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섯 살 아이를 공동육아 사회적협동조합 유치원에 보내고 있다. 아이가 또래와 어울려 배우고 자라는 동안, 나 역시 부모로서 함께 배우고 성장한다. 흥미롭게도 아이의 담임 선생님은 어린 시절 공동육아에서 자라 지금은 교사가 되었다. 아이가 자라서 다시 다음 세대를 키우는 흐름이 있다는 건 놀랍고도 든든하다.

 

공동육아는 단순히 여러 가정이 아이를 함께 돌보는 것을 넘어선다. 부모와 교사가 함께 아이 곁에 서서 일상을 나누고, 자연스럽게 배우는 과정을 지켜본다. 아이는 누군가가 챙겨줘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스스로 탐색하고 성장하는 주체다. 또 하나의 특징은 부모의 참여다. 부모는 단순히 아이를 맡기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운영을 꾸려가는 동료다. 교사와 대화하며 교육 방향을 함께 고민하고, 아이들의 하루에 가까이 다가간다. 그 속에서 '내 아이'가 아니라 '우리 아이'라는 감각이 자라난다.

 

지난주말 열린 공동육아 30주년 기념 '공동육아 한마당'은 이런 철학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자리였다. 전국에서 모인 아이들은 뛰놀고, 부모와 교사들은 함께 웃으며 대화했다. 현장은 하나의 축제이자 공동육아 30년 역사를 기념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소수의 대안쯤으로 치부되던 공동육아가 이제는 한 세대를 지나 또 다른 세대로 이어지고 있었다. 최근 4세·7세 고시로 드러난 경쟁 중심의 교육정책의 그림자를 떠올리면, 아이는 작은 어른이 아니라 아이답게 자라야 한다는 공동육아의 생각이 더욱 절실히 와닿는다.

 

▲ 지난 26일 대전 금강로하스대청공원에서 열린 '공동육아 한마당' 현장. ⓒ라이프인
▲ 지난 26일 대전 금강로하스대청공원에서 열린 '공동육아 한마당' 현장. ⓒ라이프인

 

이날 행사에서는 모두가 손을 잡고 원을 그리며 강강술래를 했다. 교육은 교실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공동육아에서는 놀이가 곧 배움이고, 자연과 부대끼는 시간이 곧 교육이다. 절기마다 전통놀이와 문화를 접하는 것도 일상이다. 이번처럼 세시절기에 맞춘 강강술래 같은 경험을 통해 아이들은 계절의 흐름을 몸으로 느낀다. 놀이와 삶, 문화가 자연스럽게 배움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올해는 또 하나의 변화가 있었다. 그동안 제도권 밖에서 운영되던 공동육아 방과후 형태의 '협동돌봄센터'가 아동복지법 개정으로 법적 지위를 얻게 된 것이다. 부모와 교사가 함께 운영해온 초등 돌봄이 이제 제도적으로 인정받고, 안정성을 확보하게 됐다. 공동육아가 실험을 넘어 사회적 기반으로 자리 잡아가는 출발점이다.

 

사진 제공: 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

 

그렇다고 나도 뚜렷한 답을 갖고 있지는 못하다. 언젠가 아이가 "왜 공부를 더 안 시켰냐"고 불만을 터뜨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유롭게 뛰어놀고, 좋아하는 놀이가 뭔지 스스로 잘 알고 마음껏 즐기는 아이를 바라보면, 오히려 부러울 때가 많다. 아이 교육에 관한 내 생각은 결국 여기에 닿는다.

아이가 아이답게 살아갈 수 있는 시간, 그 시간을 지켜주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배움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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