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행복은 사회나 경제, 직업, 대인 관계 등 다양한 요소에 의해 좌우된다. 하지만 그중 단연은 '건강'이지 않을까. 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 또한 건강하지 않으면 다른 어떤 것도 즐길 수 없다며 '건강한 거지가 병든 왕보다 더 행복하다'는 말을 남겼으니 말이다. 그러나 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지기 마련이다. 더욱이 나의 문제가 된다면 공포와 두려움을 직면하게 돼 난제가 되기도 하는데···. 자신의 암 투병기를 긍정으로 풀어내며 암 환우들에게 선한 에너지를 공유하는 소셜섹터 종사자가 있다. 암 경험자의 사회복귀를 돕는 '캔프협동조합'의 부이사장이자, 암 전문 인터넷 미디어 '캔서앤서'를 운영하는 홍헌표 대표이다.

 

▲ (왼쪽부터) 김찬호 라이프인 이사장, 홍헌표 캔서앤서 대표. ⓒ온라인 갈무리
▲ (왼쪽부터) 김찬호 라이프인 이사장, 홍헌표 캔서앤서 대표. ⓒ온라인 갈무리

지난 13일, 온라인(Zoom)을 통해 열린 라이프인 열린 강좌 '주제가 있는 대화: 암 환우들을 잇는 통로'에서 홍헌표 캔서앤서 대표와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홍 대표는 조선일보 기자로 근무하던 17년 전, 만 43세 나이에 대장암 3기 판정을 받았다. 오전 6시에 기상해 새벽 12시 퇴근, 불규칙한 식사와 운동 부족을 일삼으며 '국민 평균의 삶(경쟁 사회에서 자신의 몸을 방치한 채 돌보지 못함을 의미)'을 살았던 그는 암 진단 이후 '암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며 몸과 마음 습관을 180도 바꾸기 시작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홍 대표의 암 경험담이 특별한 이유는 주치의의 만류를 무릅쓰고 항암 치료를 중단했다는 점이다. 항암 치료만으로도 심적, 육체적 고통이 심했던 그는 암 치료와 회복에 대한 공부 끝에 '면역 시스템 회복'에 집중하기로 했다고 한다. 병원에서 이뤄지는 표준치료(수술, 악물 및 항암 치료 등)는 환자에게 있어 가장 좋은 선택지임이 틀림없지만, 몸의 면역 시스템이 100% 회복하는 치료법은 나오지 않았다는 맹점을 짚은 것이다. 홍 대표는 "말기 암 환자의 극적인 회복 사례나 항암 치료 사례들을 종합해 보니, 회복된 면역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경우 암이 완치되고 그 상태가 유지됐다"며 "(치료 방법을 택함에 있어)주치의의 견해를 충실히 따르되, 결정은 본인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 홍 대표가 암 진단 후 작성한 일지를 모아 출간한『암과의 동행 5년』.
ⓒ에디터

홍 대표가 선택한 치료 방법은 병원에서 이뤄지는 표준 치료에, 면역 회복을 위해 자신의 실정에 맞게 설계한 식이요법과 생활 습관 등을 더한 '보완통합의학'인 셈이다. 그는 면역 회복과 관련해 "표준 치료의 효과가 제대로 발휘되려면 내 몸의 기반을 잘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 기반을 만드는 것은 나의 몫이다"라고 부연했다. 무엇보다 그는 면역 회복에 있어 '스트레스 관리'를 강조했다. 홍 대표는 "암을 유발하는 여러 가지 원인 중 결정적 요인은 스트레스인 것 같다"며 "내 몸이 스트레스를 깨달은 순간(몸에서 스트레스 신호를 보낼 때. 두통이나 복통, 만성 피로 등) 몸에 미칠 영향을 생각해 스트레스를 회복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대인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마찬가지다. "타인과의 관계 속에 나를 어떻게 위치 시킬 것인지 고민하고, 감정을 솔직하게 나누되 상대의 말이나 행동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나를 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13년 동안 자신의 암 극복 노하우를 공유하며 1,000여 명의 환우들을 만나온 홍 대표는 뿌듯함을 느끼는 일도 많았다고 한다. 홍 대표가 운영하는 웃음보따리 모임의 한 회원은 대표가 암 진단 후 작성한 일지를 모아 출간한 저서를 참고해 자신만의 회복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이후 표준 치료 중단, 계획에 따라 면역 회복에 힘쓰며 근 10년간 재발 없이 건강하게 지내 홍 대표를 기쁘게 했다고 한다.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라. 놀라지 말라, 나는 네 하나님이 됨이라.

