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상공회의소 신기업가정신협의회(ERT)가 창립 3주년을 맞아 기업, 정부, 학계 인사가 모여 신(新)기업가정신의 향후 방향을 모색하는 토론회를 8일 삼성동 대한상의 국제회의장에서 열었다. ⓒ라이프인
▲ 대한상공회의소 신기업가정신협의회(ERT)가 창립 3주년을 맞아 기업, 정부, 학계 인사가 모여 신(新)기업가정신의 향후 방향을 모색하는 토론회를 8일 삼성동 대한상의 국제회의장에서 열었다. ⓒ라이프인

대한상공회의소 신기업가정신협의회(ERT)는 8일 창립 3주년을 맞아 삼성동 대한상의 국제회의장에서 기업, 정부, 학계 인사들이 모여 신(新)기업가정신의 향후 방향을 모색하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2022년 5월 24일 ERT 출범 이후 이어온 '기업의 사회적 역할 강화' 논의의 연장선에서 다양한 주체들의 참여 속에 진행됐다.
 

▲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라이프인
▲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라이프인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개회사에서 "기업들이 '돈만 벌면 된다'는 방식으로 자본주의 시스템이 설계되다 보니,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구조는 소외됐다"고 진단했다. 이어 "사회적 가치를 경제 시스템에 내재화하려면 문제 해결자에게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구조가 필요하다"며, 이는 단순한 선의나 CSR 차원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 김재구 명지대 경영학 교수(前 한국경영학회장)·한국사회과학협의회 감사. ⓒ라이프인
▲ 김재구 명지대 경영학 교수(前 한국경영학회장)·한국사회과학협의회 감사. ⓒ라이프인

김재구 명지대 경영학 교수(前 한국경영학회장)·한국사회과학협의회 감사는 기업가정신의 진화와 한국 사회의 현실을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그는 "더 이상 과거의 성장 방식으로는 경제도, 사회도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기업이 사회문제 해결의 핵심 주체로 나서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 교수는 "사회적 가치 창출에 대한 관리체계 부재로 정부와 기업, NGO가 자원을 쏟아붓고도 사각지대가 생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기업·사회·정부가 공동의 혁신 생태계를 설계하고 참여하는 '신기업가정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이정현 명지대 경영학 교수(前 한국경영학회 수석부회장). ⓒ라이프인
▲ 이정현 명지대 경영학 교수(前 한국경영학회 수석부회장). ⓒ라이프인

이정현 명지대 경영학 교수(前 한국경영학회 수석부회장)는 '요소→효율→혁신→혁신생태계'로 이어지는 성장모델의 흐름을 짚으며 "경제성장은 곧 국민의 안녕과 행복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금 필요한 건 '더 많이, 더 빨리'가 아니라 지속 가능성의 조건을 재점검하는 일"이라며, 한국도 기존의 모방 성장에서 벗어나 새로운 패러다임을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해법으로 '생태계 설계형 기업가 정신'을 내놓았다. 그는 "창의성과 기술만으로는 복합적인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며,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기반이 함께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세한 제도 차이가 사회문화적 격차로 이어진다"며, 시민사회에 대한 과도한 규제, 복잡한 기부 절차, 경직된 비영리 승인 체계 등을 과감히 손볼 것을 주문했다. 그는 "협치 플랫폼 구축, 신기업가 인재 양성, 맞춤형 금융 인프라, 공공조달 및 세제 개편 등 네 가지 과제를 시급히 실행에 옮겨야 할 때"라고 말했다.
 

▲ '지속가능한 우리사회를 위한 새로운 모색: 기업·사회·정부가 함께 만드는 기업가정신의 미래' 토론회 패널들. ⓒ라이프인 
▲ '지속가능한 우리사회를 위한 새로운 모색: 기업·사회·정부가 함께 만드는 기업가정신의 미래' 토론회 패널들. ⓒ라이프인 

이어진 토론에서 임효창 경실련 상임집행위원장(서울여대 교수)은 시민의 시선에서 본 신기업가정신의 평가 기준을 제시했다. 그는 ▲청년의 기업가정신 발현 욕구 ▲기업 규모와 무관한 존중 여부 ▲장애인 관련 규제 등 구조적 장벽 ▲시민 인식 속 기업가정신의 위상 등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설명하며, 실행 가능한 제도화를 촉구했다.

최아진 연세대 정치학 교수(前 한국정치학회장)는 "기업가정신은 정치 리더십과도 연결된다"며, 정치학자의 시각에서 이번 논의에 공감을 표했다. 그는 "가치 창출이나 사회적 공감대 형성 과정에 대한 인과적 분석이 부족하다"며, 국제정세와 정치 리더십 등 다양한 맥락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의대 쏠림 현상처럼 산업 전반에 구조적 왜곡이 존재한다"며, 기업이 이니셔티브를 갖고 정책·사회와 함께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범 건국대 행정학 교수(前 한국행정학회장)는 "정부는 단기 패러다임에 머무르기 쉽다"며, 민간 주도의 협의체를 통해 공동사고 구조와 실험적 제도화를 시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임성택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대한변호사협회 ESG위원장)는 "기업이 창출하는 경제적·사회적 가치를 공시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며, 자발적 공시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의 제도 설계를 제안했다. 그는 "사회문제 해결에 대한 보상이 체계화된다면 기업도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며, 정부의 역할을 '마중물'에 비유했다.

김홍기 한남대 경제학 교수(前 한국경제학회장)는 "지금 미국이 선택한 정책이 성공한다면, 경제학 교과서를 갈아엎어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하며, 예측 불가능한 세계 경제 환경을 진단했다. 그는 신기업가정신이 "사회 전체의 유기적 협력으로 완결되는 생태계"를 지향한다고 평가하며,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의 통합이 현실에서 얼마나 자주 충돌하는지를 짚었다. 또 "우리나라의 구조조정은 지지부진했고, 규제는 여전히 벽"이라며, 지금이 신기업가정신을 논의할 적기라고 말했다.

김수한 고려대 사회학 교수(前 한국사회학회 위원장)는 "신기업가정신을 교과서나 이론으로만 전달해선 힘을 발휘하기 어렵다"며, 사람들의 열망과 감각에 기반한 서사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가 고려대 논술에 들어가면 신기업가정신 문제를 출제하겠다"고 말해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사회적 변화는 제도보다 상상력과 공감에서 비롯된다며, 신기업가정신이 개인의 욕망과 연결될 때 확산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김재구 교수는 토론 정리 발언에서 "기업과 정부, 시민사회가 함께 지혜를 모아야 지속 가능한 경제를 설계할 수 있다"며 "사회적 가치를 고려한 기업의 의사결정 없이는 10년 후 한국 경제의 지속 가능성은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작고 구체적인 시도부터 성과를 내고, 그 경험을 공유하며 확산해 가자"고 제안하며 토론을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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