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이런 세상을 볼 줄 몰랐다."

4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 청암홀에서 열린 '제20회 H-ESG 세미나: 지속가능발전 성과지표(SDPI)와 함께 보는 지속 가능성 보고 체계 워크샵'에 참석한 송경용 대한성공회 신부(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이사장,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은 유엔사회개발연구소가 개발한 SDPI의 한국어판 매뉴얼을 발간하는 데 참여했다. -편집자 주-)가 인사말을 전하며 전날(3일) 발생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사태에 대해 언급했다. 이날 발동한 비상계엄은 4일 오전 1시 1분 국회 본회의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4시 30분 국무회의에서 '계엄 해제안'이 의결되며 해제됐다.

 

▲ 송경용 대한성공회 신부.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 송경용 대한성공회 신부(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이사장).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송 신부는 3일 공탁(공익활동가를 위한 식탁) 모임에서 3명의 청소년 기후 활동가를 만난 이야기로 운을 떼며 "기후 헌법소원을 청구해서 이긴 엄청난 성과를 거둔 청소년들이다. (2020년 3월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 19명이 원고가 되어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시민들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했고, 헌법재판소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규정한 「기후위기대응을위한탄소중립ㆍ녹색성장기본법」 제8조 제1항이 미래 세대에 과중한 부담을 이전하고 기본권 보호 의무를 위반했다며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다. -편집자 주-) 그런데 이야기를 해보니 우리 같은 기성세대 중 자기들을 지지하고 따뜻하게 맞아주는 사람들을 처음 만났다고 하더라"며 "눈물이 쏟아지고 우울감에 시달릴 만큼 힘든데도 활동을 이어 가는 모습이 따뜻하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면서 정말 미안하고죄스러웠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미안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돌아가는데 갑자기 비상계엄 선포 소식이 들렸다"고 말을 이으며 "처음으로 든 생각이 뭔지 아는가. 그 친구들, (우리 세대보다) 어린 친구들이 다시 이런 세상을 보게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었다"고 말했고, 이어 "다른 인권 운동가에게 전화해서 '우리는 살 만큼 살았다. 우리가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바로 국회 앞으로 나갔다"고 전했다.

송 신부는 "내가 21살 때 계엄을 경험했다(1980년 이른바 신군부가 선포한 계엄령을 의미하며 당시 계엄령 발동은 5.18 광주 민주화 운동으로 이어졌다. -편집자 주-). 다시 이런 세상이 올지 정말 몰랐다"며 위헌·위법적 비상계엄 선포를 규탄하는 시민행동을 이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국회에서는 (윤 대통령을 대상으로) 탄핵 절차를 밟을 것이고, (윤 대통령은) 내란죄 형사 고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군을 동원해서 국회를 점거하려고 했다. 내란죄에 해당된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송 신부는 규탄 행동을 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혼란과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어떤 사회를 만들어 갈지 고민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다시 좌절과 실망을 경험해서는 안 되지 않나. 우리가 어떤 실력을 갖추고 어떤 사회를 만들 것인지 많이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으며 "불평등, 생태 위기, 산업 전환과 같은 과제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할까. 조금 더 나은 사회를 위해서 어떤 방식으로 사회를 구성해 갈지 고민하는 책임감, 소명감, 열정에 덧붙여서, 내실 있는 실력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송 신부는 "(현재 한국 사회 상황이) 염려되기도 하지만, 잘될 것 같다. 계엄 선포 바로 다음 날 이렇게 모여서 함께 학습하고 일상을 지속하는 우리들이 있는 한, 잘될 것이다"며 "공부, 학습, 나눔, 이런 것들을 통해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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