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에서는 사람들이 굶주리고, 다른 한쪽에서는 음식이 쓰레기통으로 향합니다."

인도네시아 오지 파푸아에서 자란 무함마드 아궁 사푸트라(이하 아궁) 대표가 수도 자카르타로 이사한 뒤 목격한 풍경이다. 그는 이 모순을 비즈니스 기회로 전환했다. 지난 9월 서울에서 열린 'SDG Sprint' 데모데이에서 UNDP 임팩트 어워드를 수상한 '서플러스 인도네시아(Surplus Indonesia)'는 버려지는 음식을 자원으로 바꾸는 디지털 플랫폼으로 인도네시아 식품 낭비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4위 인구 대국이지만, 식량 문제에서는 심각한 역설에 직면해 있다. 국민 1인당 연간 약 115~184kg의 식품을 버리며, 이는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수치다. 매년 약 390억 달러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고 있으며, 버려지는 식품만으로도 6,100만 명에서 1억 2,500만 명의 영양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에서는 식량 부족에 시달리고, 다른 한편에서는 대량의 음식을 폐기하는 모순적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서플러스 인도네시아는 이 문제를 디지털 기술로 풀어낸다. 재고 과잉, 유통기한 임박, 외관 불량 등의 이유로 판매되지 못한 식품을 보유한 소상공인과 소비자를 연결하는 '서플러스 앱'을 운영한다. 소상공인은 재고 손실을 줄이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으며, 소비자는 최대 80% 할인된 가격으로 품질 좋은 식품을 구매할 수 있다. 인공지능 기반 플랫폼을 통해 소상공인의 잉여 식품을 예측하고 가격을 조정하며, 오프라인 채널로 효율적으로 유통한다.

▲ Surplus Indonesia Muh. Agung Saputra 대표. ⓒ임팩트스퀘어
▲ Surplus Indonesia Muh. Agung Saputra 대표. ⓒ임팩트스퀘어

 

아궁 대표는 "외관이 좋지 않아 판매가 어려웠던 '못난이 과일' 등을 서플러스 앱을 통해 판매한 농부들의 소득은 평균 30% 증가했다"며 "소상공인은 손실을 줄이고, 소비자는 합리적 가격으로 식품을 구매하며, 지역사회는 지속가능한 소비 문화를 실천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플러스 앱
▲ 서플러스 앱.

 

서플러스 인도네시아의 시작은 창업자의 개인적 경험에서 비롯됐다. 아궁 대표는 인도네시아 오지 파푸아에서 성장하며 식량 부족을 인식했다. 이후 수도로 이사했을 때 한쪽에서는 굶주림이 계속되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음식이 대량으로 버려지는 모습을 보게 됐다. '이렇게 많은 음식이 계속 버려진다면 우리는 어떻게 SDG 달성 목표인 2030년까지 식량 안보를 달성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창업의 출발점이 됐다. 2020년 팬데믹 기간 많은 소상공인이 일찍 문을 닫으면서 팔리지 않는 상품이 대량으로 남게 되자, 이를 소상공인과 소비자 모두에게 기회로 바꾸는 솔루션을 구체화했다.

 

지난 9월 진행된 'SDG Sprint: UNDP 임팩트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는 서플러스 인도네시아의 성장 여정에서 명확한 전환점이 됐다. 유엔개발계획(UNDP) 서울정책센터가 주최하고 임팩트스퀘어가 주관한 이 프로그램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25개 청년 임팩트 스타트업을 선발해 3개월간 교육, 멘토링, 투자 연계 등을 지원하며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달성을 위한 기업 역량 강화를 목표로 했다. 서플러스 인도네시아는 데모데이 12개 최종 발표 기업 중 한 곳으로 선정되어 UNDP 임팩트 어워드를 수상했다.

▲ 데모데이에서 UNDP 임팩트 어워드를 수상한  Muh. Agung Saputra 대표. ⓒ임팩트스퀘어
▲ 데모데이에서 UNDP 임팩트 어워드를 수상한  Muh. Agung Saputra 대표. ⓒ임팩트스퀘어

 

프로그램 참여 전까지 인도네시아 시장에 집중했던 서플러스 인도네시아는 베트남 식음료 시장 투자 전문가와의 일대일 멘토링을 통해 동남아시아 전역으로의 확장 가능성을 구체화했다. 특히 베트남과 태국에서도 유사한 잉여 식품 문제와 소비자 수요가 존재함을 확인하고, 실질적인 사업 기회로 인식했다.

아궁 대표는 "SDG Sprint를 통해 얻은 지식, 네트워크, 그리고 자신감을 바탕으로 인도네시아를 넘어 한국과 동남아시아 시장으로의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며 "지속가능발전목표 12번(책임 있는 소비와 생산) 달성에 기여하며, 보다 지속가능하고 포용적인 글로벌 식품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창업 초기 인도네시아에서 많은 이들이 임팩트 스타트업의 가능성을 믿지 않았지만, 5년을 버티고 나니 시장도 함께 성장했다"며 "SDG Sprint와 같은 프로그램은 임팩트 비즈니스가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훌륭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SDG Sprint 2025'는 유엔개발계획과 씨티재단이 공동 설립한 유스코랩(Youth Co:Lab)의 일환으로 한국을 비롯한 아태지역 임팩트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 기여를 목표로 진행되었다. 임팩트스퀘어는 파트너 기관으로 참여해 국제 파트너들과 함께 청년들이 사회 변화의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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