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2023년에는 ▲동고동락협동조합 ▲부산커피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멘퍼스 ▲전남 목포 건맥1897협동조합 ▲참손길공동체협동조합 등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자립한 사회연대경제기업 모델을 소개함으로써 현재 어려운 사회적경제기업들이 배울 수 있는 정보와 팁을 제공하였다면 2024년에는 ▲주택 분야 ▲에너지·태양광 분야 ▲의료복지 분야 ▲사회서비스 분야 ▲자금조달 분야 ▲판로 개척 분야 ▲자원재생 분야 ▲컨설팅·인큐베이팅 분야 등 분야별 사회연대경제조직들을 방문해 어떻게 활동하고 운영하는지 생생한 현장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원주여성새로일하기센터에서(이하 새일센터)는 2018년 여행전문가양성과정을 교육했다. 이 과정에 참여한 다문화 가정 여성들과 새일센터 직원이었던 김은화 씨는 단순히 교육에서 끝날 것이 아니라 이를 계기로 일자리를 만드는 것을 고민했다. 마침 2019년 2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관하는 관광두레 사업에 공모하여 '원주시 관광두레 주민사업체'로 선정되었다. 이후 관광두레PD의 전문적인 컨설팅과 소프트웨어 지원을 통해 주민 주도의 관광 분야 사업 개발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약 1년 가까운 준비를 마치고 2020년 11월 원주문화관광협동조합무지개(이하 '무지개조합')를 창립했다. 새일센터 직원이었던 김은화 씨는 센터 직원을 그만두고 이사장을 맡았다.

다문화 가정을 이루는 이주여성들이 참여하는 협동조합

지난 10월 말, 원주 미로시장에서 무지개조합이 운영하는 카페 '젤리&조이'를 방문하여 김은화 이사장으로부터 그동안의 과정과 어려움을 들고 정리를 했다. 무지개조합이 다문화 가정의 여성들과 무지개조합을 창립한 것은 관광을 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사업 아이템으로 관광을 잡은 것은 새일센터에서 주최한 강좌 내용이 관광이기도 했지만, 참여한 여성들이 자기 모국과 연결하여 사업을 하고 싶어서다. 조합원으로 참여한 사람들은 한국인 외에 필리핀, 일본, 중국이 모국인 여성들이다. 조합의 사무실로 사용하기 위해 미로시장 2층의 공간을 임차했다. 그런데 2020년부터 시작한 코로나가 2021년, 2022년까지 가는 바람에 관광, 여행업을 할 수가 없었다. 쉽게 사라질 줄 알았던 코로나가 3년 가까이 간 것이다.
 

▲ (왼쪽 위로부터 시계 방향으로)창립총회, 카페 입구, 일본식 디저트 세트, 필리핀식 카사바케이크.
▲ (왼쪽 위로부터 시계 방향으로)창립총회, 카페 입구, 일본식 디저트 세트, 필리핀식 카사바케이크.

관광을 하지 못하는 대신 당분간 카페를 운영하기로 했다. 여행업 사무실로 쓰려고 했던 곳이라 위치가 카페 운영으로는 적합하지 않았지만 할 수 없었다. 일본, 필리핀 등의 음식 문화를 반영한 디저트 카페다. 필리핀에서 생산되는 카사바를 원재료로 하는 카사바케이크를 했다. 카사바를 가늘게 갈아서 코코넛 밀크, 치즈 등을 넣어 만든 케이크다. 일본 음식 디저트도 했다. 예를 들어 일본 녹차와 당고를 세트로 하면서 후쿠오카행이라 했고 야키소바와 메론소다를 세트로 하여 오사카행 디저트로 했다. 처음 시작한 2021년은 한 달에 매출을 1백만 원 올리기가 어려웠다. 여러 사람의 인건비가 나오지 않아서 필리핀, 중국인 조합원들은 당분간 다시 전에 하던 영어 강사, 통역 등을 하고 카페에서 일하는 사람은 이사장과 일본인 조합원 2명으로 줄였다. 풀타임으로 일을 하지만 그동안 임금을 제대로 주기 어려웠고 2022년 8월부터 조금씩 급여를 줄 수 있었다.

코로나19로 고국에 가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홈커밍데이

그리고 코로나19가 끝난 이후에도 카페를 주력으로 운영하지만, 처음 계획했던 관광도 조금씩 시도했다. 예를 들어 원주시에 있는 자유시장, 미로시장, 도레미 시장 등에 대한 전통시장 투어다. 그리고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로부터 사업개발비 지원을 받아 일본데이, 필리핀데이, 동남아데이(캄보디아 등) 등을 했다. 가령 일본데이에는 일본이 모국인 사람들을 비롯하여 8명이 참여했다. 참여해서 원주의 미로사장 등 투어를 한 다음 무지개조합이 제공하는 오코노미야키 등 일본 음식을 먹고 종이로 일본 전통 옷인 유카타 만들기 체험을 했다. 그리고 필리핀데이, 동남아데이 등 총 3회를 시행했다. 이런 시도를 한 것은 원주에 살고 있는 외국인들이 코로나19로 인해 2-3년 동안 고향인 모국에 가지 못한 것을 위로하기 위함이었다. 일종의 홈커밍데이를 한 것인데 반응은 꽤 좋았다. 또한 코로나19의 기간 동안 정신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던 조합원을 비롯한 이주 여성들을 위해 '시원하게 내마음 파도타기', '나를 표현하는 것도 용기다'라는 제목으로 심리안정 프로그램을 했다.
 

