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헌법상의 경제체제는 사회적 형평과 시장경제의 효율을 보장하는 '사회적 시장경제'이다. '사회주의 시장'이 아니라 '사회적 시장'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도 사회주의 계획경제도 아닌 혼합경제, 제3의 경제체제, 제3섹터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일부 사람들은 자본주의나 자유시장경제가 마치 우리나라의 경제체제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한편, 협동조합은 단순히 경제사업을 위한 조직이 아니라, 경제적·사회적 약자의 지위를 향상하고, 정의와 공정을 실현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노동자, 농업인, 서민, 중소기업 등 다양한 구성원이 협동조합을 통해 경제적 안정과 사회적 권익을 도모할 수 있다. 이는 곧 협동조합이 개인의 이익을 넘어 사회 전체의 조화를 지향하는 조직임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국가의 정책차원에서도 의의가 크다.

이러한 협동조합의 존재 이유는 헌법에서 찾을 수 있다. 헌법 제119조 1항에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하지만, 2항은 성장 및 안정, 적정한 소득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의 민주화를 위해 경제에 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처럼 헌법은 경제민주화를 중요한 가치로 내세우고 있다. 이는 단순히 시장의 효율성을 강조하는 자본주의 체제와 차별화된다. 자유시장경제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경제적 불평등을 방지하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것이 헌법적 가치다. 

제119조 ② 국가는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

또한, 123조에서는 국가가 농업 및 어업, 중소기업 등 자조조직을 보호 육성해야 한다고 명확히 밝히고 있다. 여기에 해당하는 농·축·수협이나 중소기업 협동조합을 보호 육성하고 자율적 활동과 발전을 보장할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헌법의 규정과 거리가 멀다. 일부 대기업과 정치권은 경제적 자유만을 강조하며, 헌법이 요구하는 경제의 민주화와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고 있다. 이로 인해 권력과 자본의 유착이 심화되고, 협동조합과 같은 사회적 경제조직은 제도적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농·축·수협, 중소기업협동조합, 소비자생협, 사회적협동조합 등 다양한 협동조합 조직은 헌법적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들 조직에 대한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 예를 들어, 사회적협동조합은 취약계층을 지원하고 지역사회를 활성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지만, 정부 차원의 실질적 지원은 여전히 미흡하다.

법과 제도 역시 정비가 필요하다. 법은 선택사항이 아니다. 잘못된 법은 개정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지키지 않아도 되는 자유의 영역으로 방치되어서는 안된다. 헌법이 명시한 국가의 의무를 다시 한번 상기해야 한다. 협동조합에 대한 국가의 지원과 보호는 정의, 공정, 상식이라는 사회적 원칙을 실현하는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협동조합은 경제적 민주화와 사회적 약자 보호를 실현하는 강력한 도구다. 이를 위해 국가가 헌법적 책임을 다하고, 협동조합이 사회적 경제의 핵심주체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과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협동조합은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사회로 나아가는 길을 열어줄 것이다.
 

▲ 2024 한국협동조합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축사 중인 장원석 명예교수. ⓒ라이프인
▲ 2024 한국협동조합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축사 중인 장원석 명예교수. ⓒ라이프인

 

저작권자 © 라이프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