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6일 정부는 제42차 국무회의를 통해 사회연대경제 활성화를 이재명 정부의 주요국정과제 중 하나로 추진하기로 최종 의결하였다. 윤석열 정부에서 진행된 일방적 사회연대경제 축소정책에 비추어 보면 문자 그대로 격세지감(隔世之感)이라 할 것이다.

실제 윤석열 정부는 '자생력 확보'를 명분으로 사회연대경제 관련 정책을 현장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폐지하였고 관련 예산은 대폭 삭감했다. 결국 이러한 정책의 급격한 변화는 현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사회연대경제기업은 어쩔수 없이 고용원을 줄였고 사회연대경제 지원체계는 급속하게 붕괴 되었다. 더 큰 문제는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애써온 활동가들을 '좀비', '세금 도둑'이라 부르는 사회적 낙인을 감내해야 했다. 이는 깊은 상처로 남았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정부가 사회연대경제를 국정의 주요 과제 중 하나로 추진하기로 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다만, 2026년 사회연대경제 관련 주요 부처의 정책과 예산은 발전하는 사회연대경제의 현실을 감당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실제 2026년 사회연대경제 활성화를 추진하는 주요 부처의 예산을 살펴보면 협동조합 31억 원, 마을기업 53억 원, 사회적기업 1,180억 원으로 2025년에 비해 일부 증액이 이루어졌다하나 문재인 정부 사회연대경제 예산의 절반에도 이르지 못한다. 국회 예산 심의를 통해 증액이 필요하다.

 

예산과 함께 중요한 것이 정책이다. 일이라는 것은 결국 사람, 돈, 계획의 3가지 요소로 이루어진다. 예산이 효율적으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정책이 이를 뒷받침해주어야 한다. 

사회연대경제 정책의 수립과 집행이라는 관점에서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일자리위원회 산하 사회적경제위원회를 통해 민간 의견을 수렴하였고, 행안부, 복지부, 고용부, 중기부 등에서 사업계획을 수립하면 대통령실 사회적경제비서관이 기재부와 함께 정책을 정리하여 집행하는 구조였다. 한편 광역 차원에서의 사업 중 기재부와 고용부의 사업은 민간위탁하여 진행하였고, 복지부, 중기부 등은 각자의 공공기관을 통해 관련 사업을 진행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사회적경제비서관 직책은 폐지되었고, 예산 삭감과 함께 광역지원기관 위탁사업은 중단되었고 진흥업무는 부처별 공공기관이 직접 수행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 과정에서 기존 체계는 빠르게 붕괴되었다. 

 

이에 사회연대경제 정책의 수립과 집행에 관한 논의가 시급한 상황이다.

구체적 정책을 결정하기 전에 사회연대경제가 가지는 정책 특징을 정의하면 사회연대경제 정책은 복지정책이자 사회정책이며 동시에 경제정책이다. 따라서 이를 총괄할 대통령실 비서관과 주무부처 지정이 정책의 효율적 추진과 효과성 제고를 위해 필요하다. 한편, 사회연대경제의 주요한 정책목표는 더 이상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일자리는 중요한 늘 중요한 정책목표이지만 사회연대경제가 존재하는 이유는 우리 사회가 처한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각자도생의 사회를 함께공생의 사회로 만들어나가는 '혁신자'가 되는 것이어야 한다. 정책과 제도는 이러한 사회연대경제의 역할을 극대화하도록 하는 데 있어야 한다. 

 

한편, 지난 시기 사회연대경제를 평가하고 미래의 사회연대경제를 위한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정책 방향과 원칙과 방향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정책목표를 의제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 기존 기업별, 부문별 사회연대경제 정책 수립과 집행을 넘어, 기업과 부문에 관계없이 에너지·돌봄·사회주택·푸드플랜 같이 의제를 중심으로 정책이 설계되어야 한다. 이제 사회연대경제 정채근 부처별 칸막이를 넘어 기업의 형태와 관계없이 지역 내 사회연대경제 조직들 사이의 연대와 협력이 촉진 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둘째, 사회연대경제기본법 제정이 필요하다. 사회연대경제기본법은 사회연대경제의 정의, 범위, 지원 등을 규율하는 모법으로 시급한 제정이 필요하다. 이에 국회 상황 등을 고려하여 행안부를 주무부처로 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셋째, 정책의 수립과 집행은 분리될 수 있다. 사회연대경제 기본법이 제정되어 법에 따라 가칭 사회연대경제원이 신설된다면, 정책업무와 진흥업무를 분리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사회연대경제원은 정책 수립, 통계 작성, 위원회 보좌를 맡고, 사회연대경제를 위한 진흥업무는 각 부처가 나눠 수행하는 방식이다. 이런 구조는 행정체계와 현장 요구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대안이 될 수 있다.

넷째, 광역단위 정책전달 체계는 민간에 위탁해야 한다. 기존 광역단위 사회연대경제 정책의 집행은 공공기관이 직접 수행하는 것보다, 민간 위탁을 통해 지역의 자율성과 혁신성을 보장해야 한다. 사회연대경제는 본질적으로 시민과 지역 기반의 운동이기 때문이다.

다섯째, 기초단위의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기초지원센터는 중앙정부가 예산을 수립하여 운영을 지원하도록 하되 실질적인 운영 여부는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렇게 해야 지역마다 다른 상황을 반영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교육·금융·판로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사회연대경제는 기업 단위의 생존을 넘어, 집합적 성과(collective impact)를 창출하는 데 목표를 두어야 한다. 교육과 연구를 통해 인재를 양성하고 역량을 키우도록 하고, 금융은 사회연대경제 내 성장하는 에너지, 돌봄, 사회주택, 먹거리 등의 분야에서 성과를 만들 수 있도록 하며, 판로지원을 통해 성과를 확산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재명 정부는 사회연대경제를 123대 국정과제에 포함시켰고, 사회연대경제가 경제 성장과 사회혁신의 중요한 부문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예산의 회복과 함께 사회연대경제를 위한 제도와 정책을 정비하고 현장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일이다. 

모두의 기대처럼 사회연대경제가 시장경제의 한계를 보완하고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창출하는 대안적 경제 모델로 성장해 갈 수 있도록 정책과 지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모든 정책과 지원은 내가 굳건히 서 있는 경우에만 가능한 것이다. 모래 위에 성을 쌓을 수는 없다.

 

▲ 강민수 한국사회연대경제 상임이사.
▲ 강민수 한국사회연대경제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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