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사회연대경제 관련 예산이 일부 증액된 가운데, 현장과 국회는 "단순 복원에 그칠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증액과 전달체계 혁신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10월 1일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2026년 사회연대경제 예산 분석 및 정책전달 체계 수립을 위한 토론회'는 한국사회연대경제, 더불어민주당 사회적경제위원회, 사회연대경제 입법추진단, 사회연대경제 전국회의가 공동 주최했다.

 

예산 복원, 그러나 여전히 초기 단계 수준

사회연대경제 예산은 지난 정부 시절 대폭 삭감된 바 있다. 2023년 협동조합 지원 예산은 75억 원 규모였으나, 2024~25년에는 15억 원 수준으로 줄었다. 2026년 정부 예산안에는 31억 원이 반영되면서 일부 회복이 이루어졌다. 이는 사회적기업 등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로 현장에서는 "여전히 초기 단계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자활기업의 경우 별도 예산 편성이 전무해 실질적 지원이 막혀 있는 상태다.

김대훈 전국협동조합협의회 사무총장은 "윤석열 정부 시절 무차별적으로 삭감된 협동조합 예산이 일부 회복되었지만 여전히 초기 단계 수준"이라며 "최소 75억 원 이상은 필요하다. 상담 체계와 박람회 예산까지 감안하면 현장이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증액 공통 요구… 전달체계 개편으로 이어져야"

토론회의 발제와 진행을 맡은 강민수 한국사회연대경제 상임이사는 이번 논의의 핵심을 '예산 증액 + 전달체계 혁신'으로 정리했다. 그는 "예산 증액은 공통된 요구이지만, 증액된 예산이 효과적으로 쓰이려면 전달체계 개편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사회연대경제기본법 제정과 대통령실 비서관 신설 같은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며, "정책업무와 진흥업무는 분리해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구체적으로는 '한국사회연대경제원(가칭)'을 신설해 정책 총괄 기능을 맡기고, 진흥업무는 부처별로 진행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강 이사는 또한 전달체계와 관련해 "광역 단위의 사회연대경제 지원센터는 민간 위탁 방식이 적합하다"며 "반면 기초 단위는 정부가 예산을 지원하여 운영하되, 직영이든 민간 위탁이든 방식은 기초 자치단체의 상황에 따라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사회연대경제가 향후 나아갈 전략 분야로 에너지·돌봄·사회주택·푸드플랜을 꼽고, 소상공인·취약계층 일자리 영역까지 포괄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기업의 형태를 넘어 연대와 협력에 기반한 집합적 성과를 만들어가야 한다"며, 이를 위해 교육·판로·금융을 결합한 종합적 지원 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왼쪽부터) 고진석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 상임대표, 김미정 한국마을기업중앙협회 부회장, 강민수 한국사회연대경제 상임이사, 오영범 자활기업연구소 소장, 김대훈 전국협동조합협의회 사무총장. ⓒ라이프인
▲ (왼쪽부터) 고진석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 상임대표, 김미정 한국마을기업중앙협회 부회장, 강민수 한국사회연대경제 상임이사, 오영범 자활기업연구소 소장, 김대훈 전국협동조합협의회 사무총장. ⓒ라이프인

 

사회적기업을 대표해 발제에 나선 고진석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 상임대표는 복원된 예산의 불균형을 지적했다. 그는 "사회적기업 예산이 절반가량 복원되었지만, 일자리 창출 관련 예산은 30% 수준에 그쳐 실제 기업에 돌아가는 직접 지원이 줄었다"라며 "기관 중심 구조가 강화되는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회적기업의 이익잉여금은 지역사회로 환원되는 구조이기에, 이를 지켜내는 방향에서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을기업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김미정 한국마을기업중앙협회 부회장은 "2024~25년 마을기업 신규 지정 지원금이 없어 예산이 대폭 축소된 상황에서, 내년 예산 증액은 환영할 만하다"면서도 "작년에 예산 없이 출발한 57개 마을기업에 대한 소급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영범 자활기업연구소 소장은 "자활기업은 특별회계에만 의존하다 보니 예산 편차가 크고 불안정하다. 안정적인 지원을 위해서는 일반회계에 편성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중앙 공모 방식은 줄세우기식 배분으로 이어져 현장과 맞지 않는다"며 구조 개선을 촉구했다.

 

지방정부 차원의 어려움도 도마 위에 올랐다. 김영식 지방정부협의회 국장은 "지방정부는 국비와 도비 매칭이 없으면 사회연대경제 예산을 확보하기 어렵다"라고 말하고, 지역에서 '사회연대경제' 꼬리표가 없는 예산을 발굴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안했다. 

현장에 참여한 이철종 전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 대표는 "직접지원 수백억 원보다 공공조달이라는 100조 원 규모의 시장에서 사회연대경제가 자리 잡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매출의 절반 이상이 공공 영역에서 형성되는 만큼, 구조적 접근으로 지속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라이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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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국회의원들은 예산 증액 요구와 더불어 입법 전망도 내놓았다.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의원(사회연대경제 입법추진단장)은 올해 안에 사회연대경제기본법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며 입법 의지를 밝히고, "11월 초 입법추진단 회의 전에 현장의 의견을 모아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아울러 "기본법 논의와 함께 내년도 예산에도 반영될 수 있도록 당정 협의를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최혁진 의원은 "사회 각 분야에서 공공정책의 한계를 보완하며 대안을 마련해 왔음에도, 예산 삭감과 전달체계의 비효율성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예산이 복원되어야 현장의 흥이 난다"며 속도감 있는 정리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토론회는 삭감됐던 사회연대경제 예산의 복원이 첫걸음에 불과하다는 점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참석자들은 예산 증액 요구와 함께 정책 전달체계 개편, 조달 시장 전략, 금융 지원 확대, 지방정부 매칭 등 다층적인 과제가 제시됐다. 

사회연대경제가 공공성을 지키면서도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구조적 개선이 불가피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특히 논의에 참여한 인사들은 이러한 요구가 단순한 주장에 그치지 않고 내년도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남은 과제는 오늘의 논의가 실제 예산과 제도로 이어져 현장의 변화를 만들어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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