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2023년에는 ▲동고동락협동조합 ▲부산커피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멘퍼스 ▲전남 목포 건맥1897협동조합 ▲참손길공동체협동조합 등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자립한 사회적경제기업 모델을 소개함으로써 현재 어려운 사회적경제기업들이 배울 수 있는 정보와 팁을 제공하였다면 2024년에는 ▲주택 분야 ▲에너지·태양광 분야 ▲의료복지 분야 ▲사회서비스 분야 ▲자금조달 분야 ▲판로 개척 분야 ▲자원재생 분야 ▲컨설팅·인큐베이팅 분야 등 분야별 사회연대경제조직들을 방문해 어떻게 활동하고 운영하는지 생생한 현장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협동조합은 전기 분야에서 오랜 협동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 1929년 대공황 이후 농촌 지역의 전기 공급에 있어서 협동조합이 큰 역할을 했다. 미국은 전기 생산과 공급에 있어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수력, 화력, 원자력과 같은 대규모 시설이 드는 전기 생산은 연방정부가 담당하고 가정과 공장 등에 전기를 배송하는 분야는 기업이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기업은 인구가 집중되어 있어 효율이 좋은 도시는 전기 배송을 위해 투자를 하지만 농촌 지역과 같이 사람이 드문드문 살아서 전기 배송의 효율이 낮은 곳은 투자를 거의 하지 않았다.
1930년대 대공황 시절, 수익이 안 난다고 자본기업이 회피하는 농촌 지역에 전기를 공급하는 협동조합
이에 루스벨트 대통령은 농촌 지역에 전기를 공급하고자 1935년 농촌전기공급관리청을 설립하여 협동조합이 농촌 지역에 전기 공급하는 것을 장려했다. 이런 흐름이 지금까지 이어져 미국의 경우 사람이 많이 사는 도시는 자본기업이 그리고 사람이 적게 사는 농촌지역은 협동조합이 전기 공급을 하고 있다. 그래서 협동조합이 47개 주에서 약 4천5백만 명에게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 이는 전체 인구의 약 12%인데 국토 면적은 무려 75%를 차지한다. 그리고 현재는 협동조합이 태양광, 풍력, 수력, 바이오매스 등에도 참여하고 있는데 이 재생에너지 생산시설 규모는 약 14GWp에 조금 못 미치는 규모다.
독일의 경우, 2000년에 재생에너지법(EEG: Erneuerbare-Energien-Gesetz)을 제정하여 재생에너지를 장려했다. 이런 정책을 시행한 결과 2022년에는 재생에너지가 독일의 전력 소비량의 46%를 차지한다. 세부적으로 보면 태양광이 설비용량 66GWP, 전력 생산량은 62TWh로 전체의 12%, 풍력이 설비 56GWP, 전력 생산량은 148TWh로 25%를 차지하고 있다. 이 외에 수력, 지열, 바이오매스 등이 있다. 이 중에서 협동조합은 전체 생산된 전력 생산량 중에 약 10%인 25.5TWh를 담당했다. 이렇게 독일에서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협동조합의 역할이 성장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다음에 세 가지를 지적한다. 화석 연료 전기의 가격 상승, 정부의 재생에너지 지원 정책, 재생에너지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 증가 등이다.
재생에너지 선진국 독일과 덴마크
덴마크는 재생에너지에 있어서 가장 앞서가는 나라 가운데 하나다. 현재 덴마크는 전체 에너지 소비량(전기, 이동 차량, 가정 냉난방 사용 에너지 등을 포함하는 에너지 소비량) 중에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50%를 조금 넘는다(세계 에너지시장 정보). 이 중에서 전기 소비량만 봤을 때는 전체 전기 중에 약 70% 이상을 재생에너지가 담당하고 있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재생에너지 중에 절반은 풍력에너지이고 다음으로 태양광, 바이오매스 등이다.
덴마크에서 시민들이 운영하는 대표적인 곳 가운데 하나가 미들그룬덴 풍력전기협동조합이다. 1997년 창립하여 2022년 현재 8천 명의 조합원이 참여하고 7명의 이사 그리고 2명의 직원이 있다. 2000년에는 지역의 전력회사와 정부 등과 함께 협력하여 코펜하겐 앞바다에 풍력단지를 조성했다. 40MWp 시설로 20개의 터빈에서 전기를 생산하는데 이는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이 소비하는 전체 전력의 4% 정도로 2022년에 생산한 전기량은 약 42GWh이다. 이와 함께 덴마크의 삼쇠섬은 약 4천 명의 주민이 사는데, 약 20년 전인 2005년 세계 처음으로 재생에너지로 에너지 자립을 이루었다.
