애 아동 가정에 돌봄을 드린다'는 것이었는데, 현재는 사람들이 겪는 정신적 어려움을 해결하는 '멘탈 헬스케어'로 바뀌었다. 이유가 있다면?

현대인의 정신 건강 문제, 그리고 돌봄을 제공하는 사람들의 스트레스가 심각하다는 문제 때문이다. 사람들이 받는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솔루션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우리처럼 생체 정보를 기반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멘탈 헬스케어 유니콘 기업은 해외에도 많지 않다. 그래서 ICT 디바이스 기반으로 멘탈 헬스케어 유니콘이 되는 것이 목표다.

Q. 임팩트 생태계에서 창업한 이유가 있다면?

석사생일 당시 소셜벤처 강의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내가 창업하고 싶었던 이유는 주체적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도 벌고 사회적으로 영향도 미칠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다. 소셜벤처가 나의 지향과 딱 맞는다고 느껴졌다. 또 산업계 흐름도 ESG를 중시하는 분위기로 흘러가면서, 지금은 소셜벤처로 창업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웃음)

Q.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일이 힘들지 않나.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기업이 지속 가능하고 더 큰 경제적 가치를 낼 때 더 큰 소셜 임팩트도 창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업이 추구하는 소셜 임팩트를 지속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기업 자체도 존속해야 한다. 팀원들과도 사회적 가치와 비즈니스 마인드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기 위해 계속 의견을 맞추면서 일하고 있다.
다만 사회적으로 좋은 영향력을 확산하기 위한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다. SK행복나눔재단과 기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돌봄드림의 소셜 임팩트를 확산하는 동시에 대중의 기부를 유도하기도 하고, 제조업을 하고 있다 보니 아무래도 환경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겠다 싶어서 '원 퍼센트 포 더 플래닛'(1% for the Planet)에 가입하기도 했다.
 

▲ 돌봄드림이 기부형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허기'를 기부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돌봄드림
▲ 돌봄드림이 기부형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허기'를 기부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돌봄드림

Q. 지난해 싱가포르 법인을 설립하는 등 해외 시장에도 진출하고 있다. 원래 해외 시장도 염두에 두고 있었나.

맞다. 우리가 해결하고자 하는 발달장애인 돌봄, 정신 건강 문제는 국내만의 문제가 아니다. 또, 창업을 준비하면서 많이 들었던 피드백 중 하나가 국내 시장은 작으니 해외 시장으로 나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해외 시장에도 주목하고 있다. 싱가포르 쪽을 시작으로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진출하려고 한다. 북미 지역 같은 경우에도 복지 예산이나 발달장애인들을 위한 정부 지원금도 잘 마련돼 있어서 우리가 진출하는 데 수월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Q. 김지훈 대표가 생각하는 '돌봄'이란 무엇인가.

결국 우리 삶과 맞닿아 있는 것, 그것이 돌봄 아닐까. 창업을 준비할 때, 한 소셜벤처 대표님에게 '인간은 누구나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서 장애를 가지고 떠난다'는 말씀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사실 돌봄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인간이라면 누구나 태어난 순간부터 돌봄을 받고 돌봄을 받으면서 늙어간다. 그렇기 때문에 돌봄은 삶과 항상 맞닿아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김지훈 대표가 '허기'를 소개하고 있다. ⓒ라이프인
▲ 김지훈 대표가 '허기'를 소개하고 있다. ⓒ라이프인

Q.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현재 생체 정보를 수집해서 심리 상태는 어떤지, 교감 신경과 부교감 신경의 작용 상태는 어떤지와 같은 내용을 멘탈 리포트(Mental repert)로 활용하고 있는데, 이런 기술을 더 발전시켜서 정신과 진료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다음 목표다. 3~4년 안에 비접촉식 라이프로그 수집 기술로 기술특례상장을 시도하고, 이후에 고령층을 비롯해 더 많은 돌봄 대상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한다. 조금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는 사람들이 자신의 정서·심리 상태를 객관적으로 파악하여 정신적 어려움을 줄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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