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시 사회적고립 연결포럼(이하 포럼)은 '고립의 시대, 연결의 기술'이라는 주제로 총 3회에 걸쳐 진행 중이다. 1차 포럼은 지난 4월 23일 '고립의 시대, 연결의 기술 : 개인적 차원'이란 주제로 진행되었고, 2차 포럼은 6월 11일 페럼타워 페럼홀에서 '고립의 시대, 사회적 차원 : 연결의 기술'이란 주제로 개최됐다.
포럼은 사회적 고립(Social isolation) 문제 대응을 위한 공론의 장으로서 2021년 시작되어 4년째 이어져 오고 있다.
포럼을 기획한 서울시복지재단의 김상철 대표이사는 인사말을 통해 "사회적 고립은 특정한 누군가 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누구든 인생의 어느 시점에는 고립을 경험할 수 있다"라며 "이번 포럼은 고립을 야기하는 사회적 차원의 문제는 무엇이 있는지 성찰하고, 이를 연결하기 위해서는 사회적으로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다양한 관점으로 함께 논의해 보기 위해 마련됐다"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그 어느 때보다 외로운 고립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고립'의 시대를 '연결'의 시대로 전환하기 위해 고민을 함께하는 여러분들이 있어 희망이 있다"라며 "그 희망이 현실이 될 수 있도록 재단도 사회적 고립 예방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지속할 것을 약속드린다"라고 덧붙였다.
포럼의 시작은 고립생활 경험 당사자로서 다른 고립 청년 7인의 인터뷰를 모아 '고립청년 생존기'를 발간한 추승현 작가가 포문을 열었다. 추 작가는 자신의 고립생활 경험과 연결 경험 그리고 '고립청년 생존기' 인터뷰이들의 연결 경험을 이야기했다.
그는 '내향적인 성격', '진로 실현 문제' 등 ▲개인적 차원 요인과 '정서적 지지 부족', '연결 경험 부족' 등 ▲주변 환경 요인을 고립의 원인으로 분석하며, 고립이 특정 사람만이 아닌, 누구나 고립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하며 사회적 연대를 촉구했다.
추 작가는 "고립된 이유는 각자 다양하지만 연결 경험을 통해 벗어날 수 있다. 대부분은 주변의 지지와 프로그램 활동을 통해 극복한다"라며 "하지만 고립 중인 사람은 주변을 통한 연결 경험을 갖는 데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다양한 연결 경험을 시도할 수 있는 사회적 지지 기반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이해받는 경험을 통해 사회와 연결될 수 있다"라며 "주변에 고립된 사람이 있다면 먼저 당사자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중요하고, 또 고립 이후 사회 활동을 하다가 재고립을 할 수 있으므로 기다려주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첫 번째 주제 발표는 전성신 사단법인 니트생활자 공동대표가 니트컴퍼니 프로젝트를 통한 일상에서의 사회적 연결을 소개했다.
니트생활자는 니트(NEET,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의 줄임말로 교육·취업·직업훈련 중이 아닌) 상태에서 주체적으로 나만의 길을 찾고자 노력하는 청년들을 말한다. 니트컴퍼니 프로젝트는 무직의 기간을 보내는 청년들이 사회로부터 고립되지 않고 무직의 기간을 전환의 기간으로 보낼 수 있도록 사회적 안전망을 만들어 가는 활동이다. 회사에 다니지 않더라도 사회적 관계를 맺고, 소속과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돕는 '가상회사'의 역할을 한다. 니트컴퍼니 입사자들은 출퇴근을 기록하고, 스스로 일일 업무를 정해 '업무기술서'를 작성해야 한다. 단, 월급은 없다.
전성신 공동대표는 사회가 니트컴퍼니가 된다면 ▲긍정적 습관 형성 ▲자기효능감과 자아존중감 증대 ▲관계에 대한 신뢰 회복 ▲자신의 가치관 반영 진로 계획 등의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며, 일상이 연결되어 서로 돌보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두 번째 주제 발표는 서진렬 춘천문화재단 문화도시센터 과장이 '도시가 살롱', '안녕 지표' 등 문화 활동 지원을 통한 춘천의 연결사회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도시가 살롱'은 춘천시에 있는 체육시설, 치킨집, 농장, 카페, 책방 등 다양한 상업 공간의 주인장이 제안하는 취향 기반의 커뮤니티 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2020년부터 현재까지 약 춘천의 110개의 소규모 공간에서 '살롱 문화'를 형성해 왔다.