온실가스 배출은 OECD 국가 중에 5등,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재생에너지는 비중은 꼴찌인 기후 악당 국가
이에 비해 한국의 현실을 살펴보면 심각하다. 온실가스 총배출량은 2021년 기준 6억 7,660만 톤인데 이를 국내총생산 GDP를 가지고 1천 달러당 온실가스 배출량을 보면 6.31톤CO2eq로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미국에 이어 폴란드와 함께 다섯 번째로 많았다. 반면에 전체 최종 소비 에너지 중에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보면 3.6%(2019년 기준)로 OECD 회원 37개 국가 중에 가장 낮다. 이는 OECD 평균인 14.9%의 4분의 1 수준이다(전자신문, 2024. 3. 21.). 2022년도 여전히 5.2% 수준이다. 이는 "지구 기후 위기에 나쁜 영향을 미치면서 위기를 극복하는 데에는 매우 인색하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를 호주, 뉴질랜드, 사우디아라비아 등과 함께 기후 악당이라고 하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한편 우리나라는 전기 발전량 중에 (신)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9.2%다. 이 역시 OECD 회원국 중에서 매우 낮은 편이다. 그러므로 재생에너지 생산에 대해 정부를 비롯하여 기업, 시민사회 등이 협력하여 활성화하지 않으면 기후 악당이란 오명만 아니라 RE100 부진으로 인해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미 글로벌 기업들은 한국의 기업들에 제품, 부품을 생산하는 데 있어 재생에너지를 사용했다는 RE100 증명을 요청하고 있다.
기후 악당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재생에너지 협동조합, 특히 연합회의 역할이 필요
이렇게 정부의 재생에너지에 대한 역할이 부족한 환경 속에서 민간인 재생에너지 관련 협동조합, 사회적경제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연합 조직의 역할은 다음 세 가지 측면에서 매우 필요하다. 첫째, 사업도 잘하고 사회 활동도 잘하는 협동조합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단위 협동조합을 인큐베이팅과 컨설팅을 하는데 정부로부터 재정 자립하고 자율적으로 활동하는 연합 조직이 필요하다. 둘째, 정부가 기후위기, 재생에너지, RE100 등과 관련하여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정책을 제시해야 하는데 개별 협동조합보다는 연합회가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셋째, 국민들과 시민사회에 인식을 증진해야 하는데 이 역시 개별 협동조합은 한계가 있으므로 연합회가 필요하다.
이런 필요성으로 인해 재생에너지 관련 협동조합들의 연합회는 비교적 이른 시기에 설립했다. 2012년부터 정책에 대한 논의하면서 2014년에 전국시민발전협동조합연합회를 결성했다. 협동조합기본법이 2012년 12월부터 시행되어 협동조합들이 막 생기기 시작할 시기다. 개별 협동조합들의 연합체 형성 시기를 봤을 때, 매우 이례적인 현상인데 이는 협동조합이 생산한 전기에 대한 가격이 정부의 정책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재생에너지에 대해 어떤 정책을 가진 정당이 정부를 구성하느냐는 큰 변수다.
정부의 전력 공급 방안, 판매 가격 등 정책적 요소가 많은 태양광 발전
2023년 12월 현재 가입 조합은 57개인데, 48개 조합이 일반협동조합이고 9개 조합이 사회적협동조합이다. 57개 조합의 조합원 수는 전체 18,539명, 267개 발전소, 23,675kWp 발전 용량이다. 한편 초기 태양광발전 협동조합들은 일반협동조합들이 많았다. 그런데 어느 시점부터는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창립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학교에 태양광발전소를 설립하기 위해서 비영리로 구분하는 사회적협동조합으로 해야 학교에서 임대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일반협동조합 중심으로 창립한 전국시민발전협동조합연합회에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설립한 햇빛발전 협동조합이 정회원으로 참여할 수가 없었다. 이에 다시 2021년 '시민발전이종협동조합연합회' 창립총회를 하여 변경해야 했다(설립 인가는 2023년). 한편 일반협동조합연합회와 이종협동조합연합회로 구분하는 정부의 정책에 대해서는 추후 논의가 필요하다.
