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병원운영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이하 보라매병원)이 '항암 치료 후 피부 관리' 강좌를 23일 보라매병원 4동 6층 대강당에서 개최했다. 이번 강좌는 보라매병원이 지난 3월부터 매월 열고 있는 '암 환자의 만성질환 관리 시민건강강좌'의 일환이며, 피부과 이지수 교수(진료조교수)가 진행했다.
이지수 교수는 ▲항암 치료제의 피부 부작용이 생기는 이유 ▲항암 치료제의 피부 부작용의 종류 ▲항암 치료제 피부 부작용에 대한 자가관리법 순으로 강의했다.
항암제는 작용 방식에 따라 크게 △세포독성 항암제 △분자 표적 치료제 △면역 관문 억제제로 분류되며, 각각 다음과 같은 피부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세포독성 항암제'는 전통적인 화학요법 약물로 빠르게 분열하는 암세포를 직접 공격 및 파괴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암 세포뿐만 아니라 정상세포도 손상된다. 주로 피부 건조, 탈모, 손발톱 변화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분자 표적 치료제'는 암세포의 특정 유전자 변이 산물이나 이상 단백질 등 암의 발생·성장에 핵심적인 표적을 선택적으로 공격한다. 이 때 정상피부 조직에 존재하는 표피성장인자수용체도 공격받아 건조증, 여드름양 발진, 손발톱 주위염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면역 관문 억제제'는 종양이 면역체계를 회피하는 기전을 차단해 면역세포가 암을 인식하고 공격하도록 한다. 이로 인해 면역 시스템이 과활성화되는 경우 면역성 발진, 백반증, 건선 유사 변화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이 교수는 "항암 피부 부작용은 항암제의 작용 기전 상 동반될 수 밖에 없는 문제"라며 "건조증 및 가려움증은 굉장히 흔해 대부분의 항암 치료 환자에게서 나타나고, 심하면 구진형·건선양·여드름양 발진 등이 나타난다. 또 모발 변화 및 탈모, 손·발톱 염증 및 색소 변화 등도 일어날 수 있다"며 항암 치료제 사용에 따른 피부 부작용에 대해 설명했다.
대표적인 부작용은 ▲피부 건조증 및 가려움증 ▲피부 발진(반구진형, 건선양, 태선양, 여드름양 발진 등) ▲탈모 및 모발 변화(눈썹·속눈썹, 체모 등의 탈모, 머리카락의 성상 및 색 변화, 두피 변화 등) ▲손·발톱 변화(손·발톱주위염, 손·발톱박리, 손·발톱 갈라짐, 손·발톱흑색증 등) ▲기타 반응(손·발 피부 반응, 손발 증후군, 색소 변화, 천포창 유사반응, 경피증양 반응, 과민반응, 스티븐 존슨 증후군, 독성 표피 괴사 등) 등이다.
이 교수는 이어 항암 치료제 부작용에 따른 피부, 두피 및 모발, 손·발톱 관리법에 대한 안내했다.
■ 피부관리
△올바른 세정법으로는 미지근한 물로 순한(약산성, 아기용) 세정제를 사용해 짧게 샤워한다. 목욕이나 사우나, 때 밀기 등도 피한다. 수건으로 물기를 제거할 때는 문지르지 않고 가볍게 두드린다. △적절한 보습을 위해서는 세정 후 3분 이내 향료나 알코올이 첨가되지 않은 고보습 크림·로션을 하루 최소 2회 이상 발라주고, 건조하고 가려운 부위는 더 자주 덧바른다. 부작용으로 가려움증이 있을 때 긁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냉찜질이나 시원한 보습제를 발라 가려움에 대처한다. 수면 시 무의식적으로 피부를 긁지 않도록 면 장갑을 착용하는 것도 좋다. △옷은 헐렁한 것으로 착용하고, 피부에 직접 닿는 옷은 부드러운 면 소재로 입는다. 울이나 합성섬유는 피부에 자극을 줄 수 있으니 피하는 것이 좋다. △자외선이 특히 강한 시간대(10~15시)엔 장시간 햇빛에 노출되는 것을 피하고, '징크 옥사이드'가 주요 성분인 무기자차 선크림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메이크업은 논-코메도제닉(Non-comedogenic)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좋으며, 얼굴에 발진 심한 경우엔 메이크업을 삼간다.
■ 두피·모발 관리
머리는 미지근한 물로 순한(약산성·아기용) 샴푸를 사용해 감고, 염색이나 파마 등 강한 화학약품은 피한다. 머리가 젖은 상태에서 수면할 경우 균이 잘 번식할 수 있기 때문에 꼭 말린 후 수면하며, 머리는 젖은 상태에서는 약해지기 때문에 꼭 말린 후 빗질한다. 과한 열기구 사용, 머리를 세게 조이는 핀·밴드·모자 등의 사용도 피한다.
탈모에 대한 대처법으로 모발이 길 경우 항암 치료 시작 전 짧게 자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탈모가 진행될 때 느껴지는 심리적 충격을 줄일 수 있고 관리도 비교적 쉽기 때문이다. 이전에 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모양의 가발을 착용하는 것도 좋은 시도가 될 수 있다. 눈썹 탈모가 진행되면 눈썹을 그리는 것은 적극 추전하나 속눈썹 탈모가 있는 경우여도 인조 속눈썹 부착은 2차 감염 등의 위험이 있기에 권하지 않는다.
■ 손·발톱 관리
큐티클 제거, 메니큐어 도포, 인조손톱 부착 등은 하지 않도록 한다. 손·발톱은 너무 짧게 깎지 않도록 하며, 특히 발톱은 발가락을 파고들지 않도록 일자로 깎고 모서리는 줄로 살짝 갈아준다. 손·발톱 주변 거스름도 뜯지 않고 소독한 가위로 제거한다. 음료수 캔을 따는 등 외상 위험이 있는 행위와 손·발톱이 물러질 수 있는 장시간의 물 노출도 피한다. 손·발톱 주변엔 기름기가 많은 연고나 피부 보습제를 발라주고, 발톱으로 발이 다치지 않도록 편한 신발을 착용한다.
이 교수는 강의를 마치면서 "항암제는 피부, 모발, 손·발톱에 다양한 영향을 줄 수 있으나 다행히 항암 치료 중에만 일시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항암 치료를 중단한 후엔 서서히 호전되는 것을 기억하면 좋겠다"며 "항암 치료 중 피부 부작용은 굉장히 불편하지만 한편으론 항암제가 암과 열심히 잘 싸우고 있다는 증거다. 올바른 관리와 도움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며 강좌에 참석한 암환자를 응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