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며
지난해 한신대학교 일반대학원 사회적경영 전공 1기들은 지도 교수님들과 외부 전문가와 함께 퀘벡의 사회적경제를 돌아보고 왔었다. 2024년 5월, 꼭 1년 만에 이번에는 2기들과 프랑스의 사회적경제를 돌아보게 되었다. 신협사회공헌재단의 지원과 프랑스 사회적경제 9개 기관의 뜨거운 연대 속에 진행되었던 이번 연수는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맹렬하게 활동하고 있는 한신대 연수단에게 좋은 공부가 되었다. 연수 결과를 연수단 내부에서만 공유하기에는 아쉬운 터라 두 해 연속 심포지엄을 진행했고,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활동하고 연구하는 이들의 큰 관심 속에 성황리에 마쳤다. 추후 두 번의 연수에서 배우고 분석했던 내용을 모아 단행본으로 출간할 예정이다.
프랑스와 퀘벡은 같은 불어 문화권이고 사회연대경제의 선진국이기에 비슷할 것으로 예상하는 경향이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많은 차이가 있었다. 우리 연수단이 지난번 퀘벡에 갔을 때는 다른 종류의 기관들이 같은 사회적 목적을 가지고 협력해서 일하는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특히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행정과 긴밀하게 협력해 온 퀘벡 사회적경제의 역사를 알고 있기에 구체적인 협력 방식에 주목했었다. 그런데 이번 프랑스 연수에서는 연합회 중심의 조직 체계가 특히 흥미로웠다. 우리나라에서는 중간지원조직이 수행하는 일들을 프랑스에서는 연합회가 수행하고 있었다. 차차 소개할 우리가 방문했던 기관들이 대체로 연합회들이었던 이유는 그 때문이었다.
이 글은 단행본의 깊이와는 다르게 연수 일정 내내 그날의 일과를 스케치하듯 기록한 매일의 기록이다. 라이프인의 지면을 통해 프랑스의 사회연대경제를 방문했던 기록을 공유하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 독자들은 얼마 안 되는 글을 통해서나마 연수단과 동행하여 프랑스의 사회연대경제를 일부 경험해 보고 더 깊이 알고 싶다면 앞으로 출간될 단행본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기관 방문 첫 번째 날
오후부터 기관 방문이 시작되므로 오전 시간이 비어 있었다. 그리하여 주변 지인들을 위해 부담스럽지 않고 간단한 선물 몇 가지를 구입하고자 하는 단원들은 선물을 사러 나갔다. 몇몇 단원들은 따로 일찍 움직여 노트르담(Notre Dame) 성당과 퐁네프의 다리를 거닐었고 나머지들은 다 함께 짧은 소비의 시간을 만끽했다.
방문하기로 한 첫 번째 기관인 MDSAP로 가기 전에 그 근방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근사한 소품샵과 화랑, 서점, 다채로운 빵 가게들이 모여있는 몰을 구경하면서 지나는데 식당가들이 끝없이 펼쳐졌다. 우리나라 전통시장처럼 아케이드가 있어서 천장으로 빛이 들어오니 어둡지는 않고 앞뒤로 뚫려 있어 바람은 잘 통하는 공간에 식당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거기에는 한글로 ‘신당’이라고 쓰여있는 식당도 있었는데 신당동에서 떡볶이가 아니라 삼겹살을 판다는 것이 독특하게 느껴졌다. 아쉽게도 오늘은 문을 열지 않아 외관만 보고 그냥 지나야 했다. 햄버거와 파스타, 피자를 파는 식당을 지나 그나마 반가운 일식당이 있어서 들어갔다.
식당에서 가츠동, 돈카츠 라멘, 치킨 카레, 돈카츠 카레 등을 시켰는데 나온 요리를 아무리 봐도 안타까움이 있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할 때 돈카츠와 함께 나와야 하는 양배추샐러드, 미소 된장국, 단무지 등이 없는 것이었다. 그런 줄 몰랐던 것은 아니지만, 사이드 디쉬가 제공되지 않는다는 말에 얼마나 실망했던지! 그래도 어쩌랴, 먹어야 또 공부할 테니. 식사를 겨우 마치고 일어나 MDSAP를 향해 걸어갔다.
MDSAP에 이삼십 분 정도 빨리 도착했는데 벌써 통역사님이 나와 있었다. 우리는 간단히 인사를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우리가 약속 시간이 다가오기를 기다리고 있던 곳이 만나기로 한 장소가 아니었단다. 우리는 부랴부랴 전철을 타고 다시 이동해서 약속 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고, MDSAP를 대표해서 나온 세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MDSAP는 컴퓨터 수리업체로 출발했다. 지금은 정원사, 노인 돌봄서비스 등 여러 종류의 대인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의 연합회가 되었는데, 150만 명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연간 6천만 유로의 매출과 2천5백만 유로의 수익을 창출하고 있으며, 이런 대인서비스업종 중 처음으로 ESS 인증을 받았다고 한다.
MDSAP는 850개 에이전시의 운영을 돕고 있으며 설립한 지 벌써 20년이 된 기업이었다. 직원 수는 4,500명으로 정원사, 수리 기사, 가사 관리, 아이 돌보미 등의 업무를 수행 중이다.
협동조합들은 세금 공제를 받으려면 MDSAP에 필수적으로 가입해야 하고, 가입을 해서 제공하는 시스템과 여러 가지 지원을 받게 되는데(온라인 플랫폼, 행정, 회계 등), 1년 정도가 지나면 20~25% 수익이 증가한다고 한다. 연합회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300유로의 출자금을 내게 되고 6~12%의 수수료를 내게 된다고 한다. 생각보다 적은 출자금과 빠른 수익 전환 등은 호기심을 일으키는 지점이었다. 퀘벡의 경우 노인돌봄 사업에 세금 환급 외에도 이용자에 대한 정부 지원금이 있는 데에 비해 프랑스는 세금 환급만 있었다.
(2편에서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