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2023년에는 ▲동고동락협동조합 ▲부산커피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멘퍼스 ▲전남 목포 건맥1897협동조합 ▲참손길공동체협동조합 등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자립한 사회적경제기업 모델을 소개함으로써 현재 어려운 사회적경제기업들이 배울 수 있는 정보와 팁을 제공하였다면 2024년에는 ▲주택 분야 ▲에너지·태양광 분야 ▲의료복지 분야 ▲사회서비스 분야 ▲자금조달 분야 ▲판로 개척 분야 ▲자원재생 분야 ▲컨설팅·인큐베이팅 분야 등 분야별 사회연대경제조직들을 방문해 어떻게 활동하고 운영하는지 생생한 현장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빛고을시민햇빛발전사회적협동조합의 산실 광주전남녹색연합 에너지위원회

빛고을시민햇빛발전사회적협동조합(이하 '빛고을사협')은 2020년 10월 19일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인가가 났다.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하기 전인 2020년 6월에는 일반협동조합으로 광주광역시에 신고하고 시민햇빛발전소(태양광발전소)를 세우는 일을 시작했다. 그리고 더 오래 전인 2019년 11월에는 태양광발전을 위해 광주전남녹색연합(이하 '광전녹색연합') 에너지위원회에서 '가상 발전소' 설립을 추진했으나 당시 제도적으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 중도 하차했다.
 

▲ 광주전남녹색연합 에너지위원회 활동.
▲ 광주전남녹색연합 에너지위원회 활동.

가상 발전소는 '소규모로 전기를 생산하는 가정용 태양광 등 분산된 에너지원 설비, 시설들을 모아서 전력을 공급하고 관리하는 방식'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실행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것이다. 이 가상 발전소를 논의하기 전에는 2015년, 광전녹색연합에 에너지위원회를 만들어 에너지 문제에 대해 학습을 시작했다. 이렇게 광주지역에서 에너지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된 중심에는 2013년 광전녹색연합 대표를 지냈고 광주지역 일간지 최초 환경 전문기자였던 정은진 씨가 있다. 전현직 언론인과 교원 출신들인 에너지위원 5명(자칭 독수리 5형제)은 정 씨의 사업 제안에 의기투합해 조합 등기이사가 되어 조합설립과 운영에 힘을 보태고 있다.

2023년 10월까지 다섯 곳에 총 2,184.85kWp 태양광발전 설비 구축

이와 같이 10년 이상 재생 에너지 문제에 대해 천착하여, 지금은 공공 유휴 부지 다섯 곳에  2,184.85kWp의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한 빛고을시민햇빛발전사회적협동조합 정은진 이사장을 만나 그동안의 과정에 대해 설명을 듣고 정리했다. 

그러므로 초기에는 협동조합에 대한 논의보다는 광전녹색연합 에너지위원회에서 발전사업을 하는 것으로 진행했다. 하지만 2020년 태양광발전 사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하면서 협동조합으로 하는 것이 더 좋겠다는 판단으로 그해 6월 빛고을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을 창립하고 광주시에 신고를 했다. 그런데 시민참여형 햇빛발전소를 세우는 방법에 대해 논의하던 중에 비영리로 운영되는 사회적협동조합으로 바꾸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 2020년 7월 빛고을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창립 / 2023년 빛고을시민햇빛발전사회적협동조합 총회
▲ 2020년 7월 빛고을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창립 / 2023년 빛고을시민햇빛발전사회적협동조합 총회

이에 2020년 7월 일반협동조합인 빛고을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을 폐업 신고를 하고 다시 사회적협동조합인 빛고을시민햇빛발전사회적협동조합을 창립했다. 사회적협동조합이므로 10월 19일 산업자원부 인가를 받았으며, 일반협동조합 때에 설정했던 사업과 활동을 모두 승계했다. 광주시와 협업은 발전소 부지 제공, 발전소 설치 시 사업비 지원, 사회공헌사업 협력, 탄소중립과 에너지 자립 실천 등 네 개 분야에서 진행했다.