▲ 심리안정프로그램.
▲ 심리안정프로그램.

조합 운영에서도 조금씩 변화가 왔다. 카페에 오는 손님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공공기관, 유관 단체를 찾아다니면서 영업을 하여, 매출을 늘려갔다. 그 결과 2023년 매출액이 3천2백만 원이고 2024년에는 6월까지 상반기에만 매출이 3천만 원이다. 올해 목표가 1억 원이었는데 1억 원까지는 어려워도 7천만 원 매출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메뉴 개발도 더 했다. 지역 농산물을 재료로 해서 만드는 쉬폰케이크다. 쉬폰케이크를 만들기 위해 리모델링을 해서 즉석식품 제조 공간을 확대하고 설비 등을 늘렸다. 이를 위해 더 투자했다. 매출이 늘었지만 급여를 인상할 것인가? 메뉴 개발 등을 위해 투자할 것인가 논의했는데 투자로 결정했다. 성장할 때 해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매출도 조금씩 늘고 다른 사회적경제기업과 네트워크도 강화

다른 사회적경제기업들과 네트워크, 협력도 늘려가고 있다. 이를 위해 원주시사회적기업협의회에 가입했다. 무지개조합이 올해까지 예비사회적기업이고 내년에는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을 계획이다. 사업의 협력을 위해 원주의 다른 사회적경제기업인 협동조합연과미소에서 생산하는 쌀가루, 미숫가루를 재료로 사용한다. 즉, 제품의 원재료는 지역 국산이고 부재료는 일반 농산물을 사용한다. 그리고 한국도로교통공단과 소셜캠퍼스온의 후원을 받아 사회적기업 스탬프투어를 하고 있다. 원주시 미로시장에서 사업을 하면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세 곳의 사회적기업 스탬프를 다 받으면 된다. 의류를 재활용하여 곱창 헤어밴드를 만드는 업사이클링 업체 리마린, 반려동물 키링 만들기 체험을 하는 열공사포 그리고 다문화 카페 젤리엔조이의 스탬프를 모두 받으면 소셜굿즈 제품을 무료로 받거나 무료 체험을 할 수 있다.
 

▲ 사회적기업들이 연대하는 무지개조합.
▲ 사회적기업들이 연대하는 무지개조합.

카페 사업을 경험으로 조금씩 늘려가는 무지개조합

다섯 명의 조합원이지만 지금은 두 사람의 일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인 후쿠요시 가즈에 조합원과 이사장 두 사람이 풀타임으로 근무하는데 가즈에 씨가 음식을 만들고 회계 업무를 겸하고 있고 이사장은 대외적인 업무 등 나머지 모든 업무를 맡아서 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원래 하고자 했던 관광사업을 아직 본격적으로 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조금씩 시도하고 있다. 그리고 카페를 경영하면서 시야가 넓어지고 사업 경험을 쌓아가고 있다. 이제 만 4년이 지나면서 사업이 조금씩 안정화되고 매출도 증가하고 있다. 무지개조합이 관광을 아이템으로 잡은 것은 한국의 다문화 가정을 이루고 있는 이주여성들이 자기들의 모국, 고향의 문화를 잃지 않고 유지하도록 하면서 서로 교류를 하기 위함이었다. 아직 관광을 본격적으로 시도하지 못하고 시장 투어 정도로 하고 있지만, 점차 관광을 하게 되면 애초의 계획들이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 사업 확대를 위한 시설 확장.
▲ 사업 확대를 위한 시설 확장.

한국 사회는 인구 감소와 노동력 부족이라는 난제에 부딪혀 있는데, 무지개조합이 이주여성들과 하는 사업은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방향이다. 그것은 바로 인구 감소와 노동력 부족의 해결을 위해서는 외국인 이주 노동자들에게 문호를 개방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결혼 이민의 문을 완화하는 것이다. 이 두 경우 모두 다민족, 다문화 사회라는 방향을 거스를 수 없다. 그리고 이주 노동자, 이주여성 그리고 그들의 자녀들이 그들의 모국, 고국의 문화와 언어, 관습 등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한국에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한국의 문화, 언어에 대한 적응은 이후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 장기적으로 그들의 고국과 한국과 문화, 관광 교류를 할 때에도 두 개 언어, 두 개의 문화를 다 하는 사람들이 훨씬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원주문화관광협동조합무지개는 사회적경제를 통해 다문화 가정, 이주 노동자들이 함께 살아가는데 하나의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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