서진렬 과장은 문화도시 춘천에서 조성하여 많은 시민이 이용하고 있는 모두의 살롱과 도시가 살롱의 사례를 통해 문화를 통한 도시의 '축적된 경험'이 연결사회의 '사회적 관계망'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외로움, 사회적 고립감은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공통의 감정이라며 시민이 서로를 지지하고 서로가 응원받는 도시, 문화로 서로의 마음을 둘 곳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세 번째 주제 발표에 나선 나성숙 광산구청 통합돌봄과 과장은 광산구의 통합돌봄사업과 지난 1월 개소한 사회적 처방 건강관리소를 소개했다.
광산구는 지역 내 민간, 공공의 19개 기관과 협력을 바탕으로 광산구 특화사업(휴블런스·방문구강, 방문간호·마을밥카페·서비스채움)을 운영, 지난해 돌봄이 필요한 시민 1898명에게 9만 5081건의 서비스를 제공했다.
건강관리소의 사회적 처방은 의료적 처방만이 아닌, 대상자의 상화에 맞춰 서비스를 연계하는 복합적인 치료로 시민들의 신체·보행·근력·두뇌 건강 등을 분석한 뒤 의료·심리·복지 전문가들이 운동·식단·관계 처방 등을 통해 건강 문제의 사회적 원인을 해결하고 건강과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한다.
나성숙 과장은 광산구는 ▲사회적처방 협의체 구축 ▲건강활동가 양성 등 도전과 혁신으로 주민의 건강한 삶을 위한 따뜻한 동행을 함께하고 있다고 했다.
포럼의 마지막은 '모멸감' · '대면 비대면 외면'의 저자인 김찬호 사회학자(성공회대학교 초빙교수)가 '사람과 사람, 무엇으로 이어지는가?'라는 주제로 진행했다.
김찬호 교수는 고립된 상황에서 사람들의 심경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정서적 관계에 관해 설명하며, 자살 직전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확인하는 이유가 마지막으로 누군가와의 연락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대학생들이 수강 신청을 몰아서 하는 이유가 공강 시간에 만날 친구가 없기 때문으로 이는 사회적 지능의 퇴화와 친밀성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며 고립된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이 '정서적 심폐소생술'이라고 강조했다. 정서적 심폐소생술(CPR)은 사회적 연결(Connect), 역량 강화(em-Powering), 재활성화(Revitalization) 단계로 구성된다.
은평구 마을 예술 창작소 '별별곳간'과 일본의 온라인 체조회 사례를 통해 관계 연결의 중요성을 강조한 그는 "활동을 공유하면서 만들어가는 삶의 공유가 중요하다"라며 도움을 요청하고 적절한 수준에서 서로 기대는 '간헐적 가족' 관계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발제가 끝난 후에는 이수진 서울시복지재단 본부장이 모더레이터로 참여해 '고립을 부르는·연결하는 우리의 사회'란 주제로 사회적고립 극복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논의했다. 이 본부장은 패널들이 '생각하는 사회적차원의 연결의 기술은 무엇?', '새로운 시도가 잘 되려면 우리사회는 어떠한 준비가 되어있어야 할까" 등 공통질의와 유튜브 실시간 댓글, 현장 질의를 함께 받아 질의응답 시간을 진행했다.
한편, 현장에서는 '공원의 위로' 저자인 배정한 서울대학교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가 위로와 환대의 공간으로 선정한 7개의 공원을 소개하는 전시도 진행됐다.
제3차 서울시 사회적고립 연결포럼은 '제도적 차원'을 주제로 8월 27일 진행될 예정이다. 앞서 '개인적 차원'을 주제로 진행된 제1차 포럼은 재단 유튜브 채널에서 다시 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