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암 권위자 김의신 박사는 지난 10월 29일 괴산자연드림파크에서 진행된 초청 강연에서 "암 환자들이 올바른 삶의 방식을 실천함으로써 암을 극복하고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바른 생활 습관 ▲스트레스 관리 ▲식습관 개선이 암 치유에 매우 중요하다고 조언하고, ▲맨발 걷기의 건강상 이점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이번 기획 [치유 처방전]은 이러한 네 가지 주제를 다루어 일상에서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작은 변화의 힘을 소개한다. 김 박사가 당부한 "몸과 마음의 균형을 맞추는 일"을 기억하며, 암 극복을 위한 각 주제를 탐구해 보다 나은 건강 관리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스트레스 받지 마세요."

몸과 마음의 어딘가가 아프고 불편해 병원을 찾았을 때, 의사에게 듣는 단골 멘트 중 하나다. 이 말을 들으면 저절로 반발심이 생기면서 속으로 되묻게 된다. "현대 사회에서 스트레스 받지 않고 사는 일이 가능한가요? 너무 무책임한 말 아닌가요?"

하지만 스트레스를 줄이라는 말은 의학적으로 꼭 필요하며 타당하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라는 말이 괜한 말은 아니다. 공부로, 회사 일로, 인간관계로 스트레스를 받을 때를 떠올려 보라. 잠을 설치게 되고, 소화가 안 되고, 폭식이나 폭음을 하게 되고, 심장 박동이 빨라지며, 불안하고 우울한 기분이 든다. 큰 의학적 지식이 없더라도 경험으로 알 수 있다. 과도한 스트레스는 내 몸과 정신의 건강을 해친다.
 

▲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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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적으로 스트레스 상황에 노출되는 경우에는 어떨까? 이는 면역력에 영향을 미친다.

코르티솔이라는 호르몬이 있다. 코르티솔은 대표적인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기본적으로 교감신경을 자극해 몸을 긴장과 흥분 상태로 만든다. 또한 스트레스를 받을 때 분비되는 카테콜아민 역시 림프구 증식을 억제한다. 이런 스트레스 호르몬의 작용이 지속될 경우 면역 반응에 악영향을 준다.

우리 몸에서 면역 기능을 수행하는 주요 세포는 자주 들어봤을 백혈구다. 백혈구의 일종인 림프구는 항체를 생산하거나(B림프구) 자기와 구별되는 항원을 인식하고(T림프구) 우리 몸에 침입한 바이러스 세포나 종양 세포를 공격한다(자연살해세포). 또한 과립백혈구(과립구)는 우리 몸에 세균이 침입했을 때 이를 감지하여 감염을 막고(호중구), 알레르기 및 기생충 감염 등에 대항하며(호산구) 면역 작용을 한다. 전문가들은 건강한 면역력을 유지하려면 과립구 54~60%, 림프구 35~41%의 비율을 유지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스트레스를 받아 코르티솔 등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면 이러한 면역 체계가 영향을 받는다. 림프구가 감소해 면역 기능이 떨어지고, 반대로 (지속적인 스트레스 상황에 노출되며 교감신경이 흥분 상태로 유지돼) 과립구는 과잉으로 증가하여 정상 조직까지 공격한다. 이러한 작용의 결과 면역력이 떨어지면 감염성 질환에 걸릴 확률을 높일 뿐만 아니라, 만성적인 스트레스에 시달릴 경우 자가면역질환까지 유발할 수 있다. 대표적인 자가면역질환으로는 류마티스 관절염, 원형 탈모증, 건선, 1형 당뇨병, 갑상선 질환, 백반증, 크론병 등이 있다.

이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결과를 도출한 실험도 있다. 지난 2018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같은 스트레스 장애(Stress-related disorders)가 자가면역질환 발생과 유의한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미국의학협회 학술지 '자마'(JAMA)에 실린 바 있다. 해당 연구는 무려 100만 명이 넘는 사람을 대상으로 이루어져 극심한 스트레스와 면역 체계 이상의 연관성을 입증하고자 했으며, 그 결과 스트레스 장애를 지닌 사람들이 자가면역질환 중 하나를 진단받을 가능성은 스트레스 장애를 겪지 않은 사람보다 평균 30~40% 더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스트레스 장애를 초기부터 꾸준히 치료한 경우, 자가면역질환의 위험도도 완화되는 경향을 보였다. 이 역시 스트레스가 면역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다만 해당 연구에서는 스트레스 장애와 면역 기능 악화의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강조할 뿐, 무엇이 선행 원인인지 명시하진 않았다).

아울러 강북삼성병원 서울건진센터 박성근 교수 연구팀이 'Thyroid'(미국갑상선학회 학회지) 2월호에 자가면역질환 환자가 갑상선암에 걸릴 위험이 높다고 발표한 것처럼, 자가면역질환에 의한 만성 염증이나 면역 이상이 각종 암의 원인이 될 가능성도 있다.

이러하니 자가면역질환과 암의 측면에서 봐도 '스트레스를 받지 말라'는 말은 유효하고 타당하다. 그러나 여전히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살아갈 방법은 없다. 그러니 스트레스 상황에 노출되는 일을 최대한 줄이고,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기실 스트레스를 줄이는 법은 이미 다수 알려져 있다. 건강한 음식을 먹고, 숙면을 취하고, 자연을 가까이하고, 음악을 듣고, 가까운 사람과 가벼운 대화를 나누는 모든 행위가 스트레스를 줄여준다. 그중 이번 기사에서는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의 임상 심리학자 애덤 보랜드(Adam Borland) 박사가 일상에서 손쉽게 스트레스에 대처할 수 있는 방안으로 제시한 5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1. 매일 운동하기: 꼭 헬스장에 가서 운동하지 않더라도,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거나 식사 후 가볍게 산책하는 등의 신체 활동을 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을 전환할 수 있다. 또한 규칙적인 운동은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 생성을 촉진해 마음을 안정시킨다.

2. 명상하기: 명상은 부교감신경을 활성화해 몸을 이완하고 부정적인 감정을 다스리는 데 도움을 줘 스트레스를 줄인다.

3.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감정 발산 수단 찾기: 그림 그리기나 조각하기, 요리하기, 화초 가꾸기처럼 창의적인 활동은 성취감과 만족감 등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게 하고, 정신 안정에 기여한다.

4. 소셜 미디어 사용 및 뉴스 소비 형태 관리: 국내외 다수 연구가 소셜 미디어와 소셜 미디어에서 접하는 뉴스가 사람들의 스트레스, 우울감, 불안을 높인다는 결과를 보여준다. 그런 만큼 과도한 소셜 미디어 사용을 지양할 것을 권한다.

5. 감사하는 마음을 우선하기: 보랜드 박사는 "우리는 종종 감사할 일은 간과하고 부정적인 일에 집중한다"고 말하며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강조했다.

※해당 내용은 클리블랜드 클리닉 유튜브 채널에서 확인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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