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스쿨] 만우기념관 3층에서 오늘은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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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스쿨] 만우기념관 3층에서 오늘은 무슨 일이?
  • 2022.02.18 10:30
  • by 김정란 기자

학문의 상아탑이라고 했을 때의 대학은 현실의 문제 해결보다는 연구 자체로서에 더 가치를 두는 듯했다. 시대가 바뀌고, 인구가 줄어들면서 우리가 대학에 요구하는 역할도 바뀌고, 대학도 변화를 꾀하고 있다. 대학과 그 구성원인 교직원, 교수, 그리고 배움을 얻는 학생들의 생각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을까? 대학에는 이미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논문과 수업으로만 배움을 얻는 대학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현실에 필요한 문제를 직접 해결하는 데 참여하고, 학생들의 정신에 그러한 가치를 심는 대학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대학에 부는 혁신의 바람을 라이프인에서 살펴본다. [편집자 주]

▲ 마을탐험가 사업을 통해 취재한 이야기들은 강북구 곳곳의 이야기가 담긴 책으로 출간됐다. ⓒ라이프인
▲ 마을탐험가 사업을 통해 취재한 이야기들은 강북구 곳곳의 이야기가 담긴 책으로 출간됐다. ⓒ라이프인

한 무리의 여성들이 소녀 같은 웃음을 지으며 책을 들여다보고 있다. "내 그림은 어딨지?", "아유, 내껀 여기에 들어갔네~" 같은 대화가 오가는 그들 앞에는 향 좋은 수제 맥주가 놓여있다. 그들이 들고 있는 책은 '마을탐험가, 강북을 읽다'다. 지난해 한신대학교 캠퍼스타운사업단에서 진행한 강북구 '마을탐험가' 활동에 참여했던 이들이 1년여의 활동 기록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마을탐험가는 강북구의 이야깃거리를 찾고, 그림은 지역 주민들이 참여해 직접 그렸다. 책거리에 등장한 수제맥주는 한신대학교 창업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한 '수유맥주'의 작품이다. 지난 1년간 내가 사는 마을을 그려가는 일에 참여했던 이들은 모두 한신대학교라는 구심점을 통해 만났다.

■ 학교로 모이는 온 마을 사람들

한신대가 지역에서 하려고 하는 역할은, 책 '마을탐험가, 강북을 읽다'에서 볼 수 있다. 마을탐험을 하며 마을의 이야기를 찾는 사람, 마을을 그리는 사람, 마을의 사랑방을 만들고 싶은 사람들이 모이는 구심점. 학교의 역할이 학생을 가르치는 것뿐 아니라 학교가 위치한 지역의 자원과 사람들을 엮어내는 일까지 포함해야 한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한신대는 이런 내용을 담은 '동네청년이 만드는 강북형 지역 창(업)+(상)생'이라는 주제로 2022년 서울캠퍼스타운사업에 2017년에 이어 다시 선정됐다.
 

▲ 한신대 캠퍼스타운 사업단 이기호 단장이 한신대 창업지원프로그램 참여팀 중 하나인 수유맥주가 자리한 '빨래골생화문화공작소'를 둘러보고 있다. ⓒ라이프인
▲ 한신대 캠퍼스타운 사업단 이기호 단장이 한신대 창업지원프로그램 참여팀 중 하나인 수유맥주가 자리한 '빨래골생화문화공작소'를 둘러보고 있다. ⓒ라이프인

