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현장] "공동육아 어린이집, 진심이 통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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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현장] "공동육아 어린이집, 진심이 통하는 곳"
공동육아와 사회적경제④ 삼송꼬마별공동육아어린이집 김미선 원장 인터뷰
  • 2020.04.10 16:03
  • by 노윤정 기자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아이가 잘 성장하도록 돌보고 가르치는 일은 가정뿐만 아니라 지역사회가 함께 노력해야 할 일이라는 의미다. 아이들을 보며 흔히 하는 '한창 뛰어놀 나이'라는 표현처럼, 아이들은 마을과 자연에서 뛰어놀며 자라야 한다. 그러면서 주변과 더불어 사는 법을 배운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아이들은 이렇게 자라고 있을까? 우리 사회는 아이들을 이렇게 키우고 있을까? 개인화되고 이웃과 단절된 지역사회와 등수 매기기에 열을 올리는 교육 현실 속에서 아이들이 '너'와 '내'가 어울려 살아가는 법을 배울 기회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더욱이 지난 2018년 일부 사립유치원의 비리가 세간에 알려지면서, 사립유치원의 파행적 운영이 공분을 자아내고 우리 사회의 보육과 교육 문제가 다시 한번 화두로 떠올랐다. 이러한 가운데 '공동육아'가 대안적 육아·돌봄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부모들이 직접 조합이나 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해 운영하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대한 관심도 적지 않다. 공동육아는 어떤 형태의 돌봄을 제공하고 어떤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을까. 라이프인이 지역사회에서 공동육아를 실천하고 있는 사회적협동조합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삼송꼬마별공동육아어린이집
ⓒ삼송꼬마별공동육아어린이집

삼송꼬마별공동육아어린이집은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의 한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보육시설이다. 언뜻 여느 주거지역에 있는 어린이집과 다를 것 없어 보이는 이곳의 운영 주체는 부모와 교사가 조합원이 되어 설립한 삼송꼬마별공동육아사회적협동조합. 즉, 삼송꼬마별공동육아어린이집은 부모와 교사가 공동육아 방식으로 아이들을 키우면서, 아이가 지내는 터전('자리를 잡은 곳' 혹은 '근거지가 되는 곳'이란 사전적 의미도 있지만, 공동육아가 이루어지는 공간도 터전이라고 부른다)을 함께 만들어가는 곳이다.

■ 공동육아 시작, 취지에 대한 공감이 우선

ⓒ삼송꼬마별공동육아어린이집
ⓒ삼송꼬마별공동육아어린이집

부모가 공동육아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낼 때는 공동육아에 대해 어느 정도 정보를 수집하고 취지에 공감해서 보내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공동체 차원에서 아이를 함께 키우고, 어울려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며, 아이의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하고 아이가 삶의 능동적 주체가 되게 한다는 이런 취지들 말이다. 다만 삼송꼬마별공동육아어린이집은 아파트 단지 안에 자리했다는 특성 때문에, 공동육아에 대해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접근성이 좋아서 아이를 보내고자 찾아오는 경우도 왕왕 있다(그렇다 보니 정원도 49명으로, 다른 공동육아 어린이집에 비해 많은 편이다). '집과 가까우니까'. '집과 가까운데 안심할 수 있는 먹거리를 사용하고 아이들의 생활을 자유롭게 공유할 수도 있다니까'. 이런 장점을 보고 찾아오지만, 정작 공동육아가 어떻게 진행되고 부모가 어떤 활동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역시 구성원의 적극적인 참여로 운영이 이루어진다는 점이지 않을까. 삼송꼬마별공동육아어린이집에서도 교사들이 보육 활동을 전담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부모들이 소외되진 않는다. 부모들 역시 보육 교사가 쉴 때는 교육 아마(아빠와 엄마의 줄임말)로, 조리사가 쉴 때는 주방 아마로 참여하는 등 아이 보육을 함께 한다. 또한 방마다 월 1회 방모임을 진행해 그 방의 특이사항이나 건의사항을 추려 조합 이사진에 전달하고, 이사회에서는 해당 안건과 교사회의 등에서 나온 안건을 두고 논의한다. 이렇게 공동육아 어린이집에서는 아이와 교사뿐만 아니라 부모도 어린이집 생활의 주체다. 하지만 맞벌이 부부가 많고 연월차를 눈치 보지 않고 쓰기 쉽지 않은 기업 문화로 인해 부모 참여 활동이 많은 게 부담되기도 할 터.

이 때문에 김미선 원장은 공동육아를 시작할 때, 공동육아의 취지와 지향점에 공감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김 원장은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면서 왜 이렇게 해야 하는 게 많아'라는 마음이 들면 힘들 수밖에 없다. 직접 참여해서 아이의 보육을 함께하고 아이의 일상을 자연스럽게 공유하는 데에 가치를 느낀다면, 어린이집 활동이 힘들다기보다 재미있게 느껴질 것이다"고 말했다. 잘 모르고 찾아왔더라도 그 가치에 공감한다면 공동육아 문화에 녹아들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교사 역시 마찬가지다. 김 원장은 "우리 어린이집이 다른 공동육아 어린이집에 비교해 급여가 높다고 할 순 없다. 하지만 안식월이나 연차 등 다른 근무 조건에 메리트가 있다. 또한 이사회에서 교사들 복지나 처우개선을 위해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하는 한편 "이렇게 공동육아 어린이집이 다른 어린이집보다 근무 조건이 좋아서 오는 경우도 많다. 근무 조건들은 당연히 중요하고 따져봐야 한다. 그런데 단지 그것만 보고 지원하면 본인이 힘들고 지칠 것 같다"고 밝혔다.