빛고을에서 민과 관이 처음으로 협력하여 만든 '농성빛여울채햇빛발전소'

1차 사업은 광주도시공사 공동주택의 옥상을 임대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발전소 설치에 필요한 전체 재원은 4억 원인데, 광주의 공공기관인 광주도시공사가 20%(8천만 원), 광주테크노파크가 30%(1억 2천만 원) 지분으로 참여하고 나머지 50%( 2억 원)는 시민 펀딩 참여 방식으로 진행했다. 시민 펀딩 연이자율은  당시 기준금리의 5~6배 수준인 4.2%로 제시,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1달 만에 필요 금액을 다 모을 수 있었다.
 

▲ 농성빛여울채햇빛발전소.
▲ 농성빛여울채햇빛발전소.

이런 과정을 거쳐 2021년 4월 광주도시공사가 관리하는 아파트 옥상에 273.4kWp 규모의 '농성빛여울채햇빛발전소'를 준공했다. 이처럼 신생조합이 1호 햇빛발전소를 건설할 수 있었던 데에는 초기 광주시 일자리정책과의 사회적경제지원팀으로부터 조합실무자 인건비의 70%를 지원받은 것도 큰 힘이 됐다. 다시 2차 태양광발전소 건립을 위해 움직였다. 그 결과 2022년 2월에는 광주전자공고 건물 옥상에 598kWp와 진곡산단 주차장에 518kWp, 9월에는 풍영체육시설 주차장에 99.45kWp 그리고 2023년 10월 용연정수장 옥상에 696kWp를 설치하여, 전체 2,184.85kWp 규모의 햇빛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 광주전자공고 옥상 태양광발전 / 풍영체육시설 주차장 태양광발전.
▲ 광주전자공고 옥상 태양광발전 / 풍영체육시설 주차장 태양광발전.

광주지역 시민햇빛발전소는 2015년 광주환경운동연합이 '광주햇빛발전협동조합'을 설립, 2년 만에 그린카진흥원 옥상에 세운 100kW 규모의 발전소가 처음이다. 이후 2020년 10월 광전녹색연합 에너지위원회에서 빛고을시민햇빛발전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한 후 계속 늘어 현재 9개의 시민햇빛발전 협동조합들이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들 조합이 모여서 2021년 11월 광주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협의회를 출범시킨데 이어 2022년 5월 비영리법인격을 취득하고 광주시와 거버넌스를 구축해 노력하고 있다.

9개의 협동조합이 모여 창립한 광주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협의회(광시협)

협의회는 무엇보다 선발 조합인 빛고을사협이 그간의 시민햇빛발전소 설립 노하우와 경험을 살려 후발 회원조합의 멘토가 되어 시행착오를 줄이고 조기에 자립 기반을 갖추도록 협력 체계를 확고히 구축하는 일부터 해나가고 있다. 다음으로는 광시협은, 태양광발전 협동조합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운동적 관점을 견지한다는 점에서 이윤추구에 일차적 목적을 두는 일반 발전업체와 다른 특성을 행정과 시민들에게 적극 알리고 있다. RE100을 실현하기 위한 운동체로서 시민, 행정, 의회와 함께 '탄소중립 + 에너지전환' 운동을 확대해 가려는 것이다.
 

▲ 광주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협의회 발대식.
▲ 광주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협의회 발대식.

그렇다고 지금까지 태양광발전 사업이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몇 번의 고비와 어려움이 있었다. 발전사업자가 번지수가 동일한 사업부지에서 발전사업을 추진할 때 500kW까지 저압 연계가 가능하다. 이를 넘어설 경우 사업자가 하나라면 특고압 연계를 하거나, 발전사업자를 둘로 해야 하는 한전 내부 규정을 시공사에서 소홀히 여긴 것이다. 이 때문에 기껏 598.85kW 발전설비를 갖추고도 1년여 동안 100kW의 발전소를 계통망에 연결하지 못하는 불상사를 겪게 된 것이다. 한전 내부 규정에 예외 조항을 둘 수 있는 조건을 찾아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였으나, 결국 문제의 100kW를 특고압으로 연결하면서 1억여 원의 시공비를 추가해야 했다. 이는 시공사의 실책 때문이었다는 점에서 전액 시공사 부담이어야 하는 원칙적 입장을 양보, 다른 지역 협동조합에서 만든 시공사라는 점을 감안해 빛고을사협에서 일부 부담하는 것으로 원만하게 타협을 하고, 규정의 엄격성을 깨닫는 데 필요한 학습치고는 참, 큰 비용을 치렀다고 정리하였다.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성장하는 협동조합

