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우리는 남일까? 사립유치원과 공영형유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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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우리는 남일까? 사립유치원과 공영형유치원
  • 2019.09.23 14:25
  • by 김정란 기자
03:43
▲ 지난 20일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에서 사립유치원 공공성 강화를 위한 집중토론회가 열렸다. [제공=서울시의회]

지난 20일, 서울 서소문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에서는 ‘사립유치원 공공성 강화를 위한 집중 토론회’가 열렸다.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 현재 협동조합형 유치원을 운영 중인 이사장 등 다양한 패널들이 참여해 현재 협동조합형 유치원 개설 현황과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두 시간 동안 열정적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주최 측이 "정당이 주최하는 다른 일정도 있고, 여러 가지 이유로 토론회가 한적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많은 분들이 찾아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할 만큼 이날 토론회는 성황을 이루었다.

그런데 이날 기자의 눈길을 잡은 인물은 토론회에 참가한 패널이나 조희연 교육감 같은 유명인이 아니라 토론회 마무리 무렵 질의응답에 나선 두 여성 참석자였다. 이들은 사립유치원 관계자들이었다. 처음 "저는 기존에 유치원을 운영 중인 사립유치원 원감입니다"라는 말이 들려왔을 때 솔직히 어떤 말이 나올지 궁금해 귀가 커졌다. "도대체 우리가 뭘 잘못했다고 다른 방식의 유치원을 여기서 토론한단 말이냐"라고 호통이라도 치는 것은 아닌지.

기자의 걱정은 기우였다. "어머니가 운영 중이신 유치원에 원감으로 있다"고 밝힌 그는 우리가 그동안 비난해 온 '가족형 사업 유치원'의 일원이었지만, 가고자 하는 길은 토론회에 나선 사람들과 같았다. "우리는 사립유치원이지만, 레지오 에밀리오(세계2차대전 후 유아 교육을 도시 전체의 사업으로 운영해 성공한 이탈리아의 한 지역)의 사례에 공감해 협동조합형 유치원으로 전환을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여왔다. 하지만 서울은 이런 토론회를 열어 논의라도 하지 우리가 있는 곳은 그저 '조례가 없어 도와줄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다음으로 마이크를 잡은 사람은 사립유치원 원장이었다. "제가 올해 일흔하나입니다. 아직도 주말을 다 쉬지 못합니다. 아이들을 하나의 사람으로 대접해주겠다는 생각 하나 때문에 그렇습니다"라며, 역시 이전의 일부 사립유치원이 보여 왔던 불투명하고, 혹은 인성보다는 교육에 치중하는 것처럼 보였던 문제에서 벗어나려고 얼마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설명했다. 적어도 이들의 말이 진실이라면, 패널로 나선 협동조합형 유치원을 준비 중인 곳도, (질의응답에 이야기를 한)이들도 "우리의 아이들을 잘 키우고 싶다"는,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이들의 질의이자 하소연을 듣고 나니 이날 토론회에 원래 들어가 있어야했던 패널이 하나 빠져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기존의 사립유치원을 운영 중인 관계자들 중, 공동체가 키워내는 교육에 뜻이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 역시 이 토론회에서 의견을 내놓아야할 사람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공간을 지원할 테니 유치원의 구조 전환을 도와달라는 사립유치원과 운영 구조 변화를 맡을 테니 공간을 지원해달라는 협동조합형 유치원 준비위원회가 논의를 같이할 때 나올 수 있는 또 다른 아이디어가 분명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해 일부 비리 유치원의 충격으로 우리는 기존의 사립유치원과 공영형유치원이 정말 다른 길이 목표인 것처럼 인식하게 됐다. 하지만 사립유치원은 정말 모두 아이들을 담보로 돈이나 벌기 위해 교육 철학 따위 없이 그저 비품을 적게 주문하고, 아낀 돈으로 명품 가방이나 주문하는 사람들이 운영하고 있을까? 이런 인식은 정말 적폐를 청산하고, 우리 뜻에 맞는 유아 교육 정책으로 이어질 것인가? 서울시 의원회관에서 만들어진 이날의 장면이, 아이들을 위한 진정한 공동체 교육의 뜻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더 큰 연대, 더 넓은 연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거리를 던져준 기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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