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이후, 미국의 환경 정책은 기후 위기 대응에서 후퇴할 위험이 커졌다. 트럼프는 선거 기간 내내 화석연료 산업 지지와 환경 규제 완화를 강조해 왔으며, 이미 오바마 행정부의 '청정 전력 계획(Clean Power Plan)'을 철회하는 동시에 연방 환경보호청(EPA) 예산을 감축한 바 있다. 또한 추가적으로 연방 공공 토지에서의 석유 및 가스 시추 허가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이러한 기조는 경제 성장과 에너지 자립을 위한 것이지만, 탄소 배출 증가와 재생 에너지 산업의 위축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런 정책 기조에 대한 경고와 함께, 저스틴 길리스와 핼 하비의 『빅 픽스』(알레)는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일깨우며 이에 맞설 실질적이고 체계적인 전략을 제안하고 있다. 이 책은 단순히 일상 속 소비 절약을 넘어, ▲청정 전력으로의 전환 ▲에너지 절약 건축 ▲연료 효율성 개선 ▲도시 재생 ▲식량 체계 균형 ▲저탄소 산업으로의 전환 ▲신기술 도입이라는 7가지 전략을 중심으로 개인과 시민, 정부가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다.
저자들은 특히 학습 곡선(learning curve)을 통해 청정에너지와 같은 신기술이 초기의 높은 비용을 극복하고 대중화될 수 있음을 설명한다. 이는 경제 성장과 기후 위기 대응이 상호 보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건물의 에너지 절약 규제와 교통 체계 개선이 지속 가능한 발전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녹색 소비자'를 넘어 '녹색 시민'으로
기술 혁신과 경제 성장은 인류를 빈곤에서 벗어나게 했지만, 현재의 산업 구조는 환경 파괴라는 딜레마를 낳고 있다. 저자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단순히 '녹색 소비자'로서 머무르기보다 '녹색 시민'으로서 행동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녹색 시민은 소비 절약에 그치지 않고, 강력한 공공 전략을 통해 사회 구조적 변화를 만드는 데 앞장선다. 기후 위기라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모든 이해관계자가 공통된 목표 아래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필요한 혁신이 새로운 물질과 기계만이 아니라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심지어 그것들은 가장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중략)
행동을 바꿀 방법도 실험하고 혁신해야 한다. 많은 보수주의자와 경제학자는 우리가 정부가 아닌 시장에서 이루어져야 할 결정들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중략) 그렇다고 해서 모든 중요한 경제적 결정을 (윤리적 결정은 말할 것도 없고) 시장이 내릴 수 있다는 결론이 따라나오지 않는다는 점도 명확히 해둔다. 세계에는 공공 기준과 집단의 의사 결정을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들이 가득하다. 미래 세대를 위해 지구를 살아갈 수 있는 터전으로 보전할 수 있도록 탄소 배출량을 줄이라는 도덕적 명령은 시장의 작동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고 해결되지도 않을 결정의 한 가지 예다. (빅 픽스 中)
이에 책은 투표, 청문회 참석, 시민단체 연대, 지역 기후 사업 지지 등으로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구체적 방법을 제시한다. 그리고 경제적 접근과 정책 변화가 개인의 참여와 결합될 때, 사회 전반에 걸쳐 기후 변화 대응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빅 픽스』는 현재 우리가 직면한 기후 위기에 대한 긴급한 경고를 던진다. 미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도 지속 가능한 미래로 나아갈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기후 대응과 경제 성장을 동시에 고려하는 균형 잡힌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 책은 이러한 정책을 설계하고 실현하는 데 유용한 참고서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