캠퍼스타운사업단장을 맡고 있는 이기호 교수는 "사회혁신경영대학원이 서울캠퍼스에 조성됐던 2014년부터 함께 했던 교수님들이 사회혁신, 사회적경제는 물론 도시, 지역에도 관심이 많으셨다. 특히 현장에 대한 관심이 많다. 그러다 보니 비교과가 발달했고, 이것들이 캠퍼스타운사업과 접목될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고 캠퍼스타운 사업을 시작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 2017년 첫 사업에 참여한 것도, 사업의 방향도 주민들과의 만남 속에서 시작됐다. 캠퍼스타운 사업 이전부터 이미 지역 주민들과의 연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교수들이 주민들과의 만남을 가져왔다. 자발적으로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였다. 처음에는 지역에 대한 학교의 진정성을 믿지 않던 주민들은 수년간 지속적인 만남을 가져오면서 학교에 대한 신뢰를 갖기 시작했다. 학교가 주민들이 다양한 목적의 모임도 갖고, 학교 수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접점을 만드는 노력을 하면서다. 특히 서울캠퍼스 만우기념관 3층에는 주민들이 쓸 수 있도록 아예 회의실을 조성했다. 이런 과정에서 캠퍼스타운 사업에 대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왔고, 주민들이 지역과 함께 하는 사업을 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하면서 한신대의 캠퍼스타운 사업 방향이 정해졌다. 첫 사업에서는 청년 창업, 지역 소상공인 고도화, 주민의 시민력 강화, 거버넌스 구축, 학교 시설 공유에 중점을 두었다.

지역 소상공인들의 고도화를 위해 '한신대 가든 토크숍', '강북상생포럼' 등을 열어 코로나19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지역 소상공인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고, 창업지원 프로그램을 지역과 연계하기도 한다. 한신대는 창업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24개 팀 중 17개 팀이 지금도 활동을 하고 있는데, 학교의 프로그램에서 소프트웨어를 채우면서 창업을 하면, '지역이 받아주는' 형태의 창업이라는 점이 생존율을 높이는 이유로 볼 수 있을 듯하다. 창업팀들의 경우 사업아이템을 잡고, 비즈니스 모델이 구축돼도 공간이라는 장벽 때문에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 초기 자본이 부족한 것도 문제지만, 낯선 지역에서의 적응이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그런데 강북구의 경우 삼양주민연대, 수유·인수 도시재생센터, 강북구사회적경제지원센터, 강북마을자치센터 등 지역 내 이미 활동 중인 네트워크를 통해 창업팀이 지역의 공간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런 결합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거버넌스가 구축되고 있다.
 

ⓒ한신대학교 캠퍼스타운
ⓒ한신대학교 캠퍼스타운

■ 누구나 공유하는 지역의 이야기, 그리고 지역의 학교

3년 동안 계속될 두 번째 사업 기간에는 두 가지 사업을 중점적으로 시행하려고 한다는 것이 이 단장의 이야기다. 한 가지는 DGP(Digital Gangbuk Platform)로 명명되는, 지역 이야기가 담긴 디지털 인프라 구축이다. 이 단장은 "강북구가 담고 있는 마을의 이야기들이 정말 많다. '꼬꼬무(SBS TV프로그램 꼬리에꼬리를무는이야기)'에 나와도 될만한,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이 담긴 곳이다. 마을탐험가 활동 등을 통해 이런 이야기들을 계속해서 모으고, 그것을 디지털로 볼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장소의 제약에서 해방된, 누구에게나 개방된 공간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목표다.

두 번째는 LOC다. Local of Colledge. 지역민에게 더 개방된 열린 대학으로 가겠다는 이야기다. 이미 지난해에도 사회혁신경영대학원 온라인 수업을 지역민들에게 개방하는 방식 등 다양한 시도는 시작됐다. 정해진 일부 공간을 지역주민에게 내주는 데 그치지 않고, 진정한 의미의 '공유'가 되는 방향으로 더 나아가겠다는 이야기였다. 이 단장은 "그간 대학이 내놓는 평생 교육이 기술 교육, 수익 사업인 경우가 많지 않았나. 이제는 지역 주민들이 원하는 교육을 하자는 생각에서 시작된 것"이라며 "다양한 교육 모듈을 만들고, 지역 주민뿐 아니라 필요하면 교수도 와서 배울 수 있도록 다양한 대상을 받아들이려고 한다"고 말로, 한신대와 지역민과 함께 성장하는 모습을 그려나갈 미래를 들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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