내가 너를 굳세게 하리라. 참으로 너를 도와주리라. 참으로 나의 의로운 오른손으로 너를 붙들리라."

- 이사야 41장 10절(Isaiah 41:10)

_ 홍 대표가 암 진단 초기 심적으로 힘들었을 때 딛고 일어설 수 있었던 위로의 말.

홍 대표와의 대화에 앞서 많은 참가자가 사전 질문을 남겼다. 그는 '암에 걸린 가족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라는 질문에 "가족도 함께 아픔을 겪는 과정"이라며 "잘해줘야 한다는 생각은 스스로를 더 아프게 할 뿐, 이제부터 함께 삶을 다른 형태로 만들어 간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때 주의할 점은 행위의 지속 가능성으로 "이야기를 공감하며 잘 들어주고, 편안하고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식단 관리에 대한 질문이 쇄도했는데, 암 환우의 경우 항암제에 의해 대사기능이 떨어진 상태이기 때문에 "먹을 수 있는 것, 입맛에 맞는 음식을 우선으로 섭취하되, 천천히 오래 씹어 먹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여기서 입맛에 맞는 음식은 과거 나쁜 생활 습관 속에 포함된 음식을 마음껏 섭취하라는 뜻이 아니며, 급성기 이후 면역력을 높이는 음식 위주로 자신에게 맞는 식습관 계획을 구성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또, 항암 치료에 가장 중요한 해독 작용이 보조제에 의해 침해받을 수 있으니 보조제 섭취 시 성분을 미리 확인할 것을 당부했다.

▲ 켈리 터너의 저서『암, 그들은 이렇게 치유했다』의 일부 발췌.​​​​​​​ⓒ온라인 갈무리
▲ 켈리 터너의 저서『암, 그들은 이렇게 치유했다』의 일부 발췌.ⓒ온라인 갈무리

마지막으로 그는 켈리 터너의 저서 『암, 그들은 이렇게 치유했다』의 일부를 공유하며 "극적으로 암을 치료한 암 생존자들의 공통점과 내가 암을 이겨낸 방법이 크게 다르지 않다"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그는 "완치라는 목표보다 내가 살아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찾을 수 있다면 나에게 다가온 암을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아울러, 암 진단을 받게 된다면 자신이 걸린 암과 면역 시스템에 관해 공부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최소 5년간의 삶을 정리하며 나를 뒤돌아보고, 나의 면역시스템을 망가뜨리는 목록을 정리해 (이제는 불건강한 생활 습관을) 거꾸로 잘라내는 연습을 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암 진단 이후 건강과 행복, 봉사를 목표로 몸과 마음 습관을 180도 바꿔낸 홍 대표. 자신의 삶을 아울러, 암 환우들의 회복을 바라며 자신의 경험과 비전을 나누는 데 서슴없기까지 하다. 대표, 작가, 강연자, 웃음코치 등을 겸업하며 기자 시절보다 웃을 일이 많아진 홍 대표를 두고 김찬호 라이프인 이사장은 "병은 누구나 걸리고 싶지 않은 것이기도 하지만 (이왕 걸렸다면) 그것을 삶을 바꿔야 하는 신호로 받아들이면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라며 깊은 인상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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