■ "공동육아 시작 후 변한 점? 진심이 통한다는 것 알게 됐다"

ⓒ삼송꼬마별공동육아어린이집
ⓒ삼송꼬마별공동육아어린이집

공동육아라는 말을 단순하게 풀어보자면 '당신'과 '내'가 함께 '우리' 아이들을 돌보고 잘 키우자는 뜻이다.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를 좀 더 잘 키우고 싶다는 마음에서 출발하는 것이 바로 공동육아다. 문득 궁금해졌다. 그렇다면 교사 입장에서 공동육아는 어떤 의미일까.

김 원장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유대'를 공동육아를 통해 얻은 가장 큰 가치라고 말했다. 함께 하는 활동과 같이 어울리는 시간이 쌓여 유대감이 형성되고, 서로에 대한 신뢰가 쌓였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에서 근무하면서 긍정적으로 변했다. 진심이 통한다는 걸 여기에서 알게 됐다. 진심이 통한다는 걸 느끼니까 나부터 부모님과 아이들, 다른 선생님들을 대할 때 진심으로 대하게 되더라. 직업상 어느 정도 가식적인 말을 해야 할 때도 있다고 생각했다. 진심을 이야기했을 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몰랐으니까. 그런데 여기에서는 그런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된다. 부모님과 면담할 때도 빈말이나 가식적인 말을 하지 않아도 되고, 허심탄회하게 있는 그대로 이야기할 수 있다. 일단 부모님들이 원의 상황을 잘 알고 있어서 가능한 부분도 있다."

이런 유대와 신뢰는 비단 교사와 부모 사이에만 적용되는 말이 아니다. 함께 근무하는 교사들 사이에도 공통의 목적의식이 있는 만큼 더 강한 유대감이 형성됐다. 다른 어린이집에서 근무할 때 회의가 들었던 일들을 이곳에서는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교사들은 공유하고 있었다. 김 원장은 "뉴스에도 가끔씩 나오지 않나. 운영비에 대한 압박이 있다 보니까 일부 민간 어린이집에서는 급·간식비나 원아들을 위해 써야 하는 운영비가 제대로 쓰이지 않기도 한다. 겉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문제가 되는 상황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곳들도 있다. 그런 사실을 알게 됐을 땐 회의감도 많이 들었다. 사회적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어린이집으로 온 이유 중 하나는 운영비가 투명하게, 아이들을 위해 사용된다는 점이다”고 설명했다.

학부모이자 조합원인 부모들 역시 긴밀하고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자주 얼굴을 보고 대화를 나누니 당연한 일이다. 김 원장은 "부모님들이 처음에는 공동육아 체계에 적응하느라 시간을 보내는데, 한 1년쯤 지난 후부터는 서로 돈독한 관계가 되어 교류하고 지낸다"며 "개원 준비를 함께했던 분들 중에는 함께 공동주택을 짓고 입주해 아이가 졸업한 후에도 공동체 생활을 하는 분들이 있다. 자연히 아이들도 계속 친하게 지내고 있더라. 아이들에게 정서적으로 굉장히 좋을 것 같고, 어른들 역시 서로가 서로에게 많은 지지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졸업한 아이들이 편하게 놀러 와 원에 다니는 동생들과 어울리고 학교에서 사귄 친구를 소개해주기도 하는데, 이처럼 졸업 후에도 아이들의 성장 과정을 볼 수 있다는 점 역시 이곳에서 느낄 수 있는 커다란 즐거움이다.

다만 고민도 있었다. 원아들은 졸업 후 학교라는 세계에 들어가게 된다. 학교는 규칙과 규율이 강력하게 작동하는 곳이다. 공동육아 방식으로 자유롭게 세상과 만나고 탐구하던 아이들이 학교가 요구하는 규칙에 적응하기까지 힘들진 않을까. 김 원장의 걱정은 공동육아에 매력을 느끼면서도 쉽게 시작하지 못하는 부모들의 우려와도 맞닿아 있었다. 김 원장은 "아이들의 자율성을 존중해주는 만큼 아이들은 창의적으로, 그리고 자신의 속도대로 잘 자란다. 그런데 우리나라 교육제도는 창의성을 중시한다고 하면서도 창의성을 키울 만한 환경을 조성해주진 않는다. 물론, 아이들이 자유롭게 많은 것을 경험해보고 자율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도록 방향을 잡아준다는 중심 생각은 흔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입학 후를 생각하면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규칙과 규율을 가르치는 것과 자율성을 존중하는 것 사이의 균형, 교육제도가 바뀌지 않는 이상 쉽게 끝나지 않을 고민이다.

ⓒ삼송꼬마별공동육아어린이집
ⓒ삼송꼬마별공동육아어린이집

아이를 잘 키우는 방법에 정답은 없다. 하지만 공동육아에서 부모는 아이에게 좀 더 나은 돌봄을 제공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교사는 아이들의 성향과 주도성을 존중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함께 머리를 맞대고 아이를 더 잘 키우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그 안에서 형성되는 아이와 부모, 교사 사이의 유대와 신뢰가 아이가 잘 성장하는 자양분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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