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충제 달걀에 이어 독성물질 생리대 문제까지 터져 나온 상황에서 지난 29일 국회 긴급토론회가 열렸다. 오염물질 또는 독성물질이 인간이나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위해성 평가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토론회 사회자 황정화 변호사(환경보건시민센터 공동대표)는 "오늘 토론회를 마련한 이유는 8월 21일 살충제 달걀 식약처 위해도 검사에서 위해도가 낮다는 발표에 전문가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 깊이 있게 들여다봐야 하고 방안 마련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최경호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가습기 살균제, 살충제 달걀, 독성물질 생리대 등은 동일한 문제다"며 "국민의 위기의식에도 우리 사회의 화학물질 안전망은 아직 자리를 잡지 못했음을 보여 준다"고 꼬집었다.
최경호 교수, 화학물질 안전망 아직 부족해...1980년대 초 마련된 위해성 평가로는 턱없이 부족...만성적 건강위험은 위해성과 건강영향평가 역학조사 병행해야
최 교수는 "닭진드기 방제를 정부는 농가의 손에만 맡겨두었다. 농가에서 효과 좋은 약제를 골라 자가로 사용하더라도 감시하거나 통제할 관리체계가 없었다. 그 결과 약제 내성이 형성되어 농가는 새로운 살충제를 찾아 나서게 되고 결과적으로 식탁의 오염으로 이어졌다"며 농식품부와 검역본부의 미흡한 관리체계와 약사감시를 지적했다.
생산과 유통, 소비 단계로 나눠서 관리하는 분절적 체계의 허점을 지적하면서 "현대사회의 위험은 분절화 된 전문영역들 사이에 있다는 울리히 벡의 30년 전 경고가 아직도 유의미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최 교수는 "50년 동안 화학물질이 300배 증가했는데 1980년대 초에 만들어진 위해성 평가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새로운 위해요인에 대한 만성적 건강 영향은 위해성 평가에만 의존하면 안 되고 건강피해에 근거한 역학조사가 병행되었을 때 더 자세하게 파악된다"며 화학물질 안전 관리의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했다.

권훈정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독성학자의 기본입장은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위험하다, 안전한 것은 없다. 위해도가 높다 또는 낮다고 말하지, 안전하다고 말하지 않는다"며 먼저 위해성 평가와 국민건강영양조사를 상세히 설명했다.
권 교수는 "전문가의 시각에서 이번 살충제 달걀 사태에 대한 위해평가 결과를 보면 어떤 관점에서 보더라도 위해 우려가 낮다는 것이 결론"이라고 말했다. 이어 "초기 농가 인터뷰를 보면 이 농약을 닭에 사용하면 안 되는지 몰랐다, 수의사가 처방했다 등 농민도 수의사도 몰랐다는 점이 달걀에 이런 살충제가 유입된 중요한 원인이다"며 "근본적으로 불법 농약 사용 자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방안과 농약 사용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를 어떻게 하면 농가에 효율적으로 교육할지 정부에서 고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권훈정 교수, 불법농약 사용을 원천적으로 차단해야...홍윤철 교수, 관리목적을 위한 위해성 평가 아닌 인간의 안전을 우선하는 '통합위해성 평가'로 가야
홍윤철 서울대 의대 교수는 현재 위해성 평가보다 개선된 통합 위해성 평가로 가야한다고 주장했다. 홍 교수는 "현재의 위해성 평가 기준은 관리 목적으로 정한 기준이지 인간의 안전성을 예측하거나 보장하려는 목적은 아니다"라며 동물실험의 불확정성 문제부터 제기했다.
보통 위해성 평가 기준은 동물실험 결과의 100분의 1을 인체에 적용한다. 그 과정을 보면 동물과 사람의 차이를 감안해서 10분의 1을 적용하고, 사람 간의 민감도 차이를 고려해서 다시 10분의 1을 적용한다. 두 가지를 고려해 동물실험 결과의 100분의 1을 기준치로 잡는데, 이때 적용기준이 되는 '100분의 1'의 근거가 없다는 점이 문제라는 뜻이다.
홍 교수는 "이 값을 정할 때 전문가들이 그냥 합의해 정한 것이기에 그 값의 신뢰성이 무엇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동물실험에서는 인체의 알레르기 반응, 내분비계열 질환, 혈압과의 관계 등을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홍 교수는 비스페놀A를 예로 들며 "현실적으로 비스페놀A는 ADI(일일섭취허용량)보다 노출량이 훨씬 적다. 현재의 ADI 기준이 안전기준이라면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사례가 나오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간단하게만 검색해 봐도 비스페놀A가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연구논문이 줄잡아 천 몇 개가 나온다. 이 논문들은 다 거짓말인가?"라고 반문했다.
마지막으로 홍 교수는 "각각의 위해성 검사는 단일노출 결과다. 하지만 인체는 복합노출로 영향을 받는다"며 한계가 있을 수 있겠지만 지금보다 진일보된 '통합위해성평가'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