이종연합회 대표를 맡고 있는 이창수 회장은 햇빛발전협동조합의 방향에 대해 RE100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전 국민이 태양광발전에 참여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전 단계로 2030년까지 목표로 300만 명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과감하게 목표를 세우는 것은 RE100을 단순히 대기업의 수출을 위해서 해야 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게 적극적으로 하지 않으면 1.5도 낮추는 지구적인 목표를 실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중대한 목표를 대기업만 해서도 안 되고 대기업만 해서 실현도 어렵다는 것이다. 국민 운동으로 하자는 것이다.
300만 명이 참여하는 재생에너지 사업이 되어야 1.5도 낮추는 효과 가능
300만 명의 국민이 참여하는 재생에너지 사업이 되기 위해서는 첫째, 수중 태양광발전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시범적으로 시화호에 태양광발전을 해야 한다. 이는 반월 시화공단의 RE100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대기업에 비해 RE100 실현이 어려운 중소기업, 중견기업과 안산시 그리고 시민들이 힘을 합해 시화호에 수중 태양광발전을 대규모로 설치해야 한다. 이를 위해 환경단체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와도 적극 소통하며 협력하고자 한다.
둘째, 영농형 태양광발전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 태양광발전소 설치 높이를 트랙터, 경운기 등 농기계가 다닐 수 있게 높여서 하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태양광발전소의 설치와 발생하는 그늘에 의해 줄어드는 생산량에 비해 태양광발전에서 나오는 전기 판매 금액이 훨씬 높으므로 농가에도 이익인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 그러므로 농업과 태양광발전이 병행할 수 있는 조건이다. 이를 위해서는 농민, 농업 단체, 농촌경제연구원 등과 논의할 수 있는 연대 기구가 필요하다.
셋째, 안정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제도와 정책을 가능한 한 법제화를 해야 한다. 지금까지 12년 동안 태양광발전 사업을 하면서 제도의 잦은 변경으로 사업을 예측하기 어려웠다. 그러다 보니 태양광발전과 같은 사업은 장기적으로 투자를 해야 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고 정책 리스크로 인해 불안함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러므로 가능한 법제화를 하여 정권에 따라 또는 단체장에 따라 잦은 변경을 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넷째, 기존에 있는 법과 제도의 유연한 적용이다. 이는 공무원들의 문제다. 공원의 산책로, 자전거도로는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면 여름에는 뜨거운 태양을 막는 그늘이 생기고 비를 막아 준다. 마찬가지로 겨울에도 눈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어 산책과 라이딩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나아가 녹지 중에서도 보전녹지 같은 곳은 태양광발전이 가능하다. 공무원들이 이런 곳에 의지와 재량을 발휘하면 충분히 태양광발전이 가능한데 현실에서는 거의 못 하게 한다. 그러므로 공무원들이 적극 나서야 한다.
농협, 수협, 신협 등에 비해 차별받는 태양광협동조합이 차별받지 않는 제도가 필요
이와 함께 태양광협동조합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제도, 관행 등의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그 내용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농협, 수협, 신협의 경우 출자금 2천만 원까지에 대해서는 배당에 대한 비과세인데 태양광협동조합을 비롯한 협동조합기본법에 의한 협동조합들은 비과세 적용을 받지 못하는데 시정되어야 한다. 둘째, 총회 참석을 할 때 출석자들이 인감 증명서를 떼어 오거나 변호사가 참석해서 공증을 받아야 한다. 다른 개별법 협동조합과 같이 면제를 받아야 한다. 셋째, 태양광발전 설비를 담보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금 동원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넷째, 제도 금융권에서 협동조합 법인에 대해 신용 대출을 해줘야 한다. 법적 근거 없이 관행적으로 안 하고 있다.
위의 네 가지 문제들 중에 세 가지는 태양광협동조합만 아니라 협동조합기본법의 적용을 받는 협동조합들도 겪는 어려움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문제들이 해결되면 지금보다 훨씬 태양광발전 사업이 탄력을 받을 수 있고 태양광협동조합이 활발하게 사업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아울러 일반 협동조합들의 성장, 성숙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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