세 번째 사업인 광주시 광산구에 있는 진곡산단 주차장 발전소 설치도 결코 순조롭지 않았다. 광산구와 진곡산단 주차장에 태양광발전을 설치하기로 협약까지 체결했으나, 부지 소유주가 광산구가 아닌 다른 행정기관으로 돼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확인하고, 이를 정리하는 데 석 달 이상이 걸렸다. 이를 해결하고 한숨 돌리는 것도 잠깐, 신재생에너지법에 근거한 부지사용 관련 수의계약에 부담을 느낀 광산구청에서 입찰 통해 사업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또 한 번의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 진곡산단 주차장 태양광발전.
▲ 진곡산단 주차장 태양광발전.

시민참여형 햇빛발전소의 의미를 설명하고 행정과 의회 구성원들로부터 동의를 얻기 위해 그토록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부지사용료를 최고가 입찰 방식'으로 공고한 것이다. 협동조합을 일반사업자와 동일시한 부지 관리부서의 판단이 가져온 이 사태를 풀기 위해 '시민참여형 햇빛발전협동조합'에 가산점을 두는 내용의 권유안을 낸 광주시와 함께 구정 책임자를 설득, 기존 공고를 내리고 '시민참여형'에 가산점을 주는 내용으로 재공고를 낼 수 있었다. 물론 해당 구청 법무팀의 검토 결과, 재공고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확인 후 내린 결정이었다. 입안이 바싹 타들어 가도록 온갖 정성을 다한 후 비로소 한 개의 열매를 거둘 수 있다는 평범한 교훈을 하나씩 깨우쳐가고 있다는 정은진 이사장의 탄식 섞인 설명은 자못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 용정정수장 옥상 태양광발전.
▲ 용정정수장 옥상 태양광발전.

이제 2024년에는 6, 7차로 빛고을노인건강타운과 사립학교 햇빛발전소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태양광 발전에 대한 가짜뉴스가 불식되지 않고 있는 데다 경관 훼손을 우려하는 일부 주민들의 반발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시민참여 없는 탄소중립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시민들의 인식 전환 운동과 함께 햇빛발전소를 확대해 가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 운동체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기 위해서다. 광주의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 실현을 위해 시민들과 햇빛발전소를 건립하고 발전수익금으로 사회공헌사업을 추진하면서 '광주RE100' 실현을 향해 달려가야 하기 때문이다. 

빛고을사협은 지난 22년과 23년, 광주고교 기후 위기 대응 동아리 활동을 지원했고, 에너지 취약계층 노후 단독주택 그린 리모델링 사업을 펼친 데 이어 올해 광주 동구청과 광주테크노파크 등과 함께 아파트 발코니 태양광발전시설 설치 지원 및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을 위한 시민참여 실현 공모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사회적협동조합으로서 발전수익금을 사회와 공유하기 위한 일련의 노력이다.      

태양광발전소 시공 능력 향상과 140만 광주시민들의 RE100 참여 등 시민과 함께 

이제 빛고을사협은 한 단계 성장할 시기를 맞고 있다. 발전사업 부문에서는 시설 관리 유지능력을 키우고 중장기적으로 시공 능력까지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광주의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을 앞당기기 위한 실천으로 사회공헌사업을 체계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시민사회와 적극 소통하는 위원회를 준비하고 있다. 이와 함께 140만 광주시민을 이루는 62만 가구가 시민RE100 운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조합원을 크게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로 조합원 참여 프로그램을 개발, 추진해 갈 계획이다. 광주시민의 일일 탄소 배출량을 계산, 스스로 탄소 감축 노력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2024년 사회공헌사업 계획도 이 같은 노